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문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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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우고역도와 아피아 가도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세상 모든 포장도로의 효시라고 하는 아피아 가도입니다. 아피아 가도는 그래서 가도의 여왕이라는 명예로운 별명이 생겼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인 사실에 딴지를 거는 경험을 했기에 오늘 그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예전에 중국 여행을 하며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금우고역도라는 곳을 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금우고역도란 쓰촨 지방 청두에서 당시 장안이었던 서안으로 이어지는 약 1.000km의 도로로 돌로 포장한 도로라 합니다. 물론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지만, 아직도 그 일부가 남아있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 금우도의 흔적은 삼국지에 나오는 봉추 방통이 죽었던 낙봉파에서 백마관으로 이어지는 길에 있는데 삼국지 투어를 하시려면 꼭 가봐야 할 곳 중 한 곳이지요. 그때 그 길이 오늘 걷는 ..
2016.10.13 -
슬픈 이야기가 있는 검문관
제갈량이 출사표를 쓰고 천하대업을 위해 군사를 이끌고 북벌을 나섰을 때 통과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고 강유가 촉한의 후주인 유선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들은 곳도 이곳입니다. 강유는 그 소식을 접하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아! 이제 하늘마저 촉한을 버리시나이까? 촉한의 시작과 마지막 소식을 함께했기에 이곳은 더 많은 사람이 아쉬워하는 곳이 아닐까요? 여행이란 이렇게 혼자만의 생각으로 해도 괜찮습니다. 강유가 풍전등화 같은 촉한을 지켜내기 위해 위나라 대군을 막아낸 곳도 바로로 목이 쉬라 외치며 독전을 했고 빗발치듯 날아오는 적의 화살을 두려워하지 않고 두 눈을 부릅뜨고 여기를 지켜냈습니다. 당시 종회가 이끄는 20만의 위나라 군사가 이곳으로 밀고 내려왔지만, 강유는 겨우 2만의 군사로 여기..
2013.06.08 -
금우도 잔도를 산책합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디엔가 샘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 했나요?여기 검문관이 아름다운 이유는 풍경뿐 아니라 어디엔가 가슴 저미는 사연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그래요.그냥 경치 구경하며 걷기보다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걷는다면 더 즐거울 것 같습니다.여기는 바로 멋진 풍경도 구경할 수 있고 가슴 아픈 당시의 이야기도 들으며 걸을 수 있어 좋습니다. 다시 남문 입구로 오니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옆문으로 들어가라고 알려줍니다.이렇게 문표 한 장으로 같은 곳을 두 번이나 들어갑니다.이제 금우도 잔도로 올라가 보렵니다.여러분에게 이 길을 꼭 걸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여기를 오신다면 남문으로 들어오시고 금우도 잔도부터 먼저 구경하신 후 검문관을 보시는 게 좋을 것 ..
2013.06.07 -
가을의 검문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작은 공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노란 은행잎이 떨어져 제법 가을 풍경이 느껴지네요. 이곳에는 검문관 관루를 올려다보고 시를 짓는 장소라는 의미의 탄관대 시가 주랑이라는 곳도 만들어 놓아 수천 년 전부터 이곳을 찾은 제왕 장상은 물론 대문학가와 시인 묵객이 시를 읊조리고 글을 썼다고 합니다. 이백처럼 주체할 수 없는 시상이 떠올라 글을 남긴 사람도 있겠지만, 숫가락만 들고 덤비듯 글을 남긴 사람도 있겠네요. 장재, 낙빈왕, 이백, 두보, 이융기, 이상은, 왕안석, 애신각라, 윤례, 그리고 곽말약에 이르기까지 19편의 글을 이곳과 관련해 남겼다 합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 억울하게 죽어간 이름없는 그들을 위해 위로의 말이라도 전하고 싶었습니까? 아니면, 강유의 용맹함을 칭송한 겁니까..
2013.06.04 -
일부당관, 만부막개(一夫當關, 萬夫莫開)
검문관 관루에 올라 사방을 둘러봅니다. 지금 佳人 눈으로 본 모습을 여러분도 함께 보시고 계십니다. 우선 위의 사진은 바로 종회가 이끄는 20만 위군이 강유가 눈을 부릅뜨고 지키는 이곳 검문관을 향해 공격해 오는 방향입니다. 바로 검문관 관루 위에서 바라보면 위나라군이 지금 보고 있는 저 아래로부터 새까맣게 올라왔을 겁니다. 지금 이 골짜기로 바퀴벌레처럼 징그럽게 끊임없이 기어 올라왔을 겁니다. 아무리 화살을 쏘고 돌을 굴려도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자꾸 기어오릅니다. 바퀴벌레약이라도 있어 뿌렸으면 원도 한도 없었을 겁니다. 네..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골짜기 아래로부터 종회의 위군이 검문관을 돌파하려고 했고 바로 이 자리에 강유가 서서 군사에게 적을 막으라 독려하며 고함지릅니다. 들리시죠? 그때는 바..
2013.06.03 -
천하웅관(天下雄關) 검문관(劍門關)
오늘은 비가 오락가락 하지만, 많이 내리지 않아 구경하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습니다. 여행 중에 많은 비가 내리면 참 낭패죠. 그러나 오늘은 바람이 무척 강하게 부네요. 더군다나 여기 검문관이 있는 지역은 깊은 골짜기처럼 생긴 협곡이라 골바람이 무척 강하게 불어 몸이 휘청일 정도입니다. 계속 검각을 향해 앞으로 걸어갑니다. 이번에 또 하나의 다리가 보입니다. 과관교(過關橋)라는 다리입니다. 건안 16년 유비는 이 부근의 가맹관(지금의 소화고성)에서 공명, 장비와 함께 대업을 이루기로 논의하고 바로 이곳의 지형을 이용해 검문관을 아주 튼튼하게 보수하기 시작합니다. 이 관문이 바로 촉한의 익주를 지켜줄 그런 중요한 길목이기 때문이죠. 반대로 익주를 삼켜 촉한을 세우려면 근거가 필요해 이 관문부터 튼튼하게 보..
2013.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