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6. 09:03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펄펄 나는 꾀꼬리는 (翩翩黃鳥)
암수 서로 정다운데 (雌雄相依)
외로운 이내 몸은 (念我之獨)
누구와 함께 돌아갈꼬." (誰其與歸)
네~ 고구려 유리왕이 지었다는 사랑 타령 황조가입니다.
유리왕은 일찍이 송양의 딸과 혼인했는데 그다음 해 그만 부인이 죽었답니다.
어떡합니까? 부인이 시집온 지 겨우 일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데...
이때도 사내는 화장실에 가서 웃었으려나요? 아니지요?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다시 장가를 가야지요. 가기 싫다고 해도 백성이 원한 답니다.
이때는 "백성의 뜻이라면~" 하고 못 이기는 체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보험을 든다는 기분으로 두 명과 결혼합니다.
흐미~ 둘 씩이나?
역시 권력이 좋긴 좋군요.
한 사람은 골천 사람의 딸인 화희고 또 다른 색시는 한나라 사람의 딸인 치희라는 처자입니다.
고구려는 우리가 알고 있듯 왕비를 정궁과 후궁으로 나누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자들끼리 경쟁이 붙으면 집안이 시끄러워집니다.
더군다나 서열이 없는 여자들 간의 투기란 볼만하지 않았을까요?
서로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맨날 토닥거리고 싸운 모양입니다.
왕은 하나인데 어쩝니까? 그렇다고 제가 가서 도와줄 수도 없고 말입니다.
왕은 동궁과 서궁을 지어 서로 떨어져 각각 살게 해 주었습니다.
왕이 저녁에 집무실을 나서면 환관이 앞에서 쪼르르 다가와 '동으로 모실까요? 서로 모실까요?' 하고 물었을 겁니다.
아마도 왕이 나오기 전에 풋내기 환관들은 자기들끼리 내기를 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손바닥에 침을 튀기며 점을 쳤을까요?
그러던 어느 날 왕이 일주일간 사냥을 떠나자 왕궁은 호랑이 없는 굴에 토끼가 왕이라고 둘이서 만나 맞짱을 뜹니다.
두 여인이 타투다가 화희가 치희에게 "칫~"하고 놀립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비웃거나 깔볼 때 '칫' 하는 소리를 치희에게는 몹시도 불쾌해
보따리를 싸고 집으로 가버리고 맙니다.
치희에게는 '칫' 하는 의성어가 아킬레스건이었나 봅니다.
왕이 사냥에서 돌아와 이 소리를 듣고 뒤를 좇아갔으나 치희는 화가 나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원래 한 번 가출하면 돌아가기도 쑥스럽기도 하지요?
사실 한 번 더 돌아가자고 했으면 못 이기는 체하며 따라나서려고 했는데 유리왕이 그만 일어서는 바람에....
우리도 세상을 살며 누가 다독거릴 때 그만 끝내려고 하였으나 쑥스러워 금방 끝내지 못할 때가 있었긴 했지요.
자꾸 이야기하면 못 이기는 체하고 그만둔 적도 있었습니다.
왕은 빈손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무 밑에 앉아 쉬고 있는데 꾀꼬리가 하필이면 그때 모여들어 노래를 부릅니다.
타이밍이 절묘합니다. 마치 감독이 시킨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갑자기 시상이 떠올라 노래를 불렀는데 그 노래가 바로 황조가라는군요.
저는 죽어도 그리 못합니다.
가출한 마누라 찾아갔다고 빈손으로 돌아서며 노래하라고 하시면 정말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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