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5. 09:00ㆍ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리투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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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필을 끌고 양팔을 앞으로 벌린 장수의 모습이 보입니다.
어떤 사진일까요?
마치 두 팔을 앞으로 벌린 모습이 중국의 강시처럼 보입니다.
술래잡기라도 하고 있을까요?
어색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이 동상은 리투아니아에서는 가장 유명한 역사적인 인물이라는
게디미나스 대공(Monument to Grand Duke Gediminas/Paminklas LDK didžiajam
kunigaikščiui Gediminui)의 조형물이라 합니다.
동상 아래로 보이는 5명의 얼굴상은 리투아니아를 다스렸던 대공의 모습입니다.
그가 리투아니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 생각되네요.
빌뉴스에서는 더욱더 그렇다고 합니다.
이곳에 이런 강시처럼 생긴 조형물을 만든 이유를 들어볼까요?
리투아니아의 수도인 빌뉴스(Vilniaus)라는 도시는 도심을 흐르는
빌냐(Vilnia) 강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합니다.
네리스(Neris) 강과 빌냐 강이 만나는 부근에 세운 도시죠.
이 도시를 세웠을 때의 전설에 따르면 빌뉴스 부근의 트라카이라는 곳에 근거를 둔
게디미나스 대공작은 어느 날 이곳 빌뉴스로 사냥을 왔다 합니다.
워낙 사냥에 골몰한 나머지 그만 해가 지는 것도 몰랐을 정도였나 봅니다.
너무 어두워 돌아갈 시각이 지나버렸다네요.
할 수 없이 이곳에서 하루를 묵고 가기로 했는데...
야영을 결정하고 밤에 잠을 청했는데 마치 꿈이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그 꿈이란 철갑을 두른 늑대 한 마리가 언덕 위에 나타나 우렁차게 울부짖더라네요.
그리고 그 늑대를 잡으려고 해도 도저히 잡을 수 없었다네요.
꿈이 하도 이상해 아침에 일어나 사제에게 물어보았다네요.
그랬더니 철갑을 두른 늑대가 언덕 위에서 울었다는 것은 그곳에 성을 세우면
아주 튼튼한 성이 되어 오래도록 안전해진다는 의미이기에 이곳으로 도읍을 옮기면
오래도록 나라가 번창하는 계시라고 하였다네요.
이렇게 그 꿈에 나타났던 철갑을 두른 늑대가 보이고 그 늑대를 잡으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게디미나스를 표현한다는 게 마치 강시와도 같이 보였을 뿐입니다.
빌뉴스로 도읍을 정한 이유도 바로 이 늑대 때문이라네요.
위의 사진에서 철갑을 두른 늑대가 보이시나요?
1316년에 게디미나스(Gediminas; 1275경~1341) 대공이 왕으로 즉위한 뒤 1572년까지
그의 왕조가 지속하였고 이 왕조는 리투아니아를 동유럽 최강 국가로 만들었고 따라서
리투아니아 민족은 유럽의 중심의 역할을 했다고 하며 그때는 강성한 나라였지만,
그 후 주변 세력에 휘둘리며 나라조차 사라지기도 했다네요.
게디미나스는 리투아니아 영토를 현재의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지역까지 확장했고
끊임없이 리투아니아를 넘보는 독일 중세 십자군 기사단인 튜튼 기사단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한 왕이라고 합니다.
그의 아들 알기르다스(Algirdas) 대공의 통치 기간인 14세기 중엽에 리투아니아의 영토는
동쪽으로도 확대되었다고 하며
이들이 통치했던 시기에는 리투아니아 역사상 가장 강대한 나라였다고 하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어느 나라나 나라가 생기고 도읍을 정한 사연이 모두 있을 겁니다.
모두 신화처럼 현실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그런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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