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6. 00:02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그날 자희의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평소에 그렇게 바랐던 꿈..
드디어 하늘의 별을 따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에 태감의 교육대로 몸을 단정히 하고 성심성의껏 황제를 모셨습니다.
밤에 일어났던 일은 워낙 예민한 부분이라 차마 이곳에 기술하기 어려워 그냥 넘어 갑니다.
밤새 얼마나 황제를 녹여버렸는지
그날 이후 자희는 함풍제의 총애를 받게 되었으며 이제 한발자국씩 자꾸 권력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느낌입니다.
자희만의 생각이 아니라 태감을 비롯해 주변의 시선이 벌써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에전에는 그냥 바라보았지만, 이제는 미소를 띠고 먼저 달려와 비위까지 맞추는 일이 벌어집니다.
자희는 이제 힘에서 나오는 달콤함을 즐기기 시작한 자신을 보며 깜짝 놀라기까지 합니다.
짐승들의 세계도 서열이 정해지면 서열이 낮은 무리는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는 충성맹세를 하게 됩니다.
인간의 세상은 오히려 표정뿐 아니라 말까지 더해져 듣기 민망할 정도의 칭찬도 이어집니다.
그러나 자기에게 쏠린 시선만 즐기고 살다보면 더 큰 힘에 의해 하루아침에 갈 수 있습니다.
미련한 녀석은 작은 힘에 만족하여 건들거리다가 짧은 생활을 끝장내기도 하지요.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현명한 자희는 부모를 따라 다니며 관리의 아부를 보았기에 그 방법을 이용합니다.
눈치가 빠른 자희는 함풍제가 신임하는 주변의 태감이나 황태후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으며 그에 대한 보답으로 드디어 그 해에 귀인에서 의빈으로 품계가 올라가게 됩니다.
이미 그녀는 출세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린시절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몸으로 배웠기 때문에
이 정도의 일은 참고서적도 없이 학술적으로도 벌써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었습니다.
함풍 6년 그때 자희의 나이 21살에 훗날 동치제가 된 재순을 낳았습니다.
비빈들 가운데 아들을 낳은 유일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바라고 바라던 일입니까?
그 많은 후궁들 사이에 함풍제에게 유일한 아들이라는 게 조금 이상합니다.
함풍제가 다른 여인을 멀리한 것도 아니고 황후도 있는데 왜 아들이 자희에게만 태어났을까요?
정사에는 유일한 아들을 낳았다고 했지만, 야사에는 다른 후궁이 낳은 아들을 자희가 모두 죽였다고도 전해집니다.
또한 자희가 낳았다는 재순도 그녀가 낳은게 아니고 장귀인이란 후궁이 낳았다는 말도 전해집니다.
장귀인이 임신을 하자 자희는 몰래 그녀를 가두어 두고 자신이 임신한 것처럼 행동하고 장귀인이 아들을 낳자
그 아들을 자기가 낳은 것처럼 하고 태감을 시켜 장귀인을 죽였다는 말도 전해집니다.
누가 낳았던 좌우지간 아들이었고 자희가 낳았다고 하면 그런 줄 알아야죠.
아들을 낳고 나니 의빈에서 의비로 또 진급합니다.
그 이듬해 의비에서 다시 의귀비에 봉해지는데 이 자리가 바로 황후의 아래자리인 넘버 2라는 자리입니다.
이제 더 바랄 게 없잖아요.
궁에 들어와 황태자를 쑴벙하고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자리도 정실부인인 황후 바로 아래인데 왠지 서글픕니다.
제1차 아편전쟁이 일어난 후 중국은 몹시 어수선해지며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납니다.
소심한 함풍제는 난이 일어나자 불안해하며 점차 조정의 일을 돌보지 않고 주색잡기에 빠져듭니다.
전국에서 올라오는 일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자희가 한 발 더 다가가 자기가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함풍제를 격무에서 해방시키고 내조를 한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다른사람은 이런일은 월권이고 건방지고 안하무인이라 하겠지만, 본인은 전혀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은 속으로는 대부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녀의 자문을 구하고
스스로 그녀의 무릅아래 엎드려 미소를 보내기를 원합니다.
조정이 부패했기에 난을 제압하지 못하고 관군인 팔기군이나 녹영군은 연전연패를 하게 됩니다.
함풍제는 태평천국군을 제압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관료지주에게 무장을 명령하고
스스로 지역을 방어하라 명합니다.
그러던 중 예부시랑인 증국번이라는 사람이 모친상을 당해 고향에 내려갔다가 상군을 창설하고
태평군을 공격하여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자 자희는 함풍제에게 그를 중용하라 권합니다.
여러 번 권하자 만주족인 황제는 한족인 증국번을 중용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자희의 힘도 강해지고 정사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며 권력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위기는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나라가 태평하면 세상에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난세에 영웅이 태어난다 했나요?
자희는 나라가 혼란한 틈을 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자희의 꿈이 이루어졌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제 작은 꿈 하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녀의 꿈은 황제의 사람을 받는 그런 쪼잔하고 유치한 일이 아닙니다.
내일 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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