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의 계곡 무덤의 장벽

2017. 7. 3. 09:00이탈리아 여행기 2015/아그리젠토

화합의 신전이라는 콩코르디아 신전 구경을 마치고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그들은 평화를 사랑해 평화의 여신을 모시기 위해 콩코르디아 신전을 만들었을 겁니다.

이 말은 당시에도 많은 갈등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살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는 말인가요?

 

그런데 위의 사진처럼 오른쪽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장벽이 보입니다.

게다가 단체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가던 길을 멈추고 가이드의 설명을 자세히 듣고 있습니다.

반원 모양의 구멍도 보이고...

 

이곳은 무덤의 장벽이라 부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움푹 팬 곳은 죽은 자의 시신을 모셨던 무덤이라는 말이고 이런 형태로

길게 연결된 것은 도시를 지키는 성벽의 역할도 겸한 곳이라고 합니다.

 

워낙 특이한 모습이라 오늘은 이곳의 무덤과 성벽이 함께 있는 곳을 구경합니다.

원래 신전에 사용할 석재를 캐내고 남은 자연적으로 벽이 생긴 것에 조금 보완하여

성벽으로 사용하다가 나중에 그 성벽을 파고 무덤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말이지 싶네요.

 

도시 남쪽 성벽이라는 Mura meridionