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추어버린 곳, 핑야오 고성(平遙 : 평요)

2012. 3. 17.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오늘은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골목을 걸어 다니며 보았던 것들을 살펴보렵니다.

아무래도 고성의 모습은 관광객이 다니는 길은 거의 다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가게이거나

통표나 돈을 별도로 내고 들어가 볼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혹시 좀 더 많은 것을 보시고자 하시는 분은 꼭 통표를 구입하셔서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작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주로 지역 주민이 사는 그런 보통 마을입니다.

우리 부부의 여행은 주제도 없고 순서도 없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면 기웃거리고 보이지 않으면 지나쳐버립니다.

어쩝니까? 그게 우리 부부의 불편한 진실이고 한계인데요.

 

우선 시루(市樓)부터 먼저 올라가 보렵니다.

시루란 떡을 찌는 시루 말고 핑야오에서는 마을 한가운데 볼품없이 불쑥 솟아있는 누각을 말합니다.

핑야오 고성의 중간에 높이가 18.5m나 되는 누각이 있습니다.

그 이름이 시루라고 하는데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의 3 市가 있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합니다.

그래요, 아침, 점심, 저녁이 없는 곳은 세상 어디에나 없지요.

 

 

또 다른 이름으로는 금정루(金井樓)라고도 하는 데 그 유래는 시루 바로 옆에 금정이라는 우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사진을 확인하세요.

그 우물에서는 오래전부터 샘물이 솟아올랐다 하네요.

그런데 신비하게도 우물의 물 색깔이 황금색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우물 이름이 자연히 금정이라고 하고 시루도 다른 말로 금정루라 불렀던 모양입니다.

황토 지역이라 물 색깔이 황톳빛이 아닐까요?

 

황토고원에서 황금색의 샘이 솟았다 하면 천지개벽할 일은 아니지요.

신통방통하게도 이곳처럼 평야에서 묻고 따지지도 않고 불쑥 황금색의 샘물이 솟았답니다.

그게 중국사람은 황금색이라 우기지만, 이 동네가 모두 황토 고원이기에 믿기로 합시다.

황토물을 황금 물이라고 우기니 말입니다.

 

시루로 오르는 계단은 나무로 만들었고 무척 좁고 가파릅니다.

간신히 빠져 올라가면 위의 사진처럼 사당이 여러 개 있습니다.

우리 같은 관광객은 이게 뭔지도 모르고 알 필요도 없습니다.

공덕을 쌓으려 빌어보아야 귀신이 한국말도 모를 텐데 우리가 빈다고 소원을 들어주겠어요?

중국 귀신이 한국말도 할 줄 알면 빌어보겠지만... 그쵸?

아이를 점지해 준다는 낙랑묘 같기도 하지만, 헐~ 우리 부부는 이미 아이 낳는 유효기간도 지나버렸는걸요.

 

14세기 말에 처음 세워졌으나 1688년 강희 27년부터 6번이나 리모델링하였으며

선통 3년인 1911년에 마지막으로 중수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보수하지 않고 버티고 있답니다.

700살 된 곳이 300년 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시루는 핑야오 고성의 랜드마크나 마찬가지입니다.

황색과 녹색의 유리기와로 되었기에 무척 아름다운 누각으로 소문이 자자하다네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루 위에 올라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 제일입니다.

핑야오 고성 안은 높은 건물이 없기에 이곳에만 오르면 성 안을 모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시루가 서 있는 장소는 동대가와 서대가로 가르는 동서로 된 큰길에서 남으로 연결된 남대가라는 길에 있습니다.

핑야오 고성에서는 서대가와 더불어 가장 번화한 길이라 보아도 될 겁니다.

밤에도 시루를 중심으로 불을 켠 곳이 제일 많은 거리이기도 하고요.

시루는 건방지게 길 가운데 버티고 서서 가랑이 사이로 지나다니라 하네요.

헐! 건방진 놈~

 

성벽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곳입니다.

