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그리고 다시...

2011. 5. 2. 00:40중국 여행기/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여행에서 돌아와 쓰기 시작한 중국 한 귀퉁이의 여행기를 이제 모두 마쳤습니다.

일요일을 제외한 날에 한 편의 글을 매일 쓴다는 일도 제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야기와 연관되는 사진을 선택하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서없는 이야기로 글을 읽는 분에게 아무 도움도 드리지 못하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제 여행기는 위의 봉황고성의 안개 자욱한 모습처럼 개운한 맛이 전혀 없습니다.

 

위의 지도를 참고하시면, 우리 부부가 34일간 스치고 지나간 여행지가 나타납니다.

광저우로 들어가 서쪽으로부터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원래의 계획과는 많이 다른 일정이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글을 쓰며 가장 걱정스러운 것이 중간에 마완성으로 끝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佳人이 전문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또 어떤 날은 사진만 우두커니 바라보며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역시 이야기를 쓴다는 일은 우리 같은 보통사람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비록,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래도 끝까지 완주했다는 것에 만족하렵니다.

그 힘은 늘 함께 하시며 힘들어 지친 佳人에 손을 내밀어 주시고 등을 토닥거려주신 여러분의 힘이었습니다.

 

읽는 분에게는 그저 평범한 여행기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34일 동안 길거리를 헤매며 두리번거리며 다닌 로드 다큐멘터리이며 기록입니다.

언어도 통하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이었으니 얼마나 마음 졸이며 다녔겠습니까?

어느 날은 목적한 곳까지 가지도 못하고 해가 저물어 이름도 모르는 곳에서 하루를 자고 가기도 했습니다.

이제 오늘 그동안 함께하시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여러분과 안녕을 고해야 합니다.

 

그동안 미루었던 숙제를 모두 마친 듯 홀가분합니다.

오늘은 과거의 마지막 날인 동시에 미래의 첫날입니다.

여행기를 끝낸 마지막 날임과 동시에 새로운 여행을 꿈꾸는 첫날입니다.

 

유행가 가사 중에 이런 가사가 생각납니다.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만 편지"

어디 인생만 그런가요?

여행도 그런걸요.

 

여행도 미완성이며 여행기도 쓰다가 만 이야기입니다.

그러기에 마지막 이야기를 쓰다 보니 아직 끝내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 듯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두리번거리며 다시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꿈을 꾸는가 봅니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합니다.

여행지에 뭔가 남겨놓고 오지 않았나 자꾸 뒤돌아 봅니다.

우두커니 서서 멍하니 바라봅니다.

아마도 또 다른 여행의 꿈을 꾸고 있나 봅니다.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상상하고 새로운 여행을 준비합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시절에 떠났습니다.

돌아와 보니 이미 단풍은 모두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았습니다.

이제 우리 인생에 다시 한 살을 더합니다.

아닌가요? 우리 나이에는 살아갈 날에서 1년을 또 빼야 하나 봅니다.

 

저 멀리 마지막 문은 누구나 통과해야 할 문이지만, 이제 그곳이 한 발자국 성큼 더 다가온 느낌입니다.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나 봅니다.

부지런히 한 곳이라도 더 떠나는 연습을 해야 하겠습니다.

 

가시나무 새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위해 평생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가시나무를 찾아다닌다고 합니다.

그러다 가장 뾰족한 가시나무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날아가 날카로운 가시에 자신의 몸을 날린다 합니다.

피를 흘리며 그 가시에 찔린 고통으로 마지막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생을 마친다 합니다.

 

佳人도 멋진 노래를 하고 싶지만, 그리하지는 못합니다.

그 이유는 가시나무 새가 얼핏 멋져 보여도 결국, 새대가리입니다.

그 가시나무 새가 몸을 던진 가시가 세상에서 제일 날카롭다는 증명을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佳人은 다시 날카로운 가시를 찾아 또 여행을 준비합니다.

 

제 여정 중 틀린 정보도 많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혹시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이 계시고 제 여행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신다면 행복하겠습니다.

비록 제일 날카롭지 못한 가시였을지 몰라도... 

저도 가시를 찾아다녔으니까요.

 

34일간의 여행 이야기를 이제 접어야 할 시간입니다.

그동안 한 장씩 펼쳐가며 안개 같은 여정을 회상했습니다.

기억력의 한계로 그때마다 메모하고 다녔지만, 어떤 메모는 왜 그렇게 적어 놓았는지

알 수 없어 지워버리기도 했습니다.

 

길을 가다가 우두커니 서서 두리번거리며

이게 제대로 가는 길인지 자신에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날이 저물면 낯선 땅에서 하루를 머물다 가기도 했더랬지요.

 

그래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늘 佳人 곁에는 웃는 얼굴로 함께 길을 걷는 동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佳人에 어깨를 내어주며 쉴 수 있게 해 주었고, 미소로 격려를 해주었기 때문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징시에서는 밤에 자려다가 외국인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삔관에서 쫓겨나가도 했습니다.

통런에서는 오히려 외국인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꽁안이 순찰차로 우리 부부를 터미널까지 태워주기도 했습니다.

물정이 어둡고 언어소통마저 원활하지 못한 여행이었지만, 문제는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두려운 마음입니다.

