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마바흐체 궁전에 가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2011. 7. 6. 00:21터키 여행기/터키여행

아침에 일어나 숙소 주변을 산책합니다.

그러나 우리 숙소가 바로 큰길 옆이라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 아닙니다.

이 호텔은 주로 단체여행객 전문인가 봅니다.

최근에 지은 호텔로 무척 깨끗합니다.

호텔에서의 아침 뷔페 역시 이번 터키 여행 중 최고로 맛도 있고 종류도 많았습니다.

 

호텔 옆에 있는 공터에는 무척 많은 버스가 정차해 있고 일찍 출발하는 순서에 따라 호텔 앞에

서서 기다리는데 우리와는 반대 방향으로 도는 한국 여행객이 먼저 떠나는군요.

오늘이 여행 첫날밤을 보내고 트로이부터 간다고 하네요.

이렇게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낸 사람과 여행의 첫날밤을 보낸 사람이

함께 같은 호텔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른 아침에 식사를 마치고 길을 나섭니다.

우리 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갑니다.

바닷가로 난 길을 따라갑니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이 보이는군요.

비잔틴 제국을 굳건히 지켜온 성벽이었지만, 정복자 메흐메드 2세에게 함락되고만

불운한 철옹성. 성벽은 2천 년 가까이 이곳에서 역사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갈라타 대교를 건너 유럽 대륙의 신시가지로 건너갑니다.

갈라타 대교 위에는 많은 사람이 이른 아침부터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터키의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지표가 이곳의 낚시꾼 숫자라 했습니까?

오늘은 토요일입니다.

여러분이 보시는 오늘의 터키 경제상황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신시가지라고 해서 도로가 넓고 반듯반듯하지는 않습니다.

워낙 유적이 많은 도시라 함부로 길을 낼 수는 없을 겁니다.

공연히 잘못 팠다가 유적군이라도 발견되면 다시 덮을 수도 없고...

발굴하자니 많은 보상이 뒤따라야 하고...

진퇴양난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많은 도로가 이렇게 일방통행으로 운영되고 있나 봅니다.

터키에는 우리 한국산 자동차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유럽의 많은 자동차 회사와 당당히 경쟁하고 있습니다.

 

멋진 시계탑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이곳에 뭔가 멋진 곳이 있다는 말이 되지 않겠어요?

시계탑을 올려다보니 도착시각이 8시 30분경입니다.

이곳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정인 돌마바흐체 궁전입니다.

 

아침부터 많은 관광객과 버스로 입구는 무척 혼잡합니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많은 터키 사람도 이곳을 찾아옵니다.

여행을 하다 보니 터키 사람은 무척 인사를 잘합니다.

어떤 경우는 너무 남의 일에 간섭한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입구에도 모스크인 자미가 있습니다.

이스탄불에만 수천 개의 자미가 있는 나라이니까요.

 

이제는 눈에 익은 술탄의 문장...

붉은 바탕에 초승달과 별 하나가 그려진 대형 터키 국기...

그리고 이곳을 찾는 사람을 압도하는 저 멋진 돌마바흐체 궁전의 정문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입구는 마치 시장바닥처럼 혼잡합니다.

여기로 들어가는 것은 이곳에 있는 전문 가이드가 동행해야 한다네요.

 

개별적으로 궁전 안에는 다닐 수 없다 합니다.

물론 사진도 궁전 안에서는 찍을 수 없습니다.

오래전에는 자유롭게 찍다가 얼마 전에는 사진 찍는 비용을 낸 사람에게만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 조건으로 허락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금지했다 합니다.

 

아침 일찍 왔는데도 여기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거 오늘 기다리다가 날 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오늘 돌마바흐체 궁전을 보는 날입니다.

우선 여러분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가운데 타원형으로 금을 입혀놓은 문장이 기억나시죠?

오늘 고향 집을 여러분에게 보여 드릴 수 있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혼내는 일은 나중에 따로 하시죠?)

 

아~ 이 죽일 놈의 화려함...

대문부터 구경 온 사람의 혼을 쏙 빼버립니다.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예고도 없이 자주 휴관을 하기에 운이 좋아야 하고

무척 많은 사람이 구경을 오고 입장객을 제한하고 궁전에서 나온 가이드가 인솔을 하기에

조금만 늦으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기에 일찍 숙소를 나섰지만, 역시 혼잡합니다.

 

마지막 황태자였던 오르한도 궁전 건물 위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구름도 보았을지도 몰라...

5박 6일의 짧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며 돌마바흐체의 모든 벽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며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을지 몰라...

그래... 황태자시여~ 비우고 나니 행복하고 놓고 나니 홀가분하지 않더이까?

움켜잡으면 지옥이요, 놓으면 극락이라 했습니다.

