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2. 10:00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곪으면 썩습니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드디어 터지기 시작합니다.
원래 과중한 세금과 부역, 그리고 가혹한 형벌은 민심을 떠나게 하지요.
사람 사는 세상 어디나 세금이 과중하면 민심은 동요됩니다.
그런 것들이 하나씩 모이면 작은 구멍이 큰 뚝을 무너뜨리 듯 무너지는 게 세상의
이치로 이런 법칙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가장 하책인데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왜?
정치하는 사람의 머리 수준이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드디어 초나라 출신인 진승과 오광 등이 산둥에서 오광 패를 높이 드니
많은 호걸이 호응을 합니다.
지리적으로 함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사실은 산둥은 화하족도 아닌걸요.
그들은 동이족이잖아요.
오광이면 무조건 쓰리 고에 광박을 씌울 수 있는 최소한 따따블은 되잖아요.
그리고 여러 곳에서 스스로 제후나 왕이라고 합니다.
자기 동네에서 황제라고 한들 누가 뭐라고 합니까?
한때는 홍문까지 반란군이 밀고 들어왔으나 간신히 물리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사가 여러 차례 상소를 올립니다.
"폐하... 세상을 바로 보십시오. 넘 하십니다."라고 했지만 2세 황제는
오히려 성질만 부리며 말합니다.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 당의 높이는 석 자고, 서까래는 끝을 다듬지 않아 원목
그대로이고, 지붕은 억새로 덮었고, 겨울에는 사슴 가죽으로 만든 옷, 여름에는 삼베옷,
거친 밥에 명아주 잎과 콩 잎으로 끓인 국을 질그릇에 담아 먹었소.
우임금은 종아리 털이 닳아 없어졌고, 손발은 굳은살, 얼굴은 까맣게 타 결국 객사하였소.
이렇게 해야만 천하를 다스리는 자가 하는 일이란 말이오?
그건 쪼다 멍청이 짓이오.
지금은 요임금이나 우임금이 다스리던 세상이 아니오.
세상이 날아가는 화살처럼 빠른데 언제까지나 그런 옛날 케케묵은 생각에 빠져
살아야 한단 말이오."
태자에게 공부를 시키는 일은 맨날 암기식으로 달달 외우는 이런 것만 시키면
꼭 이런 말만 합니다.
폭넓은 인성교육을 해서 인간을 만들어야죠.
그래도 지금까지 듣고 배운 게 있다고 요임금이니 우임금이니 하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런데 이번 반역도당의 무리가 일어난 곳이 문제가 되기 시작합니다.
이사의 아들인 이유가 삼천 태수로 있으며 그 지역에서 반란을 일으킨
오광 등의 도적을 막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딱 걸렸습니다.
조정에서는 이유에게 막지 못한 이유를 묻습니다.
이사를 반대하고 질투하는 자에게는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가 어디 있겠습니까?
피박에 광박 그리고 흔들고..... 옴팡 씌워 버립니다.
아들로 말미암아 화가 이사에게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사는 밤잠을 제대로 잘 수 없습니다.
그래서 퍼뜩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사의 특기인 글질을 하는 일입니다.
이사는 용서를 빌고자 황제가 좋아할 내용의 글을 올립니다.
예전에 선왕인 진시황 시절에도 이사가 티국에서 온 사람이라 낙마 위기에 처했을 때도
한 짓으로 그놈의 글이 2천 년이 지나서도 이웃나라인 대한민국의
항공사의 광고 카피로 나오더군요.
네... 바로 태산불사토양 하해불택세류(泰山不辭土壤 河海不擇細流)라는 글 한 줄로
다시 화려한 컴백을 하여 진시황의 예쁜이로 한평생을 살아왔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그 아들인 2세 황제에게 쓴 글 내용을 간단히 옮겨 적어보면....
"Oh my God, Your Majesty!여....
