촨디시아춴(爨底下村 : 찬저하촌)이라고 아세요?

2011. 12. 24. 00:01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10월 15일 여행 5일째

 

여러분! 혹시 촨디시아춴(爨底下村 : 찬저하촌)이라는 마을을 아십니까?

오늘은 무작정 이야기만 듣고 이 마을을 찾아가보렵니다.

우리 여행이 가끔 이렇게 준비도 없이 찾아가는 곳이 제법 있습니다. 

 

오늘은 베이징에서 멀지 않은 시골의 모습도 구경하려 합니다.

황제처럼 건방진 생각을 씻어버릴 수 있는 배고픈 민초의 삶을 보고 싶습니다.

여행사를 따라오면 엄두도 내지 못할 곳이지만, 자유여행을 오면 이렇게 우리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아갑니다.

우리 부부의 여행이란 이렇게 쉬어갈 때는 우리 마음대로 쉬어갈 수 있어 좋습니다.

 

여러분! 지금 위의 문양이 무엇으로 보이시나요?

무척 아름다운 문양으로 보이지 않으시나요?

마치 글자를 이용하여 아름답게 문양을 만든 듯 보이지만, 사실은 글자랍니다.

그러면 여러분께서는 이런 한자를 보신 적은 있으세요?

 

佳人은 난생처음 보는 글자입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제일 아래에는 불(火)을 때고 있고 그 위에는 삼발이를 걸쳐 놓았고

다시 나무(林)를 잔뜩 올려놓았네요.

그 위에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나요?

찬(爨)이라는 글자라 하네요.

오늘 잔치라도 벌이는가 봅니다.

 

이게 바로 오늘 찾아갈 마을의 트레이드 마크인 셈입니다.

오늘은 이름조차 쉽지 않은 촨디시아춴(爨底下村 : 찬저하촌)이라는 마을을 찾아가렵니다.

우리가 베이징이라는 곳을 온다면 여행자 대부분은 이런 마을은 알지도 못하고 또 안다고

하더라도 바쁜 일정에 생략하기 일수일 겁니다.

사실 접근성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고 오고 가는 시간도 제법 많이 걸립니다.

 

국가 1A급 관광지라는 별로 난이도가 높지 않은 이 마을의 위치는 베이징 시내와는 90킬로미터

떨어진 베이징시 먼터우거우(门头沟 : 문두구)구 자이탕(斋堂镇 : 재당)진에 자리하고 있으며,

109번 국도를 이용하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우리 부부는 차를 전세 낼 능력이 되지 못하기에 대중교통편을 이용해 찾아가 보렵니다.

  

이제 우리 부부와 함께 이름조차 생소한 마을을 찾아 떠나시렵니까?

마을 이름은 어려워도 찾아가는 방법은 뜻밖에 간단하다네요. 

이 마을을 찾아가는 방법은 베이징 시내의 지하철 1호선 종점이라는 핑궈위안(苹果園 : 평과원)역

A 출구로 나와 큰길을 마주 보고 오른쪽으로 2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929번 지선(支线) 버스를

타는 곳이 나온다 하여 그곳을 찾아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반드시 929번 지선이라고 쓰인 버스를 타야 한다는군요.

만약, 우리 부부가 찾아갈 정도의 마을이라면 대한민국 사람은 누구라도 찾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아침 7:30, 12:00 하루 두 번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된다고 정보를 듣고

가지만, 12시에 출발하는 버스는 마을 입구까지 가지 않고 8km 정도 떨어진 자이탕 마을의

어귀에 내려 빠오처나 택시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고 하네요.

촨디시아춴에서 베이징으로 나올 때는 역시 10:30, 15:30으로 하루에 딱 두 번 있답니다.

당일치기하려면 첫차를 타고 마을로 들어가야 그런대로 둘러보고 15:30차로 나올 수 있다고

하고 좀 더 오래 둘러보시려면 이곳에서 민박하시면 된다 합니다.

민박집이요?

이 동네는 거의 모든 집이 민박이나 밥을 팔며 살아가는 곳이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침 6시경에 숙소를 나서는데 아직도 캄캄하고 사합원의 대문도 잠겨 있어

살며시 빗장을 열고 길로 나섭니다.

캄캄한 곳에서 우리가 빗장을 열면 된다는 것을 어찌 알았나 모르겠어요.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전통가옥의 문 여는 방법은 같은가 봅니다.

혹시 제 과거에 관하여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계신 것은 아니시죠?

佳人도 이런 일을 하는 제가 미워요.