오늘 佳人 또한 모든 탐욕을 이곳에 내려놓고 가렵니다.

 

보스포루스를 향해 활짝 열린 문을 통해 오늘도 유람선은 오르내리고..

왜 佳人도 눈물이 자꾸만 흐르는지 몰라...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기 근위병은 이 마음을 알기나 할까?

알긴 뭘 알겠어요?

근무교대시간이 왜 이리 더디나 그 생각뿐이겠지요.

 

정문으로 들어가며 마지막 황태자였던 오르한도 대문 천장을 바라보며 저 문양을 보았을 겁니다.

무화과 잎사귀에서 따온 문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佳人의 눈에는 우리의 전통 떡살 문양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속이 허해 그런 것만 아닐 겁니다.

 

이제 입장권을 사고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우리 현지 가이드 야사르가 미리 와 대기하고 있다가

입장표도 미리 준비하고 우리 일행을 앞으로 데리고 나가 먼저 입장시켰습니다.

이럴 때 새치기가 되나요?

 

오른쪽을 바라보면 정원 너머로 창살로 만든 담장이 보이고 바로 그 너머

보스포루스 해협의 푸른 물이 넘실거립니다.

원래 이곳은 바다였으나 그곳을 메우고 궁전을 지었다 합니다.

 

정면으로는 돌마바흐체 궁전의 본관 건물이 보입니다.

이제 여러분과 함께 걸어 들어갑니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터키에 얼마 되지 않은 Made in Osman입니다.

터키에 있는 유적 대부분이 그리스나 로마나 비잔틴 제국의 것이고 모스크 정도만

오스만 제국에서 생산한 것이지만, 돌마바흐체는 원산지가 오스만 제국이 맞습니다.

돌궐 족은 처음 살던 곳을 버리고 기후도 온화하고 날씨마저 기막히게 좋은 이 지역을

슬금슬금 내려와 차지함으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말끔히 정리하고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박힌 돌이 많이 남아 있어 파내면 유적이 되는 땅입니다.

땅만 파면 돌이 나오고 그 돌이 돈입니다.

 

정말 잘 가꾼 정원이지요?

튤립과 팬지 꽃...

작은 연못에 분수대까지 눈을 사로잡습니다.

 

돌마바흐체 궁전의 정원에 있는 예술작품입니다.

마눌님이 묻습니다.

"저 조각상을 왜 정원에 두었으며 그 의미가 뭐죠?"

佳人이 당당하게 답을 합니다.

"아! 저거 작품명이 PLEASE DON'T TOUCH라는 작품이야~ 내 새끼 건들면 다쳐! 뭐 이런 의미야"

 

그 건너편에 비슷한 녀석이 또 누워 있습니다.

"그럼 저것은 뭐예요?"

"아! 그것은 PLEASE DON'T TOUCH Season Two야~ 내 새끼 건들면 진짜 죽어~라는 말이야~"

푸~ 하하하~ 저 잘했쮸? 

 

돌마바흐체라는 말은 정원(바체)이 가득 차(돌마) 있다는 의미라 하네요.

정원이 가득 찬 궁전이라...

안으로 들어가 보면 꽃과 분수로 정원을 만들어 아름답게 치장을 하였으며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스포루스 해협의 푸른 물이 넘실거리고 정면의 석조건물은

위압감을 주기에 숨이 턱 막힙니다.

 

방금 걸어 들어온 궁궐 문을 뒤돌아 봅니다.

호수가 하늘을 가득 담았습니다.

세상을 담았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칼리프는 이곳에 살며 세상을 모두 담고 싶었나 봅니다.

뭬가 그렇게 담고 싶었을까요?

한 자밖에 되지 않은 작은 가슴으로 담고 싶은 게 말입니다.

함 줌밖에 되지 않은 주먹으로 움켜쥐고 싶은 건 또 얼마나 많았는지...

 

모두가 탐욕입니다.

파란 하늘에 홀연히 나타났다 금방 사라지는 하얀 구름입니다.

정원의 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한줄기 바람입니다.

 

비록 보스포루스 해협은 폭이 넓지 않아 파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일어난 역사의 파도는 엄청난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중국은 황하를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했지만, 여기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다스리는 자가 이 지역을 손에 움켜쥘 수 있지 않을까요?

 

佳人은 숭늉을 잘 다스려 가정을 움켜잡고 살아갑니다.

이렇게 세상은 물길을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의 주인이 되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런데 왜 佳人은 이런 곳에만 오면 마음이 편해질까요?

정말 이상합니다.

마치 오랜만에 고향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합니다.

혹시 이런 현상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데자뷔 현상이라고 설명하실 겁니까?

아! 병원에 한번 다녀오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