한비자는 '인자한 어머니에게는 방탕한 자식이 있지만,
엄한 가정에는 거역하는 노비가 없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법을 엄격히 하여 신하나 백성을 관리하면 군주는 홀로 존귀해지고 누구도
감히 군주를 거역할 수 없습니다."라는 뜻의 상소를 올렸습니다.
한비자라면 동문수학했지만, 이사보다 더 똑똑했던 인물이 아닌가요?
진시황이 한비자를 중용하려는 눈치를 채고 이사가 모함해 옥에 가둔 후
자결하게 유도해 죽여버렸던 인재였지요.
그러나 자신이 궁지에 몰리자 이사는 한비자의 이야기까지 언급하며 모면하려고 하네요.
이 말은 "너 지금 잘하고 있다. 민초는 풀어주면 헬렐레하니 더 조여라.
그러면 너는 더 홀로 독야청청하리라.
누가 감히 네놈에게 깐죽거리겠느냐... 이런 뜻입니다.
얼마 전까지 "아니 되옵니다. 폐하~"라고 했는데 그놈의 자식이 뭔지
방향을 확 틀어버렸습니다.
좌회전 깜빡이를 틀고 갑자기 우회전한 겁니다.
자식을 두고 도박할 부모는 세상천지에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리 황제라도 '너 아주 잘하고 있다.' 하면 좋아하는데 보통 세상을 살아가며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한 번 말 해보세요.
미워도 '너 오늘 참 예쁘다, 옷이 참 잘 어울린다, 너는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등등...
말을 들은 상대는 당장은 표정을 감추며 빙그레 웃지만 속으로 좋아 죽습니다.
바보 같습니다만 사실 사람은 누구나 그렇습니다.
저도 누가 칭찬하면 좋아죽습니다.
왜?
저도 바보이니까요.
잘한다고 칭찬하면 정말 잘하고 있는지 알고 더 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고래보다 아이 큐가 높은 사람은 어떨까요?
2세 황제는 세금을 더 많이 걷는 관리가 유능하고 더 많은 죄인을 만들어 죽인 자가
충신이라고 하고그러다 보니 거리에는 죽은 자가 산을 이루고
걸어 다니는 산 자들의 절반은 예비 죽은 자입니다.
그런데 조고에게 한 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2세 황제가 자기를 신임하고 있지만 조고는 저잣거리에 떠도는 흉흉한 이야기가
어쩌다가 황제의 귀에 들어갈까 봐 대신들과 황제를 격리시킬 생각으로
또 세 치 혀를 나불거립니다.
원래 모사꾼에게 이런 방면에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터득하지요.
"천자가 폼 나는 것은 신하들이 단지 목소리만 듣고 얼굴을 감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기
때문으로 천자가 자신을 부를 때 아직 현상이 나타나기 전의 상태라는 의미인
짐(朕)이라고 칭하는 이유가 바로 그 이유입니다.
요게 요즈음 말하는 신비 마케팅입니다.
자기의 약점을 숨기며 더욱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말이지요.
직접 신하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황제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폐하께서는 궁궐 깊숙이 계시고 안건이 올라오면 법에 밝은 신하와 저 이렇게
상의하여 처리하면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을 뿐 아니라 감히 잘못된 안건을
올리려는 생각도 못할 것입니다.
그리하시면 천하는 폐하를 성군이라 칭송할 것입니다."
유룡즉령(有龍則靈)...
물이 깊어 영험해지는 게 아니라 용이 산다면 저절로 영험해진다는 말로 황제가
바쁘게 많은 일을 한다고 덕망이 높은 게 아니라 황제가 궁궐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명성이 세상을 찌른다는 의미겠지요.
헉!!! 중국의 용도 셀프로 물속 깊숙히 자가격리에 들어갔나요?
