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치킨 이야기 1

2011. 2. 13. 09:31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얼마 전 일이었습니다.

제가 중국 배낭여행 중에 보았던 통 큰 치킨 이야기 입니다.

 

자오싱이라는 동족마을에서 다음 여행지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에는 골목에 아래 사진처럼 장터가 있었고 제일 앞쪽에 닭을 파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중국은 산 닭은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 파는 모양입니다.

 

 

조용한 거리에 갑자기 닭장 속에 닭들이 퍼드덕거리며 난리가 났습니다.

좁은 닭장 안에 갇혀 팔려나가는 신세인데....

 아마도 닭들간에 서열 다툼을 하는 가 봅니다.

이제나저제나 손님이 와 닭을 달라고 하면 바로 끌려나와 죽을 목숨인데 서열 다툼을 합니다.

좁은 닭장 안에 싸움이 벌어졌으니 퍼드덕거리는 소리와 쪼고 물고 무척 시끄러웠지요.

닭대가리로는 당장의 죽음은 생각하지 못하고 좁은 닭장 속에서 영역 다툼과 서열 다틈을 하더군요?

죽음의 번호표를 이미 받아 든 닭들인데....

 

 

그러자 닭을 파는 아낙이 닭장을 열더니 한참 싸움에 열중한 한 마리를 꺼내 바로 그 자리에서 도살해버립니다.

그리고는 뜨거운 솥에 닭을 집어넣더니 그 곱디 고운 색깔의 털 코트를 여지없이 벗겨버렸습니다.

아~

방금까지 퍼덕거리던 그 닭은 잠시 후 아름다운 털 코트를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좌판 위에 냉큼 올려졌습니다.

사실 조금 먼저 가느냐 아니면 잠시 후에 가느냐의 차이겠지만, 닭은 제 명 단축하는지 모르고 서열 다툼을 했습니다.

하기야 닭대가리로 무엇을 고민하고 슬퍼하고 생각했겠습니까만...

 

 

그 모습을 우두커니 쳐다보다 보니까....

우리 인간이 저 닭과 무엇이 다른가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을 살며 언제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갈지 모르는데 탐욕으로 가득 차 명예나 얻으려고 기웃거리고

모두 가지고 갈 수도 없는 돈을 움켜쥐기 위해...

아귀다툼에 남을 속이고, 거짓말에 권력마져 동원하여 겁박하며 돈을 벌어 재산을 축적하고

더러운 뒷돈으로 명예를 얻고 자랑스러워하는 인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요?

정말입니까?

한 치 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인간이 과연 이 세상의 주인입니까?

 

금방 영역다툼에 서열다툼을 하던 건장한 닭은

위의 사진처럼 창피하게도 옷도 모두 벗고 뜨거운 물에 목욕하고 두 다리를 쭉 벗어 싱크로나이즈드 경기하 듯 

아름다운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청문회에 나온 성공한 사람도 벗겨보면 닭보다 더 추한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통큰 치킨이란 인간의 입장에서는 가격파괴한 닭이라고 하겠지만,

닭의 세상에서는 죽음을 불사하고 서열 다툼에 몰두했던 저 닭이었습니다.

몇 분 후를 예상하지 못하고 그 좁은 곳에서 자리 다툼에 서열 다툼이라니요?

 

그리고 마지막 죽어가며 아낙에게 "나의 죽음을 서열 다툼을 했던 라이벌 닭에게 알리지 마라!"라고 부탁하며

뜨거운 솥단지로 들어가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I'll be back~"이라고 한 저 닭이야말로 통 큰 치킨입니다.

지가 무슨 터미네이터 닭입니까? 나 원 참 !!!

 

삶, 참 허무합니다.

살아가는 도중 우리는 징그럽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