 

 쳰먼 역까지 걸어와 지하철을 타고 부흥문역까지 가 1호선으로 갈아탑니다.(2원/1인)

가능하면 지하철은 타고 싶지 않습니다.

지리가 생소한 중국에서 지하철을 탄다는 일은 땅속이라 답답하고 게다가 탈 때마다 짐 검색을

하기에 배낭과 카메라 가방을 바닥보다 더러운 검색대에 올려야 하니까요.

일찍 나서는 이유는 그곳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고 그곳에서 촨디시아춴까지

가는 버스가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하는 것을 타기 위함입니다. 

 

베이징의 지하철은 내부가 무척 협소합니다.

대국이라는 나라의 지하철이 우리나라 지하철 내부의 2/3 정도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공사비를 아끼기 위함인가요?

속이 좁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사람 속도 좁아지지는 않겠지요?

 

중국에서는 삔관에서 주는 화장지의 크기도 우리나라의 2/3 크기입니다.

물론 낭비를 줄이고 절약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사용하실 때 삔관에서 제공하는 화장지는

조심하셔야 하고 크기가 작아서는 아니고 조금만 강한 힘을 주게 되면 우리나라 화장지와는

다르게 무척 부드럽기에 그냥 뚫어집니다.

온종일 찝찝한 기분으로 다니실 수 있기에 요령껏 사용하시기를 부탁합니다.

 

우리가 얻은 정보에 따라 지하철 종점인 핑궈위안에는 도착한 시간이 6시 50분경입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조금 기다리는데 무척 많은 등산객이 몰려옵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베이징 시민이 등산을 가나 봅니다.

핑궈위안이라면 아마도 예전에 이곳이 사과밭이었던 모양입니다.

 

7시 30분이 되자 버스가 한 대 오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929번 버스는 맞지만, 支라고 씌어

있지 않아 할 수 없이 뒤로 물러나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봅니다.

물어봐야 말이 통하지 않아 그냥 서 있으려니까 한 사람이 우리 부부를 버스 정류장 노선표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 다른 버스인 892번 버스 노선표를 가리키며 손가락으로 알려주네요.

여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우리 차림새만 보고도 우리의 목적지를 알아내는

총명한 사람을 가끔 만납니다.

 

그러면서 929번 支는 "메이요."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듣는 제일 무서운 소리가 "메이요"입니다.

929번 支가 아닌 929번 버스는 아주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였습니다.

우리 부부는 잠시 생각을 합니다.

차가 없다고 하니 오늘 일정을 과감히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밀어붙일 것인가...

 

위의 사진처럼 버스 정류장 표기 중간 아래에는 爨底村路口라고 적혀 있네요.

路口라 하면 마을 입구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하며 전의를 불태웁니다.

사실 892는 아까도 지나갔거든요.

자주 다니는 버스입니다.

 

사람들은 또 밀려옵니다.

대부분이 등산객들입니다.

드디어 892번 버스가 도착하자 많은 사람이 일시 버스 출입문으로 몰려듭니다.

마치 학창 시절 엄청난 인파속에 통학 버스를 탈 때와 같은 느낌입니다.

우리 부부도 사람에 휩쓸려 버스 출입문으로 밀려들어 가는데 누가 佳人의 엉덩이를 만지는군요.

 

중국 여행을 하는 동안 제 뒷주머니에는 지갑을 넣어두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서 그랬나요?

그 손은 심히 부끄럽게도 점차 앞주머니 쪽으로 더듬어 옵니다.

엉덩이를 만질 때는 버스를 타려고 혼잡한 상태라 그러려니 했지만,

점차 앞으로 더듬어 올 때는 느낌이 오더군요. 

 

너무 혼잡해 순간적으로 그 손을 꼭 잡고 뒤를 돌아보니 웬 아주머니였습니다.

아주머니는 佳人의 손을 뿌리치더니 그냥 뒤로 재빨리 빠져나가 버리는군요.

"아니? 아줌마! 그냥 가면 어떡해요? 가타부타 말을 하고 가야지요? 탱글탱글한 佳人의

엉덩이를 만졌으며 느낌 정도는 이야기해 줘야 하지 않아요? 어때요? 나 괜찮았수?

마음만은 아직 동건이라우~"

이럴 때는 누가 누가 나쁜 사람입니까?

아주머닙니까? 아니면 아주머니 손을 잡은 佳人입니까?

