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 08:48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고구려 평원왕 때 온달이 살았습니다.
얼굴을 창백하고 우습게 생겼지만, 마음만은 늘 곱고 명랑했습니다.
집이 매우 가난하여 늘 밥을 빌어다 어머니를 봉양했고 떨어진 옷과 헤어진 신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니 사람들에게
바보 온달이라고 놀림을 받고 살았습니다.
평강왕은 딸이 있었는데 늘 툭하면 울기를 잘하므로 공주가 울기만 하면 "네가 늘 울어 시끄럽게 하니
나중에 커서 사대부 집에 시집가기는 글렀다. 바보 온달에게나 보내야겠다."라며 놀렸습니다.
딸이 장성하여 16살이 되자 왕은 딸을 상부의 고씨에게로 시집을 보내려고 하자 공주가 말합니다.
"대왕께서 항상 제게 바보 온달에게 보내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지금 무슨 말 이시오니까?
저잣거리 필부도 일구이언하지 않는데 하물며 나라의 어버이신 대왕께서 지금까지 식언하셨습니까?
소녀는 대왕의 말씀대로 바보 온달에게 시집을 갈 것이니 명을 감히 받들지 못하겠나이다."
맹랑합니다. 기가 찹니다. 그런데 공주의 말을 들어보면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습니다.
보통 자식들이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부모들은 "너는 이제부터 내 자식이 아니다. 네 마음대로 해~"라고합니다.
이 집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네가 감히 나의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면 내 딸이 아니다. 네 하고 싶은 대로 해! 호적 파버리려니깐!"라고 했답니다.
공주는 우선 신용카드부터 챙기고 값나가는 보물 팔찌 수십 개를 팔꿈치에 메고 궁궐을 나와
바보 온달의 집을 찾아 나섭니다.
간신히 집을 찾아가니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에 눈이 먼 늙은 어미가 계시기에 가까이 다가가 넙죽 절부터 올리고
온달의 위치추적에 들어갑니다.
"온달 님은 어디에 계시 오니까?"
"우리 아들은 가난하고 못 생겨 댁 같은 귀인이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입니다.
지금 그대의 향기는 여느 사람의 향기가 아닐뿐더러 손을 만져보니 섬섬옥수 부드러워 만지기조차 부담이 갑니다.
누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몰라도 이곳은 댁 같은 귀인이 한 시라도 머물 곳이 못 됩니다.
우리 아들은 배가 고파 산으로 느릅나무 껍질을 벗기러 갔소."
공주는 집을 나와 산으로 예비 서방님을 찾으러 갑니다.
산 밑에 도착하니 웬 사내가 느릅나무 껍질을 벗겨 들고 산에서 내려오기에 다가가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공주입니다."
라고 소개를 하고 온달 임을 확인하고 자기가 여기에 온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온달이 들어보니 기가 막히고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잠시 후 "댁은 사람 이유 아님 여우가 둔갑한 거유? 만약 귀신이면 물러서고 사람이면 그만 장난을 멈추시오."
하며 냅다 뛰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뭐 뛰어 봐야 공주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데 걱정이 없습니다.
공주는 온달의 집에 도착하니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할 수 없어 부근에 모텔도 없고 하여 사립문 밖에 쪼그리고 앉아 밤을 지내고 아침에 다시 마당으로 들어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니 모자가 들어보니 장난이 아닌 것입니다.
이것은 로또보다 더 큰 행운이지요.
온달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황홀한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찢어지게 가난하여 시집오겠다는 여자도 없어 장가갈 생각도 못하고 광고에 나오는 동남아시아 신부나 신청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것도 기본으로 돈이 들어갑니다.
만약 정말 만약에 이 일이 성사된다면 로또보다 더 큰 대박입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세상 물정을 알기에 타이릅니다.
'내 자식 온달은 귀인이 보시기에도 배필이 아니고 내가 보기에도 언감생심이오.
집 또한 바람만 불어도 흔적조차 찾지 못할 그런 집이라 거처하기도 어렵습니다."
