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야오 고성, 성벽 따라 걸어보기.

2012. 3. 20.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이제 우리 여행도 절반이 되었습니다.

한 달의 일정이 길지도 않지만, 짧은 일정도 아닐 겁니다.

시작이 반이라 했는데 반이 지나가니 다 끝나간다는 느낌입니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반이 지나는 시점에는 너무 빨리 시간이 지나 이제 겨우 반밖에

남지 않았다 생각할 것이고, 즐기지 않는 사람은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고 할 겁니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은 뿌연 안개로 시계조차 좋지 않습니다.

성벽의 안쪽은 이렇게 흙으로 다져가며 쌓아 올렸습니다.

성벽 위의 빗물이 흘러내리는 곳에만 벽돌로 쌓았는데 우리 눈에는 허술한

토성이라 생각되지만, 아주 단단하게 다졌기에 수백 년을 견디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가 오늘 가는 개휴라는 도시입니다.

가는 길에 핑야오의 성벽 트레킹 사진이나 올려보렵니다.

성벽을 안으로도 돌고 밖으로도 돌아보았습니다.

우리가 핑야오 고성을 왔으니 고성을 보고 가야 하지 않겠어요?

 

 

핑야오 고성은 북문을 공극문이라 부릅니다.

동문 중 상동문을 태화문이라 하고요 아래에 있는 하동문을 친한문이라 부릅니다.

그러니 동쪽으로는 큰 문이 두 개라는 말이 되네요.

거북이 어깨에 해당하는 남문은 영훈문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서문 중에 위에 있는 상서문을 영정문이라 하고 아래에 있는 하서문을

봉이문이라 부른다는데 이렇게 핑야오 고성을 드나드는 큰 문은 남북으로는

하나씩 두고 동서로는 각각 두 개씩 두었습니다.

물론 작은 문은 여러 개 있기는 하더군요.  

 

 

성벽의 길이는 모두 한 바퀴 돌게 되면 6km가 조금 넘는다 합니다.

150원으로 통표를 산 사람은 위로 걸을 것이요,

1원도 내지 않은 사람은 성벽 아래를 걸을 겁니다.

안으로 그리고 밖으로 각각 돌면 모두 13km를 걷는 셈이 됩니다.

 

 

그리 먼 길이 아니기에 우리 부부는 성벽을 안팎으로 완전히

한 바퀴 걸어서 돌았거든요.

성벽 높이 평균 10m이고 전체 길이 6.4km의 정사각형의 모습을 지닌 성입니다.

성벽이 폭이 5m 정도라 합니다.

성벽 중 남쪽은 주변이 정리되지 않고 그냥 진흙밭입니다.

아마도 이게 옛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요?

 

 

성벽 위는 말을 타고 신나게 달릴 수 있을 정도의 넓은 성벽입니다.

모서리마다 망루가 설치되었고 여장이 있어 숨어서 적의 공격을 반격하며

화살이나 총을 쏠 수 있게 사대도 있습니다.

명대에 만들어진 것이라 명나라는 성을 만드는 특별한 기술을 지녔나 봅니다.

만리장성도 사실 가장 완벽하게 만든 때가 명대라고 했나요?

 

 

명나라가 고집스럽게 성벽 건설에 집착한 이유는 이미 만리장성 위를 걸으며 생각해

보았는데 황제가 포로로 집힌 이후에 더 집착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튼튼한 성벽일지라도 영원히 잠가놓을 수 없지요.

한족은 그렇게 북방민족을 두렵게 생각하고 튼튼하게 성벽을 쌓았나 봅니다.

 

이 성을 함락시키는 방법은?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 스스로 문을 열게 하면 됩니다.

명나라가 청나라에 패망할 때 내부의 난으로 팔달령과 산해관이 자동문처럼 열리듯 말입니다.

민초 마음이 넉넉해 열리면 성벽을 자연히 굳게 닫히고, 민초 마음이 속이 상해 닫히면 성벽은

자동으로 열리는데 이런 성벽만 튼튼하게 쌓아 올리는 황제는 바보 황제입니다.

황제가 민초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 하면 성벽은 언제나 본래 목적대로

튼튼하게 임무를 다 할 것입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

수백 년 전에도 이 성을 쌓으며 일을 하고 저녁에 내려가며 바라보았을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아니겠어요?

세월은 흘러 다른 세상이 되었지만, 그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겁니다.

옛날의 덜수도 덜순이와 함께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았을 겁니다.

지금 다시 덜수가 이곳에 오더라도 노을의 모습은 변치 않고 마찬가지가 아니겠어요?

황금색으로 물든 노을을 바라보면 가슴마저 콩닥거렸을 겁니다.

 

 

이곳의 유명한 음식 중 하나가 핑야오 쇠고기랍니다.(平遙牛肉)

쇠고기를 수증기로 찐 다음 바람이 통하는 서늘한 곳에 널어 말린 것으로 매우

담백하고 고소하면서 쇠고기의 향이 그윽한 것으로 중국에서는 유명하답니다.

약간 짭짤하여 마치 햄을 먹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나 동행하는 사람이 채식주의자라면 그냥 입맛만 다시다 말지요.

이곳에 오신다면 한 번은 맛을 보셔야 한다 합니다.

 

 

전체적으로 핑야오 고성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고성으로는 고즈넉한 맛은 전혀 없고 저잣거리만 있어 흥미는 반감합니다.

