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의 호접지몽(胡蝶之夢)

2023. 9. 20. 03: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혼란한 전국시대 말기에 장자(莊子)라는 사람이 있었지요.

어느 날 장자는 나비가 된 꿈(胡蝶之夢)을 꾸었답니다.

그는 꿈속에서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도 자신이 장자임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문득 잠에서 깨어 보니 다시 장자가 되어 있었는데 장자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자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원래 선잠을 자다 깨어보면 비몽사몽간에 헷갈리는 수는 있습니다.

사물과 나의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하나가 되어 스며들고 침투한

무한한 경지에서 노니는 것...

이것이 장자가 꿈꾼 세계입니다.

 

 

그는 학문이 깊어 막힘이 없었다고 전해지며 학문의 뿌리는 노자의 가르침에 두었다고

알려졌는데 노자와 장자의 사상의 일차적 관심은 현실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내적으로 성장하여 존재의 근원인

자연에 합치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며 이를 위해 노자가 간결하고 함축적이고 시적인 언어를

구사했다면 장자는 기이한 상상력과 화려한 비유와 유쾌한 풍자와 재치를 구사함으로

당시의 대학자들도 그의 예봉을 피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의 언사는 큰 바다처럼 거침없고 막힘이 없어 오히려 정치세계에 등용되지 못한 점도 있습니다.

한 번은 초나라 위왕이 장자의 현명함을 듣고 사람을 보내 후한 예물로써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고

찾아오자 장자는 껄껄 웃으며 "천금이면 거액이요, 재상이면 높은 자리입니다.

그대는 제사에 제물로 바치는 소를 보지 못했소?

몇 년씩 기르고 나서 화려한 옷을 입혀 제물로 바쳐지지요.

 

 

그때 가서야 소가 새끼 돼지를 부러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대는 부디 돌아가 더 이상 나를 욕되게 하지 마시오.

난, 더럽고 타락한 탁한 도랑에서 마음껏 놀며 즐거움을 맛볼지언정

군왕의 구속을 당하고 싶지는 않소.

평생 벼슬자리에 나아가지 않고 뜻대로 즐기며 살고 싶을 뿐이오."

 

 

지금 우리가 보는 정치판에서는 자리 하나 얻기 위해 비굴하고 아첨하고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자리 하나라도 얻는다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결국은 제물로 바치는 화려한 옷을 입힌 소에 불과한 소모품입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정치적으로는 분열과 혼란을 보였지만,

사상과 학문적으로는 황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많은 학자와 사상가들이 나와 서로 자신의 주장을 널리 펼친 시기로

우리는 이때를 제자백가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제자(諸子)란 여러 선생이나 각종 저술의 모음이라는 의미이며 중국 문학의 원류를

이 시대로 보는 것도 무리가 없습니다.

이런 시대에 장자는 자신만의 영역을 굳건히 다진 분이라는 의미겠지요.

 

우리는 장자가 말한 호접지몽처럼 지금 우리가 사는 것이 꿈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 살고 있는 내가 꿈속에 살고 있는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