이곳을 오르려면 문표도 소용없고 별도로 또 돈을 내야 합니다.

그러면 통표는 왜 만든 겁니까?

정말  웃기는 핑야오 고성이 아닙니까?

 

중국인의 이런 제도를 보면 욕이 입까지 나오다 들어가지 않고 바로 나옵니다.

그리 비싸지 않은 5원이지만, 정말 중국인답습니다.

그러나 이곳을 외면할 수 없잖아요.

 

너는 누구냐!

요망한 자세로 어따 대고 방망이를 휘두르려고?

흑인 추장입니까?

시루 안에는 관우상을 비롯해 관음상 등이 있고 시루 아래에는 청대의 비석이 11점이 보관되어 있다네요.

좌우지간 좁은 곳에 많은 인형을 올려놓고 빌라고 합니다.

 

무척 색이 바래고 오래되어 히끄므리하지만, 이런 것을 고색창연하다고 하나요?

여기에 오르면 고성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곳에서 바라보는 고성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요?

 

누각에는 우리 눈에는 촌스러워 보이는 것으로 장식했네요.

거울도 붙여놓았습니다.

아마도 해가 비치면 눈이 부시라고 만들어 놓았나요?

너 자신부터 돌아보면 좋겠네요.

 

그 아래 말을 탄 네 명의 장수가 서로 말을 몰아 달려옵니다.

각 장수의 무기를 보니 왼쪽은 방천화극이니까 여포이고 오른쪽 끝에서부터 쌍칼을 들었으니 쌍고검의 유비,

그 왼편이 장팔사모를 든 장비이며 여포와 마주 보며 달리는 청룡언월도를 든 관우로 보입니다.

 

핑야오 고성은 수백 년 전에도 이런 모습이었고 현재도 같은 모습일 겁니다.

바로 시루를 오르면 그게 타임머신입니다.

마을 안을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고...

다만, 오고 가는 사람만 달랐지 모습은 옛날 그대로가 아닐까요?

 

태어난 아이가 세월이 흘러 늙어 죽어도 여기서 바라보는 모습은 바로 한결같은 그런 모습일 겁니다.

아래에 내려다보이는 곳은 고민과 슬픔과 탐욕으로 켜켜이 쌓여있을지라도

여기서 보면 그냥 평온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냥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아가라 하네요.

아무리 운무에 가려도 바람 한 번 불고 나면 잠시 후 사라져 버리는 그런 삶 말입니다.

 

거리 양쪽에 민가들이 있는데 대부분 푸른 벽돌 회색 기와의 사합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사합원식 민가 외에 동굴식 민가도 있는데 지금까지 보전된 사합원식 민가만 약 3,700 채이고

그중 온전하게 보전된 민가는 400여 채나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런 고대 사합원 속을 거닐면 고대의 번화한 도심 속을 거니는 듯합니다.

그게 바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일이 아닐까요?

집은 청대 중기의 상류층 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라 합니다.

집의 모양은 사합원으로 전통양식입니다.

주인이 사용했던 곳은 정남향으로 된 主院은 2층으로 지어졌고 그 앞에 양쪽으로 편원(偏院)과 서원(書院)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형태입니다.

이런 형태의 전통적인 사합원은 우리 부부가 왕가 대원을 갔을 때 보았습니다.

 

오실(五室) 형태로 돈이 많거나 행세깨나 하던 사람이 살던 곳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러니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객실에 해당하는 방이 한 칸이 있고 그 양옆으로 대칭을 이루고 마주 보며

각각 두 칸씩 배치되어 있고 앞쪽으로 주인이 거주하는 주원이 있는 모습입니다.

보통, 일반 서민은 三室이고 황족은 七室이라고 하여 집의 모습도 계급에 따라지었다네요.

우리도 아흔아홉 칸 이상은 짓지 않았잖아요?

