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라~~ 무릉도원은 꿈이로구나!

2017. 4. 6. 09:00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16

봉우리와 호수가 아주 잘 어울린 곳이 바로 이곳 푸저헤이로 물론, 연꽃이 필 무렵은

푸저헤이는 온통 연꽃에 파묻혀 여기가 무릉도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실지 모릅니다.

푸저헤이는 복숭아가 아닌 연이니 무릉연원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나 우리가 찾았던 날은 시기적으로 늦은 11월 초였습니다.

 

위의 사진은 푸저헤이 마을의 광고판으로 연꽃이 피었을 때의 모습입니다.

그때가 이곳 푸저헤이가 가장 아름답다는 최성수기겠지요?

아마도 이 모습이 푸저헤이의 얼굴이지 싶네요.

 

그러나 우리가 찾았을 때는 저 연들이 모두 사라지고 휑한 모습이었지요.

지금은 모두 말라비틀어지고 쭈그러진 연만 있어 내년에 새 연이 다시 필 것입니다.

쭈그러진 연은 가고 새 연이여 오라!!!

佳人이 너무 연만 찾는다고요?

 

연꽃이 필 시기는 많은 여행자가 몰려오고 호수로 이어지는 수로를 따라

많은 배가 여행자를 실어 나르며 즐긴다 합니다.

또 연꽃 사이로 배를 타고 다니며 물총을 준비해

서로 상대편 배에 탄 사람에게 쏘기도 한다지요?

연꽃이 없는 시기일지라도 마음의 연꽃 한 송이 피우고 바라보면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고희를 넘겼으니 마음속에 연꽃 한 송이 정도는 피우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선인동촌 이족 마을 구경을 마치고 걸어서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이번에는 청룡산 뒤로 보였던 비포장도로를 따라 반대편에 있는

차이화징(채화정:菜花菁) 마을을 찾아갑니다.

차이화징 마을은 먀오(묘:苗)족이 사는 마을입니다.

치우를 조상으로 모시는 먀오족은 우리와는 사촌 간일지도 모릅니다.

 

차이화징으로 가는 길은 청룡산 뒤로 돌아가기에 그곳에서 바라보았던 모습입니다.

바로 저기 보이는 나지막한 산이 청룡산입니다.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앞뒤로 산이 없어 제법 멀리까지 근사한 경치를 볼 수 있죠.

저 위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이 개인적으로 푸저헤이에서는 가장 압권이었습니다.

 

차이화징 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갈 때와 올 때를 달리할 예정입니다.

갈 때는 큰길을 따라 걷지 않고 산 아래로 난 밭두둑 사이의 좁은 농로길을 따라갑니다.

비수기이기에 이곳도 걷는 사람은 우리 외에는 없습니다.

오히려 인적이 끊어진 이런 길이 더 좋을 때도 있잖아요.

 

건너편에 보이는 여기는 우리가 꿈에서만 상상했던 유토피아일까요?

길을 걷다가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세요.

마치 별세계로 들어가는 그런 기분이 드는 곳입니다.

여기가 혹시 도연명(陶渊明)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그런 곳이 아닐까요?

지금 우리는 이런 풍경 속으로 들어가 걷고 있는 겁니다.

 

잠시 걷다 보니 작은 동굴 하나가 우리가 걷는 길을 막고 나타납니다.

길은 동굴을 지나야 합니다.

이 동굴을 지나면 무릉도원이 나올까요?

도연명의 도화원기에도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동굴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했으니까요.

동굴이 나지막하고 작아 우리 보고 겸손히 허리를 숙이고 지나가라고 합니다.

 

잠시 도화원기에 나오는 구절 하나를 보고 갑니다.

왜?

佳人의 개인 여행기니까요.


復前行, 欲窮其林. 林盡水源, 便得一山,
궁금하기도 하여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까
그제야 숲이 끝납니다.
그 숲이 끝나는 곳에 물이 시작되는 水源이 있고, 그 앞에는 산이 버티고 있습니다.

 

우리가 걷고 있는 지금 이 길에는 우거진 숲은 없었지만,

호수가 보이니까 물은 많습니다.

게다가 그 물이 있는 곳에는 산이 버티고 있으니 도화원기에 언급했던

그곳과는 비슷한 곳이 분명합니다.

 

山有小口, 髣髴若有光. 便捨船從口入.
산에는 작은 동굴이 있었고 그 동굴에서 마치 유혹하듯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어
호기심이 많은 어부는 배를 버리고 그 동굴로 들어갑니다.


우리는 어부도 아니고 타고 온 배도 없을지라도 그냥 천천히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이고 동굴을 빠져나왔습니다.

그 동굴은 비록 우리를 유혹하지도 멋지지도 않았고 도화원기에 이야기한 희미한 빛도

없었지만, 호기심 많은 우리 일행은 그런 기분을 내고 동굴을 빠져나왔습니다.

 

初極狹, 纔通人, 復行數十步,

입구가 어찌나 좁은지 사람 하나 간신히 빠져들어 갈 수 있었고

다시 수십 보 나아가니 시야가 활짝 트이고 밝아졌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처럼 이곳도 허리를 굽혀 동굴을 겨우 통과하니

도화원기에 서술한 대로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정말 시야가 확 트이고 밝아졌지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이곳의 수면은 마치 무릉도원에 사는 사람의 마음처럼 고요합니다.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그런 풍경입니다.

 

보세요.

佳人이 여러분을 좁은 입구를 빠져나오게 했고 시야가 확 트이고 밝아지게 해 드렸습니다.