"옛사람들의 말씀이 한 말 곡식도 방아 찧을 수 있고 한 자 베도 꿰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마음만 함께 한다면 어찌 감당하지 못할 일이 있겠습니다. 저는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치고 가져온 궁에서 나올 때 짭짤하게 챙긴 보석을 일부 처분하여 바로 펜션 같은 집을 사 입주를 하고
땅과 가축에 노비까지? 나머지 집안 살림도구나 가전제품 일체는 카드를 팍팍 긁어 장만합니다.
하늘에서 내린 천복입니다.
로또보다 더 좋은 마누라까지 있으니 온달은 대박 맞은 게 맞습니다.
처음 말을 살 때 공주는 온달에게 말하기를 "아예 마 시장의 말을 사지 말고 정부에서 공매하거나 매각하는
비루먹은 것 같은 비실비실한 말을 싸게 후려쳐 사 오세요."라고 조언도 합니다.
온달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잘합니다.
마누라 말만 잘 들어도 자다가 떡이 생긴다고 하잖아요.
온달이 그렇게 하여 사온 말을 공주는 정성껏 먹이고 돌봄에 하루가 다르게 말이 변해 갑니다.
말도 말을 돌보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이렇게 변합니다.
고구려에는 매년 삼월삼짇날이면 낙랑 언덕에 모여 사냥을 하고 그날 잡은 멧돼지와 사슴으로
하늘과 산천에 제사를 지내는데 그날이 되면 왕이 직접 참가하고 나라의 각 부서에서도 거국적으로 참가해
큰 페스티벌처럼 열리는 행사가 있습니다.
이에 온달도 공주가 정성껏 키운 말을 타고 참가를 했는데 달리는 품세가 번개와 같고 짐승을 잡는데
마치 짐승들이 서로 잡히기를 원하는 듯 군계일학입니다.
왕이 놀라 그를 불러 호패를 까보라고 하고 신원조회를 들어가니 어멈? 이게 누굽니까?
바로 공주가 시집가겠다고 가출한 바로 그 장본인 아닙니까?
이때 중국 후주의 무제가 군사를 보내 요동을 치러 옵니다.
고구려는 왕이 친히 군사를 거느리고 배산 들에서 맞아 싸우는데 온달이 선봉에 나가 질풍노도와 같이
적진에 들어가 칼을 휘두르니 적군의 목이 추풍낙엽이라....
이에 고구려 군사들이 온달을 따라나가 싸우니 전투는 순식간에 승패가 나버렸습니다.
왕은 크게 기뻐하며 "이 사람이 바로 내 사위라네!" 하고 예를 갖추어 사위를 맞이하니 모든 신하가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왕은 그에 합당한 장군의 지위를 내립니다.
세월이 흘러 영양왕이 즉위하자 온달은 왕에게 아룁니다.
"신라가 우리 한강 이북의 땅을 빼앗아 군현을 삼았으니 백성이 분하게 여겨 고구려를 잊은 적이 없고
매일 눈물로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 불초한 저에게 군사를 주신다면 제가 그곳에 가서 고구려의 높은 기상도 뽐낼 겸
우리의 땅을 찾아오겠습니다."
왕이 허락함에 마지막 맹세의 멘트를 남깁니다.
"조령과 죽령 이북의 땅을 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군사를 이끌고 드디어 한강 변에 있는 아차산에서 맞붙어 용감하게 싸우게 되었는데 신라군 진영에서
"피융~" 하고 화살 하나가 온달에게 날아옵니다.
온달은 순간 "아차~"하고 소리치나 이미 화살은 온달의 가슴에 관통을 하고 맙니다.
네~ 죽었습니다.
장례를 치르려는데 온달의 시신을 실은 관이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공주가 다가와 관을 어루만지며 "생사는 이미 결정이 났습니다. 이제 편한 마음으로 떠나세요."라고 하자
관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무사히 장례를 마치게 되었답니다.
온달은 죽어서까지 마누라의 손에 좌지우지되었단 말입니까?
공주가 답을 합니다.
.
.
.
.
"남자란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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