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쫓다가 도읍을 정한 황당한 일

2010. 10. 17. 15:22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유리 왕은 주몽의 맏아들입니다.

주몽이 부여에 있을 때 혼인을 하고 혼인한 처자를 그곳에 둔 체 떠나버리고 그녀는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나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았습니다.

원래 부부란 함께 있어야지 둘 중의 하나만 없어도 그런 시선을 받기는 하지요.

 

어느 날 유리가 놀다가 참새에게 화살을 쏜다는 게 물 긷는 아낙의 물동이를 쏘아 깨뜨려 버립니다.

그 아낙이 대뜸 유리를 보고 "애비가 없어서 저렇다니까!" 하며 꾸짖습니다.

세상에 애비 없는 자식이 어디 있습니까?

 

동정녀 마리아를 제외하고 여자 혼자 아이를 생산하는 능력이 있는 여자를 저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함께 살고 있지 않을 뿐이죠.

그런데 유리가 나중에 황조가를 지은 왕이라고 여기서 편을 들어서도 안 됩니다.

물동이를 깨뜨리는 일은 정말 잘못한 일입니다. 

야단맞아 당연한 일이지요.

만약 아낙의 눈에라도 화살이 맞았더라면, 어찌했겠습니까?

 

유리가 훌쩍이며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묻고 따지기 시작합니다.

많이 컸다는 말입니다.

"제 아버지는 원래 없는 겁니까? 없다면 어머니가 동정녀 마리아입니까? 있다면 어떤 분이고 왜?

남자란 자신의 분신을 보는 순간 세상을 얻었다는 기분이 든다는 데 내 아비는 왜 눈에 보이지 않는 겁니까?"

 

"네 아버지는 이곳에 살 수가 없어 남쪽으로 가셔서 나라를 세우고 킹왕짱이 되셨단다.

네가 크면 '칠각형 돌 위에 있는 소나무 밑에 유물을 숨겨놓았으니 찾으면 내 아들이다.'라는 말을 남기셨단다."

 

옛날 사람이 서로의 신분을 확인하는 징표로 이용하는 상투적인 방법입니다.

수수께끼처럼 어려운 일이지만, 비범한 사람은 모두 찾아내더군요.

그거 찾지 못해 헤어진 부부나 부자간의 상봉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 하나도 없습디다.

 

유리는 이 말을 듣자 주변에 있는 소나무는 모두 뒤져 보았으나 칠각형 돌 위에 있는 소나무는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옵니다.

하루는 마루에 앉아 있는데 기둥과 주춧돌 사이에 무슨 소리가 나는 듯하여 다가가니

바로 그 주춧돌이 칠각형이었고 기둥은 소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보세요... 정말 귀신처럼 찾아내지요?

 

세상의 행복이 멀리만 있다고 생각하고 맨날 헥헥거리며 좇아 다녀 봐야 행복은 항상 더 멀리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찾는 행복은 바로 내 뒤에 바짝 붙어 따라다닙니다.

다만, 우리가 공연히 멀리만 바라보고 있어 발견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내 뒤를 살피며 살아갑시다.

 

이제 집안의 기둥을 뽑아야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그 징표를 집안 기둥 아래 숨겨놓아 기둥뿌리를 뽑게 하나요?

무슨 엑스컬리버 흉내 좀 내 보는 겝니까?

 

뽑아보니 그 안에는 부러진 칼이 있었습니다. 바로 징표이지요.

그 칼을 들고 졸본으로 가 왕을 만나고 부러진 칼을 보여 드리니 주몽도 가지고 있던 칼을 맞추어 봅니다.

딱 맞습니다.

맞고 말고요.

맞지 않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즉시 태자가 되고 주몽이 죽고 난 후에 2대 왕인 유리 왕이 됩니다.

 

유리 왕 19년, 하늘에 제사를 지내려는 데 제물로 사용하려던 돼지가 그만 튀어버렸습니다.

원래 돼지는 잘 도망갑니다.

더군다나 자신이 제물로 선택받았다고 느끼면 무조건 튑니다.

돼지가 느리고 미련하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왕은 부하에게 잡아오라고 하자 부하는 돼지를 발견하고 급한 나머지 돼지를 붙잡다가

그만 다리의 힘줄을 끊어버렸습니다.

신성한 제물에 흠집을 남긴 거지요.

그러면 죽습니다.

 

그래서 돼지를 붙잡던 두 사람을 구덩이에 던져 죽여버렸는데 왕은 왜 또 병이 납니까?

무당에게 물어보면 죽은 자들의 귀신이 붙었다고 하지요.

그러면 혼을 위로하면 바로 낫습니다.

 

2년 후 제사에 쓸 돼지가 또 튑니다.

왕은 제물 담당 설지에게 "알았지?"라고 하고 설지는 돼지 잡으러 갑니다.

설지는 국내라는 곳까지 쫓아가서 결국 돼지를 흠집 없이 붙잡고 그곳에 잠시 돼지를 맡겨 놓고

돌아와 왕에게 아룁니다.

 

"폐하! 제가 국내라는 곳까지 돼지 몰러 갔더니만 그곳은 이곳과는 다르게 땅이 기름져 곡식을 재배하기가 좋고

물산이 풍부하고 지형조건이 이곳보다 훌륭해 그곳으로 도읍을 옮기면 백성이 풍족히 먹고살 수 있으며

외적의 침입에 방어 또한 끝내줍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곳이 8 학군입니다."라고 보고 합니다.

 

그래서 드디어 이듬해 고구려는 국내로 도읍을 옮기게 됩니다.

그게 바로 국내성이 되는 곳입니다.

제물에 쓸 돼지가 튀어 도망가는 바람에 도읍을 천도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황당 시추에이션입니까? 나 원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