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나짱가자...

2009. 3. 30. 09:30동남아시아 여행기/베트남 종단 배낭여행

이 여행기는 그냥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다니며 느낀 소소한 이야기 들입니다.

오직 佳人이 돌아다니며 느낀 개인적인 생각들을 정리한 내용들입니다.

여행에 대한 정보도 될 수 없습니다.

부담 없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보니~~~

왜 아니겠어....

이틀간 비가 멈추었다고 좋아했는데 오늘은 새벽부터 또 내린다.

오늘은 나짱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마도 저기 서있는 저 버스가 우리가 타고 갈 버스인가 보다....

 

아침 7시 30분 출발 나짱행....

예전에 동양고속버스였던 모양이다....

교통불편 신고 엽서는 없고 빈 통만 남아있다.

신고가 무서워서 치우기라도?

만약 신고를 하면 동양고속에서 여기까지 와서 해결해 줄 건가?

 

우리가 2일간 묵었던 2층 방이다.

저런.... 분명히 불을 끄고 나왔는데  불이 켜져 있다.

아마도 청소를 하기 위하여 우리가 퇴실 후 들어간 모양이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의 이름이 크레이지 하우스와 같은 이름이다.

 

뜨거운 차를 마실 수 있게 매일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준다.

커피와 차의 산지답게 녹차도 무료로 제공한다.

그리고 정말 리즈너블 하게 1박에 6불이다.

 

도착하던 날 미리 좌석번호를 정하였기에 우리는 제일 앞좌석에 앉아간다.

그 시끄러웠던 베트남 처자들 때문에....

오잉~ 그런데 또 악몽이다.

그 처자들은 이번에는 우리 바로 뒷 좌석이다. 

아~~ 공포의 시간.... 

또 떠든다.

우와~~ 노이로제 걸리겠다.

 

이 처자들 때문에 베트남 말이 싫어진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출발한 지 3시간이 지난 시간 운전기사에게 차를 세우란다.

왜?

급한 모양이다. 버스는 어느 주유소가 있는 도로변에 세운다.

왜 아니겠어? 그렇게 먹고 마시니....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화장실로 뛴 그녀들은 5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이번에는 버스 안에서 기다리던 외국인들까지 우르르 몰려 나간다.

베트남 처자들 때문에 외국인들은 그녀들 덕분에 급한 일을 해결한다.

세상을 살며 "때문에"가 "덕분에"로 바뀔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이다.

그래...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이것도 여행의 한 부분인데.....

 

꽃의 도시라는 달랏에서 장자의 가르침에 따라 관화 미심의 마음으로 출발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데 모두 그런 것만 아닌 것 같다.

같은 씨앗에서 자라도 꽃이 되려다가 줄기에 돋아나는 가시가 되기도 하는가 보다.

가시는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우리 좌석 유리창 안쪽에 나비가 한 마리 앉았다.

나비는 무임승차다.

나비야~~ 우리 함께 나짱 가자~~

너도 주유천하 하며 세상 구경 다니니?

 

10시 50분 참 타워라는 참파 시절 만든 탑이 있다는 유적지 부근의 휴게소에 20분간 선다. 

이곳에서 달랏에서 무이네로 가는 승객은 내려서 나짱에서 출발하여 무이네 가는 버스로 갈아탄다.

 

비는 저리도 무섭게 퍼붓는데 저 여인은 빗속에서도 자세 하나 흩트리지 않고 부동자세로 앉아 있다.

마치 훈련소에서 막 자대로 배치받은 신병 같은 부동자세다.

참선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도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처럼 보인다.

빗속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있는 저 여인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 이런~ 바로 화장실 사용 요금을 받는 사람이었다.

1.000동....

이곳 참 타워 휴게소는 돈을 받는 화장실이 있다. 

퍼붓는 빗속에서도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하고 있는 저 여인...

아무리 최선을 다 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빗줄기에서는...

 

11시 10분 이곳에서 무이네 가는 승객을 내려주고 우리는 나짱으로 향한다.

 아마 이제 부산이 멀지 않았나 보다.

부산 화물차가 보인다.

이곳에서 부산까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베트남 사람들처럼 한글을 사랑하는 민족은 세상에도 없을 것 같다.

세종대왕께서 보셨다면 얼마나 흐뭇해하실까?

 

호찌민에서 무이네를 거쳐 북으로 올라가는 1번 국도 변에 있는 휴게소에 12시에 도착했다. 