동굴을 빠져나오니 도연명이 노래했던 홀연히 어느새 저 멀리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곳이 나왔습니다.
오늘 제대로 도연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오늘 佳人을 따라 도화원기 속으로 들어가시는 겁니다.

 

헉!!!

여기는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드디어 도 선생이 언급한 무릉도원에 도착했습니다.

지금까지 소설 속의 유토피아라고만 알고 있었던 무릉도원이 아니었던가요?

 

무릉도원에 왔으니 잠시 佳人과 이곳에 앉아 구경이나 하고 갈까요?

그냥 부담 없이 세상 사는 이야기는 주고받으며 말입니다.

이런 곳이라면 잠시 정신줄 놓고 앉아 즐기다 갈 수 있지 않겠어요?
이런 곳은 근거 사진이라도 남겨야 후세 사람이 이곳을 찾아올 것 아니겠어요.

도연명은 혼자 소설을 썼기에 무릉도원은 지금 찾을 수 없지만,

佳人은 이렇게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제가 오늘 도연명이 이야기했던 세상 밖의 복숭아 마을이라는 세외도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11월에 무슨 도화랍니까?

 

진나라 태원 때 무릉이라는 고을에 고기잡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은

 근거를 남기지 않아 다시 찾을 수 없었잖아요.
그때 GPS라도 켜고 사진으로 남겼더라면 후세 사람이 무릉도원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우리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산 아래 동굴을 빠져나왔더니

눈앞에 처음 보는 세상이 나타났습니다.

그곳에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복숭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정말 믿기도 그렇고 믿지 않으려고 하면 속 좁은 사람이 될 것이고...

복숭아꽃이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이렇게 도화가 활짝 피었단 말입니까?

우리가 이곳을 찾아왔을 때는 이미 11월인데요.
그래서 가만히 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랬습니다.
역시 가짜로 만든 꽃이었습니다.
그러니 이 동네 사람이 이곳을 찾는 사람을 놀라게 하려고 만들었던

서프라이즈 무릉도원이었나요?

 

뭐 그래도 좋았습니다.

잠시 도연명이 이야기했던 도화원기에 나왔던 모습을 생각하며 풍경에 취해 즐거웠는걸요.

여러분도 즐거우셨나요?

잠시라도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세상 모든 일이 모두 내가 마음먹기 달린 것 아니겠어요?

 

이런 깜짝 쇼가 이곳을 찾는 여행자를 즐겁게 하기 위함이라면

이런 속임 정도는 얼마든지 좋습니다.

푸저헤이를 찾는 여행자라면 이곳에는 들러 봄이 좋을 듯합니다.

오히려 복숭아꽃이 전혀 피지 않을 계절이기에 더 좋습니다.

 

헉!!!

그런데 저 사람들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겁니까?

무릉도원에 산다고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3인 1조 저 사람들은

지금 배를 타고 배터리로 무자비하게 물고기를 기절시키고 뜰채로 뜨고 있는 중이 아닌가요?

무릉도원에 산다고 모두 고상한 방법으로는 살지 않나 봅니다.

아마도 저 사람들은 신선을 빙자한 신선표 인간이 분명합니다.

무릉도원에 사는 물고기는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전기 고문을 당해 기절할 수 있으니까요.

 

이곳은 천천히 걸어 다니며 구경해야 할 곳입니다.

빨리 간다고 꼭 가야 할 곳도 별로 없습니다.

천천히 걷다 보면 이런 곳에서는 우리도 천천히 나이가 들어갈 듯합니다.

원래 신선의 생활이 느린 삶이 아닌가요?

배터리로 물고기를 기절시키는 신선은 빼고 말입니다.

 

걷다가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면 도화가 만발한 무릉도원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연꽃이 피면 피는 대로 좋고 연꽃이 피지 않으면 피지 않은 대로 푸저헤이는 좋습니다.

인생길이나 여행길도 모두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비록 꽃길이 아니지만, 마음속에 꽃 한 송이 피우고 걷는다면 그게 꽃길이 되지 않겠어요?

여기는 가짜 꽃이지만, 우리를 위해 만개했잖아요.

 

오늘은 우리 부부와 함께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푸자헤이의 시골길을 걸어보십시다.
오욕(五慾)은 봉우리 사이에 던져버리고 칠정(七情)은 호수 안에다 버려버리십시다.

오욕과 칠정이 없는 삶이 바로 신선의 삶이 아닐까요?

 

출발부터 산이 성큼 호수 안으로 뛰어들어 우리 부부 사이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복숭아꽃도 함께 佳人 가슴에 안겨버렸습니다.

푸저헤이의 하늘과 복숭아꽃과 호수와 산 봉우리까지 모두 佳人의 품속으로 와락 안겨왔습니다.

오늘 佳人은 두 팔을 벌려 세상 모두를 가슴에 안아버렸습니다.

그냥 맹숭거리며 구경하기보다는 엉뚱한 생각만 하는 佳人처럼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살아온 세월 돌아보니 한바탕 꿈이로다.

살아갈 길 바라보니 이 또한 꿈이런가?
좋은 일도 궂은일도 모두가 꿈이로다.
꿈속에서 꿈을 꾸니 이 또한 꿈이로다.
이렇듯 佳人은 일장춘몽 언제 깨려 하느뇨.

그래도 꿈을 꾸는 시간은 살아 있는 시간일세.
죽고 나면 꿈조차도 꾸지 못한다네.
일장춘몽 이런 것이 바로 우리 삶이 아니런가?
오늘 꾼 佳人의 꿈은 살아 있는 꿈이로다.
꿈속에서 꿈을 꾸니 이 또한 꿈같은 세상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