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로마 제국의 영혼 슈테판 성당

2022. 5. 20. 04:00독일·오스트리아 2018/비엔나

슈테판 성당의 남탑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1658년 가브리엘 자츠버거 황제의 비엔나 입성을 축하하는 의미로 한 청년이 이 탑의

꼭대기에 올라 깃발을 흔들며 황제를 환영하려는 이벤트를 계획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황제는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그날을 넘기게 되었다네요.

 

청년은 이 탑에 다시 오르는 게 너무 힘이 들어 그만 탑 위에서 밤을 새우기로 했답니다.

뭐 계단의 숫자가 300개가 넘으니 말입니다.

다음날 사람들은 밤을 새운 청년이 궁금해 탑에 올라갔답니다.

 

그런데 청년은 겁에 질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버렸다네요.

그 일이 있고 난 후 남탑에 무모하게 오르면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다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제발 약속 시각 좀 제대로 지킵시다.

그리고 젊은이가 그 정도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을 힘들고 귀찮아한다면 어찌 큰일을 도모하겠어요?

 

성당 정문을 리젠토르라고 거인의 문이라 부른다네요.

그러나 문은 그리 커 보이지는 않습니다.

보통 성당은 세 개의 문을 만든다 합니다.

그러나 여기 슈테판 성당은 하나의 문으로만 만들었다고 합니다.

 

거인의 문이라고 부른 이유는 처음 이곳에 터파기 공사를 할 때 아주 거대한 뼈가

발견되었다고 하며 당시 시민들은 이 뼈가 노아의 홍수 때 익사한 거인의 뼈라고 생각해

그 뼈를 문 위에 올려놓았다 합니다.

그런 이유로 이 문을 거인의 문이라 했지만, 나중에 그 뼈는 공룡의 뼈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서양의 생각은 참 많이 다릅니다.

유일한 출입문을 서쪽으로 내다니요.

동양권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발상입니다.

동양 사상으로는 동쪽은 현 세상이고 서쪽은 사후 세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서쪽은 저녁이며, 동시에 차가움이며, 가을이며, 죽음이며, 끝이며,

어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성당의 유일한 출입문을 서쪽으로 낸다는 것은 동양적인 사고방식에서

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요?

이렇게 같은 일을 두고 동서양은 너무나도 다른 생각을 하며 사는 가 봅니다.

 

슈테판 성당을 지을 때 사용된 석재는 사암으로 사암은 특성상 조각하기에는 무척 쉽지만,

세월이 흐르면 이렇게 시커멓게 변하지요.

그러나 때 빼고 광내면 또 뽀얀 모습으로 처음 지었을 때처럼 변신한다 합니다.

 

내부는 기둥마다 조각하여 어느 것부터 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신자를 위한 곳은 따로 출입하도록 하여 일반 관광객과 쇠사슬로 구분하여 놓았습니다.

옛날에 왔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처음에는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창문의 숫자를 많이 줄였나 봅니다.

그러나 고딕 양식으로 변경하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어 기둥에는 많은 조각을 새겨

그 아름다움이 이루 표현하기 힘듭니다.

천장도 아치형으로 만들어 고딕 양식에서는 무게를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나 봅니다.

 

유난히 고딕양식의 성당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런 무게 분산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아니면 말고요.

이렇게 다중 아치의 끝은 모두 기둥으로 모이고 그 기둥은 성당의 천장의 무게를 단단하게

받쳐줌으로 이런 크고 위대한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었을 겁니다.

무식한 佳人의 여행이란 이렇게 혼자만의 생각으로 다니나 봅니다.

 

여기 오르간을 받치기 위해 받침대로 만들었던 재미있는 작품 하나를 보고 갑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아래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실존인물이라 하네요.

 

이 받침대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안톤 필그림이라는 사람의 상반신을

직접 받침대에 넣은 모습입니다.

이탈리아에도 가끔 성당을 만든 사람의 얼굴인 자화상을 만들어 놓은 경우도 있지만,

이곳에는 처음부터 설계도에는 없었던 것이라네요.

 

처음 이 받침대를 만들 때 거의 무명이었던 필그림이 만든 받침대가 너무나도 섬세했으나,

받침대가 과연 무거운 오르간을 받칠 수 있을까에 대해 동료들은 의심하며 조롱했다고 합니다.

필그림은 화가 나 "만약 받침대가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면 나라도 하겠다, "고 하며 자신의

상반신의 모습으로 받침대 아래에 직접 위의 사진처럼 조각하여 넣었다 합니다.

한번 뱉은 말 때문에 필그림은 그의 몸으로 여태까지 무거운 받침대를 받치고 있는 셈입니다.

 

아름다운 장식이 눈을 끕니다.

닫았다 열었다 할 수 있게 만든 제단입니다.

이름이 비너노이슈타트 제단 장식이라고 부른다네요.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들어가 있을 때 열려있어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습니다.

 

여기 기둥에 새긴 조각은 좀 특이합니다.

성모 마리아상이라고 하는데 어깨에 걸친 망토 안에 수많은 사람의 얼굴 조각이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호의 망토를 입은 성모상(Madonna with the protective cloak)'이라 한다네요,

이는 성모 마리아가 많은 사람을 구원하고 보호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겠네요.

 

이 성모상은 비엔나 시장을 지낸 콘라트 포아라우프의 미망인인

도르테아가 기증한 성모상이랍니다.

사장은 당시 레오폴드 대공에 반대했다는 죄목으로 처형당했다 합니다.

망토의 왼쪽을 보면 제일 아래 모자를 벗고 무릎을 꿇은 포아라우프의 모습이 보이고

오른쪽 망토에는 도르테아가 보이고 그 위로 두 딸과 천사의 모습을 새겼다 합니다.

 

엄청나게 큰 파이프 오르간이 보이나 그만 너무 어두워 사진이 흔들려 버렸습니다.

그냥 성당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지만, 이렇게 성당 안에서도 밖에서도 시간만

많이 주어진다면 더 많은 작품으로 보며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배낭 메고 직접 찾아와야 하겠지요.

이번처럼 여행 패키지를 따라와서는 조금만 늦어도 많은 사람의 눈총을 받아 여기 지하묘지

카타콤베 안에 들어가 황제와 그의 가족들과 함께 영면을 취할 겁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설령,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무식한 佳人의 눈에는 뭐가 보이겠어요?

그쵸?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와는 다른 문화.

사람 살아가는 방법은 모두 비슷하지만, 동서양이 서로 다르니 이 또한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우리 같은 여행자는 그냥 눈으로만 슬쩍 쳐다보고 지나가지만.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