달랏에서 나짱까지 214km, 예정시간 6시간.... 평균 시속 35km....

그들은 도대체 바쁜 게 없는 사람들이다.

여행을 하며 이들과 함께 생활하니 佳人도 느긋함을 즐기게 됐다.

비가 오면 시원해서 좋고.......

해가 나면 젖은 옷이 바짝 말라 좋고,..... 

천천히 다니면 안전해서 좋고....

나비랑 함께 나짱 가서 좋고....

 

식사를 하기 전에 화장실을 가려다 미끄러운 바닥에 낙상할 뻔했다.

바로 저 글자....

베 신남....

첫날 항공기에서 유창한 베트남 말을 보며 음식 주문을 하던 울 마눌님을 보고 놀랐고 비행기 화장실에

쓰여 있던 佳人을 조롱했던 "븅~~ 신"이라는 말...

그때 이후로는 베트남 화장실만 보면 자꾸 그때의 생각이 난다.

그러나 이곳 화장실은 착하게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곳 휴게소에서 시켜먹은 생선 튀김 밥...

이들은 무조건 접시 하나에 밥을 담고 반찬은 위에다 얹어 준다. 

사실 그릇 하나에 모두 해결을 하니 얼마나 간편한가?

이건 평소에 설거지를 많이 해 본 남자들은 다 안다.

佳人이 꼭 그렇게 하며 산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1번 국도는 계속 내리는 비 때문에 도로가 곳곳이 침수가 되었다.

이 빗속을 뚫고도 자전거는 짐을 가득 싣고 "오직 나의 길을 가련다"라고 외친다.

뒤에서 우리가 탄 버스가 빵빵 거려도 그는 오직 그의 길만 무심의 마음으로 무소의 뿔처럼  달린다.

 

깜란을 지나자 버스는 1번 국도를 벗어나 해변으로 새로 난 신설도로를 달린다.

얼마 전 이곳에서 열렸던 세계 미인대회 때문에 새로 만든 도로인 듯.... 

그런데 앞에서 중앙 분리대를 넘어 마주오는 자동차!!!!!

사실 베트남에서는 중앙 분리대를 쉽게 볼 수 없다.

 

오잉~ 아니 이번에는 늠름한 대우 트럭까지?

뭐여~~

함~ 붙어보자는 말이여~~ 

점점 공포의 시간이다.

이거 공연히 제일 앞자리에 앉은 거 아녀~~

차라리 잠이나 들었으면....

우리가 탄 버스도 한국산 버스다.

그럼 같은 한국산 끼리 이곳에서?

 

그러나 조금 더 가자 신설도로의 부실공사로 옆 차선의 도로는 쏟아진 도로변의 암벽 때문에...

그럼 진작 이야기하지~~  

만약 비가 오지 않고 날씨만 좋았다면 멋진 해안도로를 우리는 달렸을 텐데....

이 도로는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절벽을 깎아 만든 도로이다.

 

수륙양용차...

우리의 마티즈....

최근에 민든 신설도로는 배수 시설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내라는 비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만들어 놓은 아주 자연 친화적인 도로다.

이곳의 도로는 포장만 하면 도로가 되는가 보다.

도로 곳곳이 이렇게 물에 잠겨있다.

 

달랏에서 나짱 가는 길...

예정 도착시간 1시 30분을 후~~우울쩍 넘긴 4시 30분에 도착했다.

214km의 길을 9시간 만에 도착했다.

평균 시속 24km....

출발시간은 정해져 있으나 도착시간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佳人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그 이상 속도를 낼 수 있겠다.

 

9시간 동안의 버스 여행이 지루했다고요?

천만의 말씀... 

만약에 이런 길을 간다면 전혀 지루하지 않다..

곳곳에 있는 물웅덩이를 지나고....

 

1.500m 고원 도시에서 위험천만한 산길을 꼬불 꼬불 내려오고.... 

도로로 쏟아진 낙석을 보고....

마주 오는 트럭을 보고 제일 앞자리에 앉아 온다면 전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주 스릴이 있고 오금이 저리고 흥미진진한 버스 여행이었다. 

오늘 해발 1.500m 에서 바닷가인 해발 0m까지 내려왔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 후 나비는 어찌 됐을까?

나비야~~ 나짱 잘 왔니?

그러나 그 후 나비를 만나지 못했다.

정신을 빼던 그 베트남 처자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