중국 여행 중에는 바지에 아무것도 넣어 다니지 않았으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좌우지간 혼잡한 틈에 밀리고 치이고 간신히 버스에 올라 좌석을 잡았습니다. (16원/1인)

버스 노선표에서 보듯 무척 많은 시간을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에 앉아가지 못하면

고생할 수 있지만, 다행입니다.

만약 등산 시즌에 이곳을 가시려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도착하여 찍은 위의 사진을 보면 버스 편이 변경되었나 봅니다.

原 929 支라고 쓰고 버스 번호는 892번입니다.

公交이니까 거짓말은 아닐 겁니다.

우리가 알고 온 정보는 아마도 이자성이 농민군을 이끌고 베이징을 항하여

밀고 들어올 때 정보였나 봅니다.

이자성의 정혁은 세상을 많이 바꾸었나 봅니다.

 

11시 20분경 버스는 자이탕진(斋堂镇 : 재당진)이라는 마을에 도착하고 모두 내리라는군요.

여기까지 버스만 타고 3시간 20분이나 걸렸습니다.

우리가 갈 곳은 촨디시아춴인데 버스는 여기가 종점이랍니다.

촨디시아춴이냐고 물어보자 버스 기사가 우리 보고 택시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고 하네요.

난감합니다.

 

원래 우리 부부는 택시를 타지 않습니다만, 이런 경우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때 우리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있지요.

네! 맞습니다.

자가용 택시 영업하는 여자입니다.

중국에서 우리의 옷차림은 늘 그들이 생각하는 고객이었으니까요.

 

으레 우리 옷차림을 보고 "촨디시아춴?"이라고 묻길래 얼마냐고 하니 차 한 대에 20원이랍니다.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겠어요?

울 마눌님 중국 여행의 즐거움이 에누리하는 즐거움이라는데 15원에 가자고 하니 좋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원할했느냐고요?

돈 버는 외국어는 어려워도 돈 쓰는 언어는 쉽습니다.

그들은 돈을 펴서 보여주고 우리는 에누리하자고 손가락으로 하고...

 

11시 23분 택시를 타고 마을로 갑니다.

자이탕에서 촨디시아춴까지는 정확히 8km라 합니다.

여기까지 촨디시아춴이라는 말 외에는 중국말을 전혀 하지 않고 왔습니다.

 

택시가 조금 달리다가 여자기사는 우리에게 마을로 싸게 들어가는 방법을 권합니다.

드디어 중국말로 물어보는군요.

원래 마을 들어가는 문표는 35원인데 두 사람 70원을 60원으로 하고 택시요금까지 합하여

75원을 주면 된다고 하는 말을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니까 이때도 돈을 꺼내어 보여주더군요.

물론 우리 부부는 동의하고 마을까지 바로 들어갑니다.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마을 사람이 이렇게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거든요.

이번 여행에서도 이번 말고도 이런 방법으로 두 번이나 더 저렴하게 들어갔습니다.

 

그러니 택시를 타고 들어가다 운전기사가 잠시 차를 세우고 뭐라고 물어본다면, 그게 바로 자기가

싸게 해 줄 테니 자기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말이라 여기고 무조건 그러자고 하면 됩니다.

동네 사람이 운행하는 자가용은 타고 있는 사람에게 문표 없이 그냥 통과할 수 있도록 눈을

감아주는데 중국이라는 나라는 대부분 이렇게 돌아갑니다.

 

촨디시아춴으로 가는 길을 구글 지도에서 캡처해 보았네요.

역시 구글도 틀린 버스 노선을 뻔뻔스럽게 그대로 올려놓았습니다.

이 마을도 관광 붐으로 말미암아 예전 마을 입구에 있던 문표 파는 곳을 5km나

앞당겨 놓고 버스 운행을 하지 않나 봅니다.

 

처음 들었던 정보와 달라 오는 도중에 무척 당황스러웠고 버스 정류장에서 아주머니의

황당한 짓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 마을을 오고 싶다는 생각 하나가 우리를 이곳으로 오게 했으며

너무 어렵고 힘들게 왔기에 내일은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샅샅이 살펴보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처음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짜인 대로 하는 여행이 싫어 자유여행을 준비하여 떠났음에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계획의 충실한 노예가 되어 움직입니다.

결국, 인간은 그렇게 살아가게 되나 봅니다.

지금까지 짜인 각본에 따라 살아왔기에 오히려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게 더 편한 마음이 들 수

있으나 가끔은 이렇게 일탈의 기분으로 여행 스케줄을 과감히 바꾸어

이런 곳도 다녀보는 것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