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5. 09:00ㆍ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체코
구시가지에서 카를교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고딕 양식의 문 탑 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합니다.
그 탑은 우리가 보았던 공화국 광장에 있는 화약탑의 원형이라 합니다.
다리를 진입하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게 하기 위해 다리 양쪽에 만들어 두었습니다.
먼저 다리 위에서 구시가지 방향을 보며 탑을 바라보면 위의 사진처럼 아무 장식도
보이지 않지만, 반대편인 구시가지에서 바라보면 많은 인물상이 보입니다.
이렇게 장식한 이유는 구시가지에서 이 문을 통과해 다리로 들어가는 길이라는 의미겠지요?
구시가지에서 바라본 탑의 아치 위로 보이는 문장은 보헤미아의 문장들입니다.
시대에 따른 보헤미아 왕국의 문장을 모아둔 듯하네요.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나라의 상징인 문장이 바꾸었다는 의미가 아니겠어요?
오늘은 다리 탑의 인물상부터 보고 갑니다.
그 위로 세 사람의 조각상이 보이는데 왼쪽부터 카를 4세, 성 비투스, 그리고
카를 4세의 아들인 바츨라프 4세의 모습이랍니다.
그리고 인물상 사이로 보이는 게 보헤미아 왕국의 문장이지요.
왼쪽은 독수리 문양이고 오른쪽은 꼬리가 둘인 사자상이라네요.
위쪽으로 두 명의 조각상은 왼쪽이 성 보이테흐와 성 지그문트라고 하네요.
탑은 아름답게 장식했지만, 여기에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예전에 합스부르크가에 반기를 들었던 27명의 보헤미아 신교 주동자 중 12명을 참수한 후
그들의 머리를 걸어둔 적도 있답니다.
반대 세력에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에는 여기만큼 좋은 장소는 없지 싶습니다.
아치형의 문은 보헤미아 군주의 승리를 의미하는 모양이고
예전에는 철문을 만들어 방어의 목적으로 사용했던 문이라 하네요.
그리고 다리를 지나가려면 이 문에서 통행세를 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답니다.
다리는 균형미도 없고 예술적이지도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탑을 통과하기 전에 교탑 천장을 보고 갑니다.
여행하다 보니 천장도 바라봐야 하네요.
그러나 이곳은 꼭 천장을 올려다보고 지나야 합니다.
여기 재미있는 실화가 있기에 잠시 옮겨봅니다.
한가운데 둥근 모양의 구멍이 보이고 구멍 양쪽으로 우선 멋진 문장 두 개가 보입니다.
하나는 꼬리가 둘 달린 사자고 다른 하나는 독수리 문장입니다.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라면 구미호인데...
둘 모두 너무 야위어 사자는 쥐도 잡기 어려운 고양이처럼 생겼고 독수리는 까마귀 같지만...
좌우지간, 이 문장은 보헤미아의 문장입니다.
이 문장에 사용된 꼬리 둘 달린 사자는 왼쪽에 보이는 체코 동전 50 코루나에서도 볼 수 있지요.
우리 돈으로 2.500원 정도 되나요?
그 양쪽 옆으로 각각 스카프로 보이는 리본으로 감싼 새가 보입니다.
그리고 양쪽 끝으로 각각 두 명의 여인이 보이네요.
이 여인의 직업은 목욕탕 직원이었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때밀이인데 좀 더 우아하게 표현해 목욕관리사라고 하지요.
이 카를교 건설을 명한 사람은 카를 4세지만, 그는 이 다리의 완공을 미처 보지 못하고 죽었고
그의 아들인 바츨라프 4세가 왕위를 이어받았다고 합니다.
그가 재위에 있는 동안 지방 귀족들과의 갈등으로 전투가 벌어졌고 바츨라프는 전투에 패하여
구시가지에 있는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답니다.
어느 더운 여름날 무더위를 참지 못하고 바츨라프는 간수에게 목욕이라도 할 수 있게 요청했고
이 이야기가 윗선에 전해지자 귀족들은 허락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 목욕탕이 바로 지금도 그 장소를 알 수 있는 카를로보 라즈네(Karlovy lázně,)라는 곳으로
카를교 탑이 있는 남쪽입니다.
카르로보 라즈네라는 말은 체코어로 왕의 목욕탕이라는 말이라 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목욕탕 부근이 다리 전체와 프라하성을 조망할 수 있는 아주 근사한 곳이죠.
특히 밤에는 프라하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가장 뛰어난 곳이죠.
특히 카를교와 프라하 왕궁과 비투스 성당의 모습은 프라하 여행 사진에서
가장 멋진 장소라고 생각됩니다.
스메타나 박물관이 있고 강변의 작은 광장에 위의 사진에 보듯이
체코의 국민 작곡가 스메타나 동상이 있습니다.
