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의 길(Baltijos kelias) 그 흔적을 찾아서

2018. 4. 4. 09:00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리투아니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턱을 두 손으로 괴고 태양을 향해 얼굴을 든 석상이 있습니다.

마치 하늘을 향해 간절하게 소원을 비는 것처럼...

이 석상의 주인공은 아담 베르나르트 미츠키에비치(Monument to Adomas

 Bernada Mickevičius)라고 합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아도마스 베르나다스 미츠케비치우스라고 해야 하겠네요.

 

그는 폴란드 낭만주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가장 위대한 시인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람이랍니다.

그는 사라져가는 나라였던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귀족 출신이었으나

두 나라의 분할로 조국이 사라져 버린 비운의 귀족이랍니다.

 

그는 이곳 빌뉴스 대학을 다니며 다시 두 나라가 재결합하는 운동에 관여하기도 했다네요.

그의 조각 석상이 있는 곳은 고딕식으로 지은 가장 예쁜 성당이라는

오나 성당 바로 옆에 있습니다.

 

아담 베르나르트 미츠키에비치의 석상이 있는 바로 그 부근에 위의 사진에 보이는

돌로 만든 표지석이 하나 있는데 눈여겨보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표지석이죠.

성 오나(안나) 성당 옆 광장인 이곳에서 1987년 8월 23일 처음으로

반소련 시위 집회가 열렸던 장소입니다.

그러니 소련에 합병된 해가 1939년 8월 23일이니 48년째였나 봅니다.

 

반소련 운동의 시작은 1년 전인 1986년 이곳 빌뉴스에서 발트 3국 대학생 축제가

열리면서 이때 대학생들은 그때까지 금지되었던 소련 점령 전인 각국의 국기를 소지하고

모였다고 하며 이런 일이 결국, 이듬해 8월 23일 처음으로 바로 이 장소에서

반소련 집회가 열리게 되는 원동력이었다고 합니다.

 

이 집회는 리투아니아에서 소련 지배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네요.

그때 고르바초프는 이 집회를 강제적으로 해산하지 않았답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의 선택 때문에 구소련연방이 해체되었고

많은 나라가 독립되었으니 고마워해야 할까요?

 

이렇게 시작된 집회는 이듬해인 1988년에 이르러 6월 3일 지식인들이 사유디스라고 부르는

리투아니아 재건 운동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게 됩니다.

 

이 단체를 중심으로 점차 타오르기 시작한 리투아니아 독립에 대한 활동은

1989년 8월 23일 저녁 7시에 독일, 소련 불가침 조약 50주년이 되는 날을 맞이해

세계가 깜짝 놀란 발트의 길(Baltic Way)이라는 인간 띠 행사가 열리게 되었지요.

저녁 7시에 발트 3국의 모든 성당에서는 일시에 종이 울리며 시작되었던 것이지요.

 

이 인간 띠는 약 15분간 서로 손을 맞잡고 독립과 자유를 외치는 위대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바로 발트의 길(Baltijos kelias)이라는 그 시작을 알리는 표지석이 또 하나 있습니다.

위치는 빌뉴스 대성당 광장에 있더라고요.

바로 작은 인간의 발자국 모양입니다.

 

이날 발트 3국의 200만 명이 모여 리투아니아 빌뉴스, 라트비아 리가 그리고

에스토니아 탈린을 잇는 총 650km의 인간 띠가 생긴 겁니다.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발트 3국의 수도를 잇은 인간 띠입니다.

 

이 발트의 길은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일로 세계사의 큰 획을 그었기에

200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받았다 합니다.

충분히 세계기록 유산으로 존중받을만하지는 않은가요?

 

같은 시각에 손을 맞잡기 위해 소지했던 당시의 라디오입니다.

세 나라 국민이 모두 나와 함께 인간 띠를 이어야 하니 그 시각을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이는 발트 3국이 소련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사건이지요.

이제 이곳 빌뉴스를 시작으로 우리도 발트의 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렵니다.

이 장소에 오면 그 의미를 느끼려고 누구나 출발을 알리는 발자국 모양의 장소에

자신의 발을 올려 본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표지석 스테부클라스(STEBUKLAS)입니다.

리투아니아 말로 기적이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인간 띠의 시작이자 마지막 지점에는 당시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기적이라는 글로 새겨두었습니다.

 

이 돌판 위에 한 발로 서서 멈추지 않고 단번에 한 바퀴를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때문에 늘 이곳은 많은 사람이 돌고 돌고 또 돕니다.

또 누구는 세 바퀴를 돌며 스테부클라스를 외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도 하고요.

 

좋다고 하는데....

정말 좋다고 하는데...

믿져야 본전이고 손해 나는 일은 아니지 싶어서 우리도 돌았습니다.

이 돌판의 위치는 대성당 광장에 있습니다.

 

이곳에 오셨으면 기적의 행운은 만나보셔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려면 위치를 정확히 아셔야 합니다.

너무 작아 찾기 힘들 듯하여 위의 사진을 첨부합니다.

대성당 정문 오른쪽에 뿔난 모세 조각상과 종탑 사이 광장 가운데에 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런 장소에 서면 많은 상념이 떠오릅니다.

이들이 겪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역사란 알지도 못했던 나라에서도 반복되어 일어나나 봅니다.

민초의 눈물과 피와 땀을 먹고 말입니다.

세상의 어느 나라도 남의 나라를 강점할 권리는 없습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 힘이 강한 나라가 또 다른 나라를 강제로 합병해

자기 땅이라고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