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는 그렇게 밤새 간이 다시 회복되었다.

2020. 1. 30. 07:30조지아 2019/스테판츠민다

 

마치 불타오르는 듯한 아주 멋진 저녁노을입니다.

스테판츠민다를 찾아오는 많은 여행자 중에 이런 아름다운 노을을 본 사람은 많지는 않겠지요?

날씨가 좋은 날에 왔다면 분명 우리가 본 것과 같은 모습을 보았겠지만요.

우리는 5박이나 스테판츠민다에서 했기에 비가 내린 날도 있었고 구름만 잔뜩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날도 있었습니다.

 

 

 먼저 어제저녁에 보았던 카즈벡산의 저녁노을의 모습입니다.

佳人의 휴대전화의 하이퍼랩스 기능을 이용해 방 안에서 찍었던 영상으로

클릭하시면 노을의 변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저녁노을 질 무렵에 카즈벡산 정상을 넘어가는 구름을 빠르게 잡아보니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위의 영상은 스테판츠민다에서 첫날을 보내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같은 기능으로

찍어보았는데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찍어도 시간이 다르면 느낌 또한 다르지요?

같은 장소를 다녀가도 시간에 따라 사람에 따라 모두 백인백색의 느낌이 드는 것이

모든 사람의 생각이 아닐까요?

 

 

여행의 느낌이란 날씨도 크게 좌우하는 듯합니다.

타는듯한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이곳에 얽힌 프로메테우스의 전설이 떠올랐습니다.

위의 사진 속에 카즈벡산의 정상 부분을 바라보시면 마치 프로메테우스가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올려다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얼굴인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통 때문에 움푹 파인 눈이 보이고 코도 보입니다.

 

 

밤이 깊어지고 어둠이 내리면 카즈벡산을 뒤로하고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성당에

불이 들어오고 이곳 카즈벡산에는 그 모습에 반해 많은 여행자가 이 험한 오지까지

찾아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까까지 고통을 호소하던 프로메테우스의

얼굴이 밤이 되니 편안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佳人만의 느낌이겠지요?

 

 

그리고 밤새 프로메테우스의 간은 회복이 되고 2019년 5월 9일 목요일의 아침이

밝아오며 이제부터 프로메테우스는 카즈벡산을 날아다니는 독수리에 의해 다시

간이 쪼이는 고통을 받기 시작하는 시각입니다.

이렇게 3천 년의 세월을 프로메테우스는 저기 보이는 카즈벡산 어디쯤에

쇠사슬로 묶여 지냈다고 하지요.

 

 

우리가 흔히 조지아를 신화의 땅이라고도 합니다.

그 이유로는 조지아라는 지역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는 땅이기 때문이라네요.

황금 양털로 유명한 바투미도 있고요.

 

 

우선 위의 사진에 보이는 황금 양털의 이야기가 있는 바투미나, 오늘 찾아온 카즈베기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화 속의 장소로 이곳은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었다가

제우스로부터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 속에서 지내다 밤에는 다시 간이 살아나는

힘든 형벌을 받으며 3천 년이나 고통 속에서 살았다는 프로메테우스의 전설이 있는 곳이지요.

 

 

그 프로메테우스를 구해준 신은 바로 힘깨나 쓴다는 유럽인이 가장 좋아하는

헤라클레스였다고 하고 그때 그 독수리를 헤라클레스가 요절내고 구했다는데 제우스는

왜 헤라클레스를 혼내지 않고 기뻐했을까요?

아마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자기가 낳은 아들이라고 그랬을까요?

 

 

그 유명한 카즈벡산(Mt Kazbek)을 배경으로 주변이 카즈베기 국립공원

(Kazbegi National Park)으로 지정되어 청정지역으로 보호 중이라네요.

더군다나 카즈베기는 여기서 북으로 11km만 올라가면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는 곳이라고 하지요.

 

 

카즈벡을 조지아어로는 "얼음 산"이라는 의미라 합니다.

아마도 만년설이 있는 5천m가 넘기에 이들은 산 정상이 얼음으로 보여

그리 불렀나 봅니다.

카즈벡산뿐 아니라 캅카스산맥 자체가 5천 m가 넘는 연봉들로 이어진 곳이기도 하지요.

 

 

오늘 처음 할 일은 바로 이번 여행에서 제1로 생각했던 카즈벡 산기슭에 있는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성당에 오르는 일입니다.

이번 여행에 동행한 두 여성분은 체력적으로 걸어 오르는 일이 쉽지 않을 듯하여

또 다른 부부와 함께 차를 타고 오르시라고 하고 우리 부부는 무조건 걸어 오릅니다.

 

 

프로메테우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산이 카즈벡산인지는 누구도 증명할 수 없지만,

수시로 날씨가 변하고 구름에 가렸다가 나타나고 갑자기 안개 속에 사라졌다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신비감이 들어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카즈벡산은 정말 변화무쌍한 날씨입니다.

 

 

산을 오르려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가 내려도 우리는 올라가야 합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준비해 숙소에서 든든히 하고 밖을 보니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맑은 하늘이 보입니다.

 

 

우리 여행의 목적이 바로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성당이 있는 곳에 올라가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니까요.

그러다가 숙소를 나서자 이번에는 해가 비치기 시작합니다.

마치 우리에게 빨리 올라오라고 하는 듯...

역시 이곳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이 변화무쌍합니다.

 

 

함께 투숙했던 여성 두 분은 같이 올라가고 싶지만,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어

이웃집에 투숙했던 부부팀과 함께 차량을 이용해 오르시라고 했네요.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우리처럼 걸어 오르는 방법과

차량을 이용해 오르는 방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차량을 이용하려면 버스 정류장 부근에 많은 승합차가 있어 서로 눈치싸움을 하며

 협상해야 하는데 보통 1인에 15~30라리까지 부른답니다.

이게 고무줄 가격이라 사람에 따라 부르는 가격이 편차가 심하게 큽니다.

 

 

여기서 카즈베기까지 150km가 넘는 거리에 10라리인데 겨우 5km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를 잠시 올라갔다가 수도원 앞에서 30분~1시간 정차했다가

내려오는 비용치고는 절대로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걸어서 올라야 하니 이 또한 체력이 약한 분이나

시간이 부족한 분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스테판츠민다에서 운행하는 차는 주로 미쓰비시 승합차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델리카가 다니는데 아예 수도원행 차를 델리카라고 고유명사처럼 사용합니다.

그런데 차가 대부분 투견처럼 콧잔등이 깨져 범퍼가 없이 다니는 차가 많습니다.

아마도 중고차를 일본에서 수입해 운행하다가 접촉사고가 나면 여분의

범퍼가 없기에 그냥 운행하나 봅니다.

이 차가 오른쪽 핸들임에도 이곳에서 인기있는 이유가 사륜구동이라 산에

오르내리기 좋아 그랬을 듯하고 지금은 산길을 새롭게 포장해 예전에 비포장일 때

사륜구동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일반 승용차도 쉽게 오르내리더라고요.

조지아는 운전이 대체로 험악해 앞에 가는 차 꼴을 못 보고 무섭게 반대차선으로

넘어가 추월해가기 일쑤입니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도 마찬가지라 조지아에서 차를 타고 달리면 간이 쫄깃해지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으며 도로 사정도 좋지 않은 곳에서 난폭 운전은 조지아의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