 

제 여행을 가만히 회상하니 정말 주제도 없는 여행이었습니다.

어느 날 땅속으로 푹 꺼진 협곡으로도 내려가고 어떤 날은 산꼭대기로도 기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 광장을 헤매기도 했고 그들 속으로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여유를 부려보기도 했고 건너뛰기도 했습니다.

우두커니 서서 갈 길을 잃어버리고 갈팡질팡 생각 없이 돌아다녔습니다.

여행길에서 만난 중국인을 약속하지 않아도 며칠이 지난 후 낯선 곳에서 다시 만난 적도 있었습니다.

 

바둑에서도 어느 정도 수준만 되면 그 많은 수를 모두 기억하고 복기를 한다지요?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은 18개의 홀에 자신이 친 공의 궤적이며 위치까지 기억한다 합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리 긴 여행일지라도 출발에서부터 돌아오는 순간까지 모두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제 머릿속에는 하얗게 변하고 안개만 가득할까요?

 

그래요, 글재주가 없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긴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고통입니다.

그러나 佳人의 여정에 처음부터 함께 하시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분 때문에 마지막 글까지 완주하게 되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요?

격려란 이렇게 어리석은 민초를 완주하게 하나 봅니다.

이게 모두 여러분이 격려를 아끼지 않은 덕분입니다.

 

우리 부부 둘 만의 여행이 어찌 즐거움만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정말 즐거운 일은 여행기를 쓰며 함께 하시며 늘 등을 토닥거리시고 격려해주시는

바로 여러분이 계셨기에 우리 부부의 여행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세상을 살며 이런 멋진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여행을 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비록 힘들고 지쳤지만, 이런 경험을 해 본 사람이 하지 못한 사람보다 훨씬 적기에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놓습니다.

언어와 체력과 정보와 지식...

모든 점에서 불완전했지만, 아무 탈 없이 마쳤습니다.

공자께서 知之者 不如 好之者 (지지자 불여 호지자) 好之者 不如 樂之者 (호지자 불여 낙지자)라고 했습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즐기며 다녔습니다.

 

이제 큰 짐을 내려놓은 듯합니다.

미루고 미룬 숙제를 끝낸 기분입니다.

방학 때 일기 숙제를 매일 쓰지 않아 마치 하루 만에 한 달 치 일기를 모두 쓴 기분입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몰랐지만, 다 쓰고 다시 읽어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그래도 글이란 잘 썼든 못 썼든 글을 쓴 사람에게는 무척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이제 며칠간은 컴퓨터를 쳐다보지도 말아야겠습니다.

 

항상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은 무척 어렵습니다.

힘이 들 때면 잠시 한숨 돌리며 쉬어가는 일도 도움이 됩니다.

 

여행하다 보면 늘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며 다닌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어느 날은 그냥 하루 게으름도 피우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차라리 돌부리에도 채였으면 핑계 삼아 쉬고 싶은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쉬다 보면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한 듯 불안하고 또 밖을 자꾸 기웃거리기까지 합니다.

 

함께 여행하는 동반자가 있다면 더 어려운 일입니다.

내 마음도 제어하기 어려운데 서로가 마음이 맞아 함께 여행하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여행 중에도 이런 데 하물며 한 세상 살아가며

동반자에게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대한다는 것도 정말 어렵습니다.

 

내가 내 안의 다른 나를 버려야 하고

그이가 나를 이해하고 감싸 안아야 합니다.

사랑은 채우는 일만 아니고 때로는 비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담을 지고 살아가는 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놓아주어야

조금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 안에 가두고 살아가는 동안은 늘 여러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내일은 마눌님 손이라도 잡고 산책길이라도 나서야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우리 또 언제, 어디로 떠날지를 이야기라도 나누어 보아야겠습니다.

 

이제 우리의 여행은 끝이 났지만, 다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됩니다.

결국, 여행에서 돌아온 일은 여행을 끝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여행에 돌아와 여행 이야기를 쓰며 가만히 지나온 길을 다시 더듬어가며 또 한 번의 여행을 했습니다.

글재주가 없는 사람이 글을 쓴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지만....

참 즐거운 추억이었습니다.

 

정말 행복한 기억이었습니다.

지금에서야 여행이 어떤 것인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습니다.

혹시 우리 부부에게  추천하실 루트가 있으시다면, 제게 꼭 알려주세요.

아직 다음 여행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세요.

혹시 길을 걷다가 부부 둘이서 서로 마주 보며 재잘거리고 가는 사람이 있으면 유심히 쳐다보세요.

그게 혹시 우리 부부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우리 부부를 길 위에서 만나신다면 손이라도 흔들어 주세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잠시 쉬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충전해 새로운 곳을 향하여 떠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이제 여러분과 여행 이야기 속에서 헤어져야 합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잊히는 일이겠지만,

여러분이 혹시 나중에 佳人을 기억할 수 있다면 헤어지는 것이 아니겠지요.

그리고 다시 제가 길을 나설 때 佳人을 기억해 주신다면 헤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분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일 겁니다.

혹시 여행 중에 길에서 만나기라도 한다면 인사라도 나누고 등이라도 토닥거려주세요.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어려운 여정을 언제나 곁에서 잔잔한 미소로 격려를 아끼지 않고 동행한

마눌님에게 이 글의 반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