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11. 09:00ㆍ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리투아니아
나이가 제법 드신 노인이 어느 건물 벽 앞에 서서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두 손을 가지런히 잡고 마치 경건한 기도라도 하는 듯하지 않습니까?
오늘은 이 건물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도 아픈 상처가 남아있다기에 그곳을 찾았습니다.
어제는 나치 독일에 의해 고통받고 가스실로 끌려가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던 유대인 게토 지역을 보았습니다.
오늘은 악명 높았던 빌뉴스 KGB 박물관(Genocido aukų muziejus)을 찾았습니다.
이곳을 강제로 지배했던 두 나라에 의해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죽었다네요.
이곳이 있는 위치는 게디미나스 대로(Gedimino pr)입니다.
게디미나스 대로는 대성당 광장에 서면 바로 눈앞으로 길게 곧장 펼쳐진 큰길이 보입니다.
이 길이 바로 게디미나스 대로입니다.
빌뉴스에서 가장 번화한 길이라 합니다.
명품거리로도 알려진 곳이라네요.
오후 6시부터는 차가 다니지 않는 보행자 전용도로로 변하는 곳이랍니다.
이곳에는 극장이나 국립 드라마 극장, 연극 공연장이 모여있어 문화의 거리라고도 부른다지요?
이런 화려하고 아름다운 거리 한복판에 고문과 총살로 얼룩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거대한 석조건물입니다.
그 건물 아래는 위의 사진에 보듯이 벽면을 따라 많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건물이 바로 러시아가 이곳 빌뉴스를 강제로 점령했을 때 리투아니아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러시아 정보기관인 KGB 건물입니다.
이곳 벽면에 새긴 글은 이곳에서 처형당한 희생자의 이름입니다.
숫자는 태어난 해와 사망한 해로 보입니다.
태어난 해는 모두 다르지만, 사망한 해는 1945년부터 1947년 사이로 거의 비슷합니다.
유비, 관우, 그리고 장비가 태어난 날은 달라도 한날한시에 죽겠다는 도원결의도 아니고...
생몰 연도를 보니 대부분 2~30대의 젊은이가 대부분입니다.
1940년도에 러시아에 편입되었다가 이듬해인 1941년에는 나치 독일에 점령되었지요.
그러나 나치 독일의 패망하며 1944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나치로부터 해방(?)되었다네요.
이때부터 여우를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늑대 굴었다는 이야기잖아요.
69라는 숫자가 보이는데 1944년부터 이곳 KGB 건물에서 정치범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기에 그런 의미로 생각되네요.
이곳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KGB로 사용했던 건물에 제노사이드 희생자 박물관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박물관은 본관 건물 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건물 끝을 돌아가야 하네요.
건물 끝을 돌다 보면 작은 공원이 보이고 돌무덤 하나가 있습니다.
또 그 뒤로는 추모탑이 서 있고 추모탑 아래 양초와 꽃을 바쳐놓아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네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문이 제노사이드 희생자 박물관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문을 닫았습니다.
이들은 리투아니아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다 붙잡혀 이 건물 지하에서 모진 고문과 협박을 받다가
끝내는 총살을 당하거나 고문의 후유증으로 죽은 곳입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추모식을 거행하나 봅니다.
추모식에 모인 사람은 대부분 나이가 많이 든 사람으로 아마도 희생자 가족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여자분은 전통복장을 하고 왔습니다.
역시 발트 3국은 금발의 나라인가 봅니다.
그러나 금발도 나이가 드니 백발로 변하나 보네요.
더는 인간이 인간을 인간답지 않게 고통을 주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삶이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삶도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마음이 선하면
모든 선이 이에 따라 일어나고
마음이 악하면
모든 악이 이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은 모든 선악의 근본이 되느니라.
(화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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