목욕탕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니 바로 자기가 있었던 프라하성이 아름답게 보였을 겁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목욕탕이 있던 자리에서 프라하성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으로
노을이 질 때는 무척 아름답습니다.
혹시 이 자리에서 이 시간쯤 되었을까요?
포로가 된 후 그동안 포기하고 지냈던 그였지만, 성을 바라보는 순간
다시 왕권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합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목욕탕 아래로 블타바 강이 흐르고
그 강가에 나룻배 한 척이 매여있는 게 보입니다.
원래 이런 풍경을 보면 사람은 더 돌아가고 싶은 열망이 생기지 않겠어요?
그는 탈출을 결심하고 목욕탕에 일하는 아가씨를 불러 이름을 묻습니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그녀는 그가 바츨라프 4세임을 알아채고 말하기를...
"폐하 제 이름은 주자나(Zuzana)이옵니다.
혹시 제게 지시할 일이라도?"
주자나는 이미 바츨라프 4세가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를 챘다는 말이지요.
"내가 네게 긴히 부탁할 일이 있느니라. 저 아래 강가에 나룻배 한 척이 보이는데
저기까지 경비병 몰래 들키지 않고 가는 방법이 없겠느냐?"
만약, 이런 부탁을 받는다면 누구나 한동안 망설이지 싶은데...
들키면 9족을 멸하는 대역죄인이 되는 일 아니겠어요?
머리가 명석한 주자나는 경비병의 위치를 확인하니 목욕탕 입구에만 있고 강가인
창문 쪽으로는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목욕탕에서 사용하는 빨래를 걷어 길게 연결해
줄을 만들어 창틀에 묶어 바츨라프 4세를 창문을 통해 탈출시키는 데 성공하고 그녀 자신도
바츨라프를 따라 내려와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나룻배를 가져와 노를 저어 강을 건너갔답니다.
나중에 목욕탕 밖에서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이 바츨라프 4세가 나오지 않자
문을 열고 목욕탕 안을 들어가 보니...
이미 탈출한 후여서 졸지에 닭 쫓던 개가 되었잖아요.
그러니 바츨라프 4세와 주자나가 닭이고 병사들은 개?
머리가 명석한 주자나는 바츨라프 4세를 우선 아무도 모르는 비밀장소에 숨겨두고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주변 제후 중 바츨라프 편에 섰던 제후를 찾아가게 되었고 바츨라프는
다시 제후들을 규합해 반대 세력과 치열한 전투를 벌린 후 승리를 취했답니다.
바츨라프 4세는 다시 왕권을 차지하자 자신의 탈출을 목숨을 걸고 도왔던 주자나에게
엄청난 금은보화를 하사하고 왕족이 사용했던 목욕탕 하나를 허물어 그곳에 멋진 건물을 지어
그녀에게 하사하고 그녀가 속한 길드에 세금 감면 혜택 등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합니다.
사실 이 정도로는 부족하지 않나요?
그리고 그들에게 새로운 문장을 하사하게 됩니다.
그 문장이 바로 위의 사진에 나오는 호반새를 감싸는 매듭입니다.
호반새는 바츨라프 4세를 상징했던 새로 그 호반새를 감싸는 매듭은 자신을 창문을 통해
탈출시켰던 그 매듭을 상징하지 않았을까요?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프라하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오가는 카를교 교탑 아래 천장에
위의 사진에 보듯 목숨을 걸고 자신을 도왔던 주자나의 모습과 문장을 그려놓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했답니다.
주자나의 직업은 때밀이였을까요?
오늘부터 목욕탕에 가면 누가 탈출을 도와 달라고 하는 사람이 없나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카를교를 건너 건너편에도 교 탑 하나가 서 있습니다.
1410년에 건설된 말라스트라나 교 탑(Malostranská mostecká věž)이라 합니다.
카를교를 건너 프라하성으로 오르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문이죠.
구시가지의 교 탑과 짝을 맞추기 위해 세트로 세웠나요?
그런데 구시가지의 교 탑은 바로 다리가 시작되는 곳에 세웠는데
여기는 강이 끝나고 한참 더 진행해야 하네요.
그런데 사실은 이곳이 예전 강의 시작점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다리가 끝나는 지점이라 생각했던 곳은 모래톱이 있던 곳으로
지금은 캄파섬이라고 부르는 곳이라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두 개의 탑이 보이는데 작은 것은 카를교를 만들기 전 옛날에 있던 다리 일부분으로
유디타라는 다리의 일부였고 이 부근에 있는 집은 프라하성을 지을 때 증축에 참여했던 목수나
장인들이 살았던 집이 모여있는 곳이라 합니다.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 살았던 동네라 자신의 집을 모두 예쁘게 멋을 부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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