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16. 08:00ㆍ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10월 24일 여행 14일째
핑야오 고성에 아침 해가 두둥실 떴습니다.
아닙니다.
해는 떴어도 그게 해인지 달인지 히끄무리하여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핑야오의 아침은 해를 삼킨 운무로부터 시작합니다.
이곳의 아침은 뿌연 안개와 먼지로부터 차차 핑야오 고성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간밤에 정전되어 춥게 잤더니 역시 감기 기운이 있네요.
핑야오의 아침은 음산하고 어둡습니다.
오늘 찾아온 감기 때문에 면산 여행 때 고생 많이 했습니다.
고성의 집이나 주민의 옷차림마저 회색과 검은색으로 칙칙하게 느껴집니다.
중국은 옛날부터 황제나 힘쓰는 사람이 밝은 색을 독점했기에 민초는 늘 어둡게 살아왔나 봅니다.
늘 황사에 찌들어 사니 밝은 색의 옷은 어렵고 목욕조차 자주 하지 않는 민족이라 그렇지 싶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의 표정마저 미소란 볼 수 없고 모두 무뚝뚝한 얼굴로 바삐 지나가 버립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지난밤에 모두 싸우고 나온 사람처럼 보입니다.
700여 년간 고성은 매일 이렇게 어두운 아침을 열었나 봅니다.
어디 핑야오만 그렇겠어요?
이 부근을 다니다 보니 아침은 이렇게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안개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여행하며 베이징과 후허하오터만 제외하고 다퉁부터 계속 이런 날씨였습니다.
아마도 이게 대륙의 전형적인 날씨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밤에는 고성 안으로 차량을 통과시키나 봅니다.
아마도 관광객이 많지 않은 시간에는 차량을 막았던 바리케이드를 제거했다 아침에 다시 설치하는 가 봅니다.
오늘은 온종일 핑야오 고성만 돌아보렵니다.
원래 핑야오 고성 부근에 많이 있는 부잣집 중 한 곳이라는 교가 대원을 가보려 했지만,
우리 부부는 그냥 하루를 이곳에서 빈둥거리며 지내다가 나중에 지에시우(介休 : 개휴)라는 곳에
더 큰 대원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만 둘러보려고 합니다.
대원의 모습은 하나 정도만 돌아보면 되지 여러 곳을 다니며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 하루를 그냥 더 있겠다는 마음은 아직 돌아보지 못한 곳도 있어 살펴보고
성벽을 따라 안과 밖을 모두 걸어보렵니다.
성벽 길이가 6km라 하나 오늘의 목표는 딱 두 바퀴만 돌면 12km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자전거로 도는 방법도 있지만, 자전거보다 더 천천히 가는 방법을 택합니다.
원래 우리 부부가 가장 잘하는 게 바로 걸어 다니며 보는 일이잖아요.
1370년 명대에 핑야오의 성벽을 쌓았다 했나요?
거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체 그 안에 사는 사람만 달랐지 그대로입니다.
그때도 이렇게 살았을 것이고, 지금도 이렇게 살아갑니다.
중국에서도 유명한 고성이 많지만 아마 여기처럼 완벽하게 남은 곳은 없지 싶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이곳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우리 부부도 제법 유명하다는 윈난성 따리와 성벽도 없는 리지앙을 다녀왔고 쩐위엔이나 펑황고성도 다녀왔기에
이곳과 비교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역시 이곳은 규모로도 가장 크고 고성에 걸맞은 모습을 완벽히 갖추고 있습니다.
성벽이 외부로는 벽돌을 쌓아 만든 전성(塼城)으로 보입니다만, 사실은 진흙으로 쌓은 토성입니다.
빗물이 흐르는 물길은 벽돌로 쌓았고 나머지는 진흙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곳만 황토 위에 벽돌을 쌓아놓았습니다.
이 지방이 워낙 황토 고원의 중심이라 세상이 모두 황토이기에 황토로 성을 쌓고 외부에만 벽돌을 쌓았나 보네요.
성문이 있는 중요한 곳에는 안팎으로 모두 벽돌로 쌓아 얼핏 보면 벽돌로 쌓아 튼튼해 보입니다.
그런 게 핑야오 고성도 이제 그 수명이 다해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여기저기 균열도 보이고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시에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벽에다 덧대놓은 것을 보면 안쓰럽습니다.