따라서 영험한 지존이 계시는 곳에 함부로 투서질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황제는 그냥 구중궁궐 깊은 곳에 들어앉아 주색잡기만 해도 되니까 모든 안건은
자신이 먼저 검토하여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원천 봉쇄하겠다는 말이지요.
이 이야기는 바로 황제는 얼굴 마담으로만 있고 실제로 진나라의 모든 일은
자기가 처리하겠다는 말입니다.
황제란 궁궐 안에서만 황제이고 천하의 황제는 조고가 되는 겁니다.
2세 황제가 듣고 보니 그럴듯한 말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황제는 보지 못합니다.
왜? 바보니까요.
그래서 그러라고 하고는 더 구중궁궐 깊숙이 들어갑니다.
이제부터는 진나라는 조고의 세상입니다,
과연 이런 상태라면 누가 진나라의 진정한 황제입니까?
이런 일이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인 자가격리의 시작인 셈입니다.
중국은 이미 이때부터 자가격리를 시행했나 봅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진나라 때부터 황제가 코로나가 창궐하지 않아도 구중궁궐
깊숙히 들어앉아 셀프로 자가격리를 함으로 몸소 실천했던 겁니다.
인류 역사상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자가격리에 들어간 인물은 바로
진나라 2세 황제인 호해였습니다.
조고의 신비 마케팅이라는 말에 홀라당 넘어간 2세 황제...
결국, 좁은 궁궐 안에서 만의 황제입니다.
외부와 통하는 통로는 모두 조고가 틀어잡고 지시를 하며 말끝마다
황제의 명이라는 말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환관 조고는 궁궐 밖의 황제, 밤의 황제, 낮의 황제.... 마음대로이지요.
늘 황제의 곁에서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모든 일은
조고가 직접 처리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이사가 이 문제를 직접 황제에게 제기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기회에 이사를 완전히 물 먹이려고 이사를 만나 부추깁니다.
그러니 위기의 기회를 역전의 기회로 만드는 재주를 조고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고는 먼저 이사를 찾아가 선수를 칩니다.
"지금 세상에 도적들이 횡행하고 있는데 황제는 아방궁을 짓기 위해 부역을 가중시켜
여론이 들끓습니다. 인터넷에 댓글로 악플이 올라오고 황제를 비하하는
단어들이 난무합니다.
황제의 "황"자나 아방궁의 "아"자라는 글자마저도 인터넷 금칙어로 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문제를 황제에게 간하여 바로잡는 일은 저처럼 미천한 지위에 있는 사람은 할 수 없고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승상의 일인데 어찌하여 입에 지퍼를 채우고 가만히 계십니까?
이는 만고의 죄를 짓는 일이고 후대에도 역적이라는 말만 들을 겁니다."
입만 열면 줄줄줄...
이사는 조고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인지 알고 반가운 마음에 말을 합니다.
나잇살이나 먹은 이사가 어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세상을... 아니 함께 일을 했던 조고의 인간성을 이렇게도 파악하지 못했단 말입니까?
도둑이 들라치면 개도 짓지 않는다고 하지요?
몰락하는 이사의 총기는 이미 사라지고 판단력마저 흐려진 겁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황제에게 한마디라도 하고 싶은데 도통 만날 수 있어야지요.
신비 마케팅인가 자가격리인가 뭔가 한다고 궁궐 깊숙이 처박혀 있어 코빼기라도 봐야죠?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요.
요즈음에는 승상마저도 찾지도 않고 만날 수도 없습니다."
"승상께서 진심으로 황제를 만나기 원하시면 제가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그게 제 전공입니다."
아니 이런? 조고가 웬일입니까?
그러나 조고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황제가 쭉쭉 빵빵 미녀들과 먹고 마시고 즐길 때만 되면 이사에게 연락해 궁궐로
오라고 하고 황제의 배알을 청하게 하니 황제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놈은 내가 여자들과
즐기려고만 하면 미리 아는 듯 딱 정확한 타이밍에 훼방을 놓고 싶어 만나자고 합니다.
