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스 데 레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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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뽀의 고향 메리데를 향하여 (까미노 네 번째 날)
메리데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뿔뽀(PULPO)라는 문어요리로 유명한 마을입니다. 우리의 문어숙회라 보시면 됩니다. 문어란 우리에게는 익숙한 음식이고 또 이곳의 뿔뽀는 한국인의 입맛에 아주 잘 맞는 음식이기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한국인은 누구나 뿔보요리를 맛보고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인 뿐이겠어요? 까미노를 걷는 모든 사람이 여기에 들러 문어요리를 먹고 갈 겁니다. 메리데는 바닷가 마을은 아니지만, 바다가 멀지 않고 수송이 쉬운 곳에 있기에 예전부터 문어요리가 발달한 곳이라 합니다. 그게 어디 메리데뿐이겠습니까? 문어 요리는 갈리시아 지방에서는 어느 곳이나 쉽게 맛볼 수 있지만, 메리데가 까미노에 있기에 이 길을 걸었던 사람들에 의해 여러 나라 사람에게 널리 알려졌겠지요. 지난밤에는 우리가 머문 3..
2015.02.11 -
고마운 사람, 미운 사람,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만난 사람.
팔라스 데 레이에 도착해 숙소를 정했습니다. 이 마을에는 알베르게가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곳 중 우리가 찾아간 알베르게에 지난밤 옆자리에 누워 혼자만 열심히 코를 골며 자다가 아침에 바람처럼 사라진 바로 그 독일산 증기기관차가 그곳에 숙소를 정하고 부인과 함께 막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순간 식겁했습니다. 지난밤의 악몽이 생각나 눈인사만 하고 얼른 돌아서 나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오늘 佳人 고객님 정말 많이 당황했습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사설 알베르게로 1인당 10유로에 방을 구하고 땀을 흘렸기에 빨래와 샤워까지 마치고 마을 구경을 합니다. 이렇게 일찍 새벽부터 걷고 다른 여행자보다 먼저 까미노를 마치고 난 후 샤워에 빨래까지 끝내면 마치 밀린 숙제를 모두 마친 개운한 기분이..
2015.02.06 -
꽃길 자갈길 그리고 까미노 길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을 흔히 여행길에 비유하곤 합니다. 인생의 길이나 여행의 길이나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는 말이겠지요. 물론, 앞으로 펼쳐질 모습이나 일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 무척 많은 사연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모두 다 알고 간다면 그 또한 재미없는 일이잖아요? 그저 그렇고 그런 길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곳이 좋고 자갈길보다는 꽃길이 좋습니다. 지천으로 펼쳐진 꽃길을 걷는다면 피로도 덜하고 기분마저 상쾌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佳人처럼 대부분 많은 사람은 앞으로 펼쳐진 자신의 길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가 봅니다. 늘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그게 그렇게 현실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잖아요?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을 바라고 원합니다. ..
2015.02.05 -
까미노 세 번째 날 팔라스 데 레이 가는 날
지난밤은 악몽을 꾼 듯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아직 동이 트기 전이지만, 주섬주섬 물건을 챙겨 길을 나서야지요.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라 작은 소음에도 잠을 설치는데 이것은 벼락 치는 소리보다 더 강했고 그 여파는 온종일 계속되었습니다. 걷는 내내 몽롱한 상태로 걷게 되네요. 이제는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 그 여파가 제법 오래가네요. 나이 탓인가요? 그런데 한국에 있는 지인과 우리의 일정을 카톡으로 연락하다 보니 서로 시간대가 맞지 않아 불편을 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늘 한국 시각을 확인한 후 사진이나 글을 보냅니다. 그런데 상대는 가끔 그런 배려를 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한국의 시각으로 착각하고 그러는 거겠죠? 어쩌다 깊은 잠에라도 빠지면 일어난 후 몸도 마음도 가볍지만,..
2015.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