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맑은 샘의 고향 수허꾸전

2010. 3. 2. 20:52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09

11월 9일 / 여행 13일째.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윤동주 님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중에서)

 

그런데 이미 내 인생에 벌써 겨울이 왔습니다.

가을에는 물어볼 말도 따질 시간도 없이 어느새 지나가버렸습니다.

요즈음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면 미래의 이야기는 없고 대부분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만 합니다.

벌써 내 인생의 겨울이 왔다는 의미겠지요? 

 

오늘은 수허꾸전을 보러 갑니다.

8시에 숙소를 나서 천천히 걸어가며 사람 사는 모습도 보며 갈 예정입니다.

수허꾸전은 리지앙 꾸청에서 북서쪽으로 약 4km 정도 떨어진 위룽쉐산의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여행 중에는 가능하면 걷습니다.

그 이유는 걸어가며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속도를 줄이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걸으면 둘만의 많은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각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농담이라도 좋습니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체면을 차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실수를 해도 좋습니다. 이야기란 하면 할수록 많아집니다.

 

리지앙에서 북쪽으로 난 큰길인 샹그릴라 대로를 따라 올라가면 아래 지도처럼 삼거리가 나온다.

11번 버스를 1위안을 내고 리지앙 꾸청 북단에 있는 대수차 부근에서 타면 삼거리까지 오게 된다.

굳이 비싼 택시를 타고 갈 이유가 없는 곳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화단으로 꾸며진 삼거리다.

그 건너편이 세계문화유산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수허꾸전은 왼쪽 수허로 방향으로 가고 버스는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기에 이곳에서 내리면 된다.

눈앞에 위롱쉐산의 웅장한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오는 길에 현지인처럼 그들 속에 섞여 아침도 먹고 천천히 걸어 이곳까지 왔더니 두 시간 걸린 10시에

도착한다.

이곳 삼거리에도 예외 없이 삐끼가 기다린다.

우리같이 고성 보호비 80위안을 내지 않은 사람은 수허꾸전을 들어가려면 돈을 다시 내야 하기 때문에...

 

삐끼는 우리에게 한 사람에 10위안을 내면 마을 안으로 들어가게 해주겠단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을 당연히 붙여야 제맛이지~~

반으로 뚝 잘라 두 사람이 10위안에 하기로 하고 우리는 삐끼와 동행한다.

  

삐끼는 벌써 우리가 한국사람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나이 든 부부가 이렇게 여행을 하는 게 무척 부럽다고 말한다.

당신도 우리 나이가 되면 우리보다 더 재미나게 다닐 수 있다고 대답해 주었다.

잠시 10분 정도 걸어가니 수허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매표소가 보인다.

 

위에 사진에서 보이는 정문 입구 앞에서 큰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아래 사진처럼 난 비포장 길로 들어간다.

길 끝 무렵에는 건물이 하나 있고 그곳에서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아래 사진처럼 건물 담장을 따라 다시 마을 방향으로 간다.

삐끼와 함께 초콜릿도 나누어 먹으며 또 잘 통하지도 않는 대화를 한다.

 

담장이 끝나는 곳에 이런 소로가 있고 이곳을 통과한다.

그러니 이게 바로 개구멍이란 말이다.

울랄라~ 오늘 개가 되어 이곳을 통과한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데 잠시 개가 되는 일도 즐겁다. 

 

그곳을 나오면 이제는 개구멍이 아니고 주차장이 나온다.

당당하게 주차장 정문을 통과한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돌아가면 바로 수허꾸전의 정문을 통과하고 나서 수허꾸전이라는 제일 위의 처음에 올린

사진에 나오는 패방이 나온다.

삐끼는 그곳까지 우리를 안전하게 인도하고 돈을 받는다.

 

이런 방법이 싫다면 당당히 80위안/1인을 내고 들어오든지 아니면 수허로로 들어오는 길에 오른쪽으로

바이샤 마을로 가는 큰길이 보이는데 그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수허마을 뒤로 들어갈 수 있다.

 

수허꾸전은 행정구역상 리지앙 꾸청에 속한 나시족의 마을로 약 1.000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이란다.

그러나 제대로 모습을 갖춘 시기는 400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단봉함서(丹鳳含書)라.... 좋은 말이지.

이 말은 풍수지리에 나오는 말로 늘 좋은 일만 생긴다는 의미다.

그러니 봉황이 임금의 조서를 물고 온다는 봉황의 주둥이 자리에 있는 명당이라는 말이다.

한 마디로 죽여주는 자리라는 의미로 무푸 입구에 있는 천우유방(天雨流芳)의 의미인 "공부합시다!"와 함께

나시족이 이곳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 장원급제하는 곳이다.

 

이곳도 마을 모습은 리지앙의 모습과 같다.

다만, 크기만 작을 뿐....

 

그러나 리지앙처럼 혼잡하지 않고 매우 한적한 모습이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옥수수가 곡물 건조대에 올라가 있다.

 

감자(土豆)를 채 썰 듯 썰어 동그란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들고 기름에 튀긴 먹거리다.

그런데 튀김기름을 보니 리지앙의 풍미라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아! 이런 젠장~~ 또 佳人의 카메라가 자동으로 움직인 곳...

바로 꾸냥이다.

 

거리 모습은 한가할 정도로 사람이 많지 않다.

 

내일 다시 수허꾸전도 골목마다 다니며 묻고 따져보자.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가 살다 보면 하루하루가 별것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일 행복해지려고 오늘 고생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의 힘들었던 기억도 떠올릴 필요 또한 없습니다.

억지로 내일을 꿈꾸고 과거를 떠올리면 오늘만 힘들어집니다.

오늘 일어나는 모든 일을 사랑하고 즐긴다면 그게 행복입니다.

입장료를 아끼려고 삐끼 따라 들어온 일도 즐겁다면 그게 즐거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