황제로서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습니다.
언제나 그랬으니까요.
한창 흥이 오르기 시작할 시각에 배알을 청하니 황제의 배알이 꼬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사랑하는 애인과 둘이서 데이트하는 달콤한 시간만 되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매번 그 시간에 만나자고 연락 오면 만나고 싶겠습니까?
그 친구는 친구가 아니라 웬수입니다.
이러면 찍힙니다.
찍히면 바로 갑니다.
세 번을 반복하자.
황제는 삼진 아웃을 생각합니다.
이런 때 만난다면 분명히 잘못된 만남입니다.
잘못된 만남에서 하는 말은 바른말일지라도 무조건 부정적으로 들립니다.
콩으로 메주를 쏜다 해도 말입니다.
아~ 중국은 메주가 없군요.
밀가루로 면을 뽑는다고 해도요로 바꾸겠습니다.
"짐이 한가하게 사색하고 천하를 생각하고 백성의 안위를 생각하며 쉬는 날이 더 많은데
모처럼 날을 잡아 오랜만에 즐기려고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배알을 청한다?
이는 필시 황제인 짐이 어리다고 깔보는 것으로 의도적으로 방해를 하기 위함이다."
이때 적시에 조고가 군불을 지피며 부채질을 시작합니다.
"저는 감히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지만...(원래 이렇게 시작하면 진작부터
말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사구에서 모의하여 폐하께서는 황제가 되셨지마는 승상은 진급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땅을 받아 제후국의 왕이 되고 싶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을 폐하께서 모른 척하고 지나셨습니다.
지금 폐하는 겨우 궁 안의 황제, 승상은 천하의 황제입니다.
(이게 바로 삼족을 멸해야 하는 역모입니다.)
이는 옆집의 강아지인 뽀들이도 알고 세 살 먹은 아이도 승상이 떴다 하면
울던 울음도 그친다고 합니다.
호환 마마요?
19금 비디오요?
그건 승상에 비교하면 깜도 되지 않습니다.
제가 조사를 하지 못해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게 조사만 맡겨만 주시면 바로 보내버리겠습니다라는 말입니다.)"
황제는 이쯤 되면 조고에게 은밀히 이번에도 "조고! 이번에도 자네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대로 해 봐~"라고 합니다.
바로 생살여탈권을 황제 이름으로 부여한다는 의미지요.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세라....
아~ 하늘은 이제 이사를 버리나요?
황제의 명령이 떨어지자 지금까지 조고 입장에서 가장 껄끄러웠던 이사를
완전히 보낼 수 있으니 갑자기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제 조고는 이사를 불러 조사가 시작합니다.
이럴 경우 물론 계급장을 떼고 만납니다.
참고인이 아니라 피조사인이고 범죄혐의자로 신분이 바뀐 것이지요.
이사는 황제를 직접 만나 수 없어 편지를 씁니다.
"군신이 어깨를 겨루면 나라가 흔들리고, 첩이 안방마님과 경쟁하면 집안이 시끄럽습니다.
지금 폐하의 주위에서 폐하의 이름을 빌려 선무당 짓을 하는 조고라는 놈이 있어
분탕질하고 있습니다.
지금 손을 보지 않으면 오히려 역모를 일으킬까 심히 우려됩니다."
맞는 말입니다.
지당한 말이지요.
그러나 이미 서산으로 넘어가는 석양으로는 세상을 밝힐 수도 없을뿐더러
작은 조각의 빨래조차 말릴 수 없습니다.
한 세상을 풍미했던 이사도 나이가 들고 처지가 몰리면 이런 단순한 이치도 모릅니다.
이사가 누굽니까?
진시황을 도와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비록 중원이지만 천하를 통일한 역사적인 인물이 아닙니까?
이런 사람이 팬티조차 말릴 수 없는 햇볕으로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편지질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마지막 이야기로 여러분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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