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2024. 1. 17. 04: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어느 날 중국 음식점에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왔다.

 

점심시간이 막 자나 간 뒤라 식당에서는 청년 하나가

신문을 뒤적이며 볶음밥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자 아이는 자장면 두 그릇을 시켰다.

할아버지의 손은 험한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말 그대로 북두갈고리였다.

 

 

아이는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그릇에 자신의 몫을 덜어 옮겼다.

몇 젓가락 안 되는 자장면을 다 드신 할아버지는 입가에 자장을

묻혀가며 부지런히 먹는 손자를 대견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계셨다.

 

할아버지와 아이가 나누는 얘기가 들려왔다.

아이는 부모 없이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모양이었다.

손자가 하도 자장면을 먹고 싶어 해서 모처럼 데리고

나온 길인 듯했다.

 

아이가 자장면을 반쯤 먹었을 때, 주인이 주방 쪽을 대고 말했다.

 "오늘 자장면 맛을 못 봤네. 조금만 줘봐."

자장면 반 그릇이 금세 나왔다.

 

 

주인은 한 젓가락 입에 대더니 주방장을 불렀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손자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간 거 같지 않나?

그리고 간도 잘 안 맞는 것 같아.

이래 가지고 손님들한테 돈을 받을 수 있겠나."

 

주방장을 들여보내고 주인은 아이가 막 식사를 끝낸 탁자로 갔다.

할아버지가 주인을 쳐다보자 주인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오늘 자장면은 맛이 없었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꼭 맛있는 자장면을 드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들러주십시오."

 

 

손자의 손을 잡고 문을 열며 나가던 할아버지가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주인이 다시 인사를 하였다.

 

"고. 고맙구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팔을 붙들려 나가면서 주인에게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주인은 환하게 웃었다.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답지 않나요?

세상이 환해지지 않나요?

아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