핑야오 고성은 마치 미소도 잃어버린 그런 퍽퍽한 삶을 살아온 사람처럼 보입니다.

뭐 고성이라 소문난 곳을 가보면 모두 장사하는 사람만 만나고

가게만 보고 다니는 게 전부이기는 하지요.

 

 

아니군요?

이제 더는 미소조차 지을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을을 다니다 보니 상갓집도 만납니다.

워낙 골목이 좁기에 집안에 모시지 않고 이렇게 성벽에 기대어 임시 빈소를 마련해 놓았네요.

베트남도 상갓집은 이렇게 밖에서 손님맞이를 하지요.

 

 

성안에 살다 죽어서도 성벽에 기대어 가나 봅니다.

누구나 가는 길이지만, 삶이란 이렇게 마무리할 때가 되면 아쉬운 게 정말 많을 겁니다.

마음에 품은 소망은 무엇이었을까요?

가장 아쉬웠던 일은 또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을 미리 알았다면 조금은 마음 편하게 눈을 감았을 듯합니다.

살아생전 다른 사람을 위해 많은 미소를 지었기를 기대해 봅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했나요?

바로 핑야오 고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크게 기대하지 말고 오시면 오히려 좋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 아래 있는 지에시우(介休 : 개휴)라는 도시 주변에 있는 마을과

미엔산을 올라보는 게 훨씬 더 마음에 남을 듯합니다.

佳人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핑야오 고성은 크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고

오히려 아래에 있는 개휴라는 곳을 추천합니다.

개휴라는 도시는 비록 작은 도시지만, 그곳 인근에는 정말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물론 함께 모두 보시면 더 좋겠지요.

 

 

이제 핑야오 고성은 안팎으로 모두 둘러보았습니다.

물론 고성 안의 작은 골목길까지 모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그 안에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껍데기만 보고 온 셈입니다.

 

 

성벽의 외부는 모두 벽돌을 쌓아 올렸지만, 성벽 안은 대부분 흑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데 흙을 쌓으며 석회를 번갈아 층층이 쌓았기에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었나 봅니다.

흙은 이 부근의 황토로 쌓았기에 점차 다시 대지 위로 돌아가는 중인가 봅니다.

 

 

우리 같은 여행자는 이 정도만 보아도 되지 않을까 자기 위안을 합니다.

고성에 대해 연구를 하시려면 몇 달을 이곳에 머물며 보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냥 겉모습만 슬쩍 훑어보고 이제 떠나야 합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다고 했나요?

너무 큰 기대를 안고 핑야오 고성에 왔나 봅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둘이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세상은 나보다 우리가 함께 할 때 더 즐겁습니다.

아무리 힘든 여정이지만, 부부가 함께 다닌다면, 더 즐겁고 행복합니다.

행복이란 둘이 할 때 사랑도 또한 두 배입니다.

 

이제 우리 부부도 다음 여행지로 떠날 준비를 하렵니다.

우선 북문 위에 있다는 버스 터미널로 찾아가 봅니다.

터미널은 북문에서 그리 먼 길이 아니라 걸어서 갑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배낭 멘 서양인과 가운데 보이는 여자는 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 중인 프랑스 사람으로 처음 치커우에서 만나 잠시 인사만 나누고 리스에서

핑야오로 오는 버스 안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곳 핑야오에서 이틀간 다섯 번도 더 만났습니다.

전생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쌓아간다 했나요?

아마도 전쟁에 이웃집에 살았던 덜수네 가족이 아닐까요?

멀리서 보기만 해도 손을 들어 반갑게 인사했던 아주 인사성도 갖춘 프랑스 젊은 부부였어요.

 

 

어제 버스 터미널에 가서 지에시우로 가는 버스의 첫차 시간을 알아보고 나오는데

택시 기사가 우리 부부에게 접근해 장비꾸바오(張壁古堡 : 장벽고보)라는 마을을 

소개하는 팸플릿을 건네며 택시를 타고 가자고 했거든요.

그리고 핑야오 고성 안에 모든 여행사에서 장비꾸바오를 가는 차편을 광고하더군요.

 

장벽고보는 지하에 땅굴을 판 천 년이나 오래된 도시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곳에 대한 관심이 많아집니다.

덕분에 지에시우에서 갈 곳이 한 군데 더 늘었습니다.

 

 

처음 목표한 곳은 미엔산과 왕가 대원 두 군데만이었는데...

팸플릿을 보니까 지하도시니 둔보니 하는 그런 말이 있습니다.

아마도 예전에 군사도시로 만들어진 곳이 아닐까 추측을 합니다.

우리 부부는 이런 곳을 좋아하기에 우리 취향에 맞는 그런 곳입니다.

 

개휴에는 아주 오래된 고성보다 더 예쁜 둔보가 있고 면산이라는 멋진 산도 있습니다.

물론 이 근방에 있는 대원 중 제일 큰 왕가 대원이 지에시우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다녀오실 수 있어 시간이 있으시다면 핑야오 고성은 간단히 보시고

지에시우로 가시기를 추천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인간은 생각하는 게 적으면 적을수록 말이 많아진다 합니다.

바로 佳人을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내용도 없는 이야기로 오늘도 여행기랍시고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걷고 또 걸었습니다.

많이 걸어야 많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佳人의 여행기는 이렇게 단순 무식하게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