 

중국이라도 진한시대 이후에는 동북부 지방에는 워낙 매서운 추위로 말미암아 온돌과 비슷한 화항(火炕)이라

시설을 하고 침상에서 난방도 하고 따뜻한 차도 마실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추운 겨울을 이기기 위해 우리 온돌과 비슷한 장치인 화항이라는 시설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온돌과 비슷한 모습처럼 보이지만, 확실히 다른 점은 침대 정도 크기만 따뜻하게 했네요.

 

그러니 침상 끝에 돌과 벽돌을 쌓아 화로 비슷한 것을 만들어 추운 겨울에는 나무나 석탄을 때면 그 열기와 연기가

침대 밑을 통과하여 건물 밖에 만든 굴뚝을 통하여 배출되게 만든 것으로 우리의 온돌과 매우 흡사하지만,

우리의 온돌은 매우 과학적으로 방 전체를 골고루 데우는 역할을 하지만,

화항은 일부만 데우는 간단한 역할을 합니다.

뜨거운 차를 마시기 위한 화로를 만들어 그 열을 이용한 주객전도로 보였습니다.

그래도 이것만 해도 얼마나 기특합니까?

삶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러나 화항 시설 위에 만든 항탁(炕卓)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아 물을 끓임으로

건조한 실내의 습도 조절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조금은 이 대목에서 엉덩이 한 번 두드려 칭찬하고 갑시다.

맨날 빠떼루만 받고 산 민족이 아니겠어요?

몸살이 오니 저 위에 누워 등어리라도 지지고 갔으면 좋겠어요.

오른쪽으로 지지고 왼쪽으로도 지지고...

지난밤 정전으로 춥게 잤더니 젠장...

 

핑야오의 먹거리인 스토우빙(石頭餠:석두병)이라고 하네요.

공깃돌만 한 크기의 까만 돌을 프라이팬에 달구고는 그 안에 밀가루 반죽한 것을 넣으면 위의 사진처럼

울퉁불퉁 바삭하게 구워집니다.

고소하고 바삭바삭해 먹을만한 군것질입니다.

 

석두병이라고 쓴 듯한데 석두라...

石頭라 하면 옴마야~ 돌대가리라는 말이 아닌가요?

그러면 우리 부부가 지금 돌대가리 과자를 먹은 겁니까? 허어어얼~~~

역시 佳人의 머리는 수준 이하였습니다.

 

성황묘 입구를 지키는 패루입니다.

패루 앞에는 양쪽으로 기둥이 있고 그 위에 서커스에서나 보는 자세로 사자가 냉큼 올라가 앉아 있습니다.

그 돌기둥은 예전에 말을 매는 말, 그대로 말뚝인 전마주(栓馬柱)인 셈입니다.

중국에서 사자란 말이나 지키는 신세로 전락했나 봅니다.

 

성황묘에 모신 신은 한족이 모시던 성황신입니다.

주로 마을을 지켜주는 신으로 추앙되어왔다 하네요.

그래서인가요?

이곳의 성황신을 효능효과가 제법 있었나 봅니다.

아직 핑야오는 옛 고성의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으니까요.

 

위의 사진은 상회 박물관입니다.

이곳은 진상의 대표선수인데 상회가 없다면 말이 되지 않지요.

며칠 전 치커우를 갔을 때 그 작은 마을도 상인의 연합체인 상회가 있었는데, 여기는 진상의 본거지가 아닙니까?

상회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게가 아니라 지금의 상공회의소 같은 역할을 하는 상인들의 이익단체입니다.

그때 제가 쓴 글을 읽으신 분은 상회가 어떤 조직인가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핑야오 고성은 시간이 멈추어 있는 곳입니다.

골목을 돌아가면 수백 년 전의 사람이 뛰어나오며 佳人에 말을 걸 것 같습니다.

여기는 마법에 걸려 나이 먹는 것도 잊어버린 곳이었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을 하여 옛날의 모습을 돌아보는 듯합니다.

명나라 사람도 만나고 청나라 사람도 만납니다.

길에서 마주치면 그들이 佳人을 어느 별에서 왔느냐고 물을 것 같습니다.

지구란 이렇게 아름다운 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