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지수(明鏡止水)

2024. 1. 31. 04: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작년 동지즈음 기온이 많이 내려가 호수가 얼어 호수면이 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며 기온이 오르내리다 며칠 전 기온이 제법 올라가는 바람에 

호수의 물이 모두 녹아버렸습니다.

 

그러다가 1월 23일부터 기온이 다시 내려가며 영하 12도가 며칠 계속되는 바람에

그동안 녹았던 호수가 다시 얼어버렸습니다.

 

 

원래 얼었던 호수면은 기온이 오르내리며 다시 얼더라고 깨끗한 상태는 아니지요.

그러나 완전히 녹은 후 다시 얼어버리니 호수면이

마치 밝은 거울같이 깨끗하게 변해버렸습니다.

 

밝은 거울과 정지된 물이라는 뜻으로,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리키는 말로

명경지수(明鏡止水)라는 말이 있지요.

 

 

이에 빗대어 오늘 보았던 호수의 표면은 마치 밝은 거울처럼 느껴져

명경지빙(明鏡止氷)이라고 해도 될까요?

요즈음 세상 돌어가는 것을 보니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지도자가 되어야 할 사람들이 혼탁한 사회를 앞장서서 만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맑은 호수처럼 올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밝고 깨끗했으면 좋겠습니다.

 

 

명경지수에 대한 고사가 있어 여기에 소개합니다.

춘추 시대 노나라에 왕태(王駘)라는 선비가 있었다.

 

어쩌다 죄를 짓고 한쪽 발을 잘리는 형벌을 받았는데, 그런 전력과 불구에도

상관없이 그를 따르는 제자가 많아 공자의 제자 수와 맞먹을 정도였다.

그 점을 불만스럽게 여긴 공자의 제자 상계(常季)가 스승한테 말했다.

 


“선생님, 왕태라는 사람은 외발이 병신입니다.

그런데도 그를 따르는 제자가 놀라울 정도로 많습니다.

저는 그 까닭이 무엇일까 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았지만, 그는 서 있어도 가르치지 않고,

앉아 있어도 대화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빈 마음으로 그를 찾아갔다가

뭔가 가득 얻어 돌아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공자가 답했다.

“말을 삼가라.

그분은 성인이시다.

나도 장차 그분을 스승으로 모시려고 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야 말할 나위 있겠느냐.”


“그 정도로 덕이 높단 말씀입니까?”

“본래 ‘말없는 가르침’이란 게 있느니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속으로 완성된 마음의 소유자인 경우는 그것이 가능하다.

짐작컨대 그분은 타고난 지혜로 자신을 수양하고

그것을 변함없는 본심으로 가꾸어 왔을 성싶다.”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 행한 수양이잖습니까?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왜 그의 주변에 몰려갈까요?”

 

“간단한 이치다.

흐르는 물을 들여다보면 자기 얼굴을 볼 수 있겠느냐?

‘잔잔하게 가라앉은 물이라야만 들여다보아야 자기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분에게 사람이 꾀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