위험하다는 글만 붙여놓았고 아무런 안전장치도 하지 않았네요.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로 핑야오의 성벽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을지 모르겠습니다.
미리 무너지는 것을 방지했으면 좋겠습니다.
핑야오는 일찍이 서주(西周) 시절부터 성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서주라고 하면 달기의 이야기가 남아있는 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아닙니까?
북위를 거쳐 명대에 이르러 홍무 13년 1370년에 확장 리모델링을 하여 지금에 이르렀다는군요.
역시 명나라는 성벽 축조 전문 국가였습니다.
이 말은 핑야오 주변의 황토 평야가 무척 중요한 식량기지로 이용되었다는 말일 겁니다.
성벽 위로 올라가 조망하는 것과 고성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저인망으로 훑어보는 방법이 있지요.
어음을 중국 최초로 발행했다는 표국(驃局), 전당포를 개조한 것,
명나라 주원장이 명령하여 성마다 만들었다는 종교 성지인 성황묘(城隍廟) 등...
그러니 표국이나 당포는 귀중품을 보관하기 위해 먼저 지하를 파고 외부에서 땅굴을 파고 침입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돌과 벽돌로 안전하게 내부를 두른 후 쉽게 찾아들어갈 수 없도록 미로처럼 입구를 만들고
그 위에 업무시설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중국이란 나라는 신중국이 들어서며 개방이 막히고 사회가 폐쇄되다시피 막히는 바람에
현대화가 멈추어 버립니다.
죽의 장막이라는 담장을 치고 자기들끼리 그 안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리지 않고 지냈지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개발이라는 말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상이 멈추어져 버렸습니다.
우리는 새마을 운동을 한다고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고 난리를 쳤지만,
이곳은 우리와 달리 시골일수록 더욱 시간이 멈추어져 있어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지금은 그런 게 오히려 중국의 자산이며 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기 위해 세상에서 찾아오니 후손들이 행복합니다.
덩샤오핑이 들어서며 이제는 눈을 밖으로 돌려 경제문제에 국가의 방향을 돌린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가 중국을 세상의 공장으로 만든 게 아닐까요?
지금이야 경제를 부르짖지만...
그러나 우리의 60년대 이전의 모습을 이곳에서는 오늘도 볼 수 있습니다.
젊은 분은 위의 사진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할 겁니다.
노새도 눈만 껌뻑거립니다.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먹고 자야 하고 마을로 들어가는 입장료 또한 돈벌이가 되고
모든 가게가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법니다.
심지어 삐끼들까지 설쳐대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조상 덕분에 먹고 사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대부분 입장료가 어디나 있고 마을 사람들이 그 표를 뒤로 빼돌려
조금 싼 값에 관광객에게 파는 곳도 많습니다.
더 재미있는 일은 입장료를 자기에게 주면 그냥 주민 드나드는 곳으로 데려가 주며 들어가게 해주는 일입니다.
이런 경우 가끔은 입장료가 없는 경우가 많아 이곳 물정에 어두운 우리 같은 관광객은 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후손이 조상이 만든 옛 마을을 삐끼 질 하기도 모자라 속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문명국이라는 중국의 현실은 아주 어둡습니다.
이곳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물론 성벽이나 시루로 올라가고 고택 등 16개 유적지를 들어가는 문표를 사는 비용은 별도로 내야 하지만,
고성 마을로 들어가는 비용은 무료입니다.
조상이 보면 뭐라고 할까요?
죽은 조상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핑야오는 그냥 천천히 걸어 다니며 보고 느끼면 되는 곳이 아닌가요?
공연히 비싼 돈을 내고 다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게 어느 구석에 숨어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좌우지간 시간을 거슬러 옛날로 돌아가 본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네요.
여행이란 이렇게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고 다니면 됩니다.
핑야오에서는 우리에게는 이미 사라져 버린 것 중의 하나인 똥장군을 나르는 마차도 다닙니다.
고성 안은 아직도 예전의 푸세식 화장실을 그냥 사용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저 마차가 지나가면 고성 안은 향기로운 냄새로 가득합니다.
향기로운 냄새가 아주 하늘을 찔러요.
노새는 또 무슨 죄입니까?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실수할까 두려워하는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실수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여행이란 실수하기 위해 떠나는 일입니다.
실수를 두려워한다면 영원히 배낭여행을 떠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실수하기 위해 길을 나섭시다.
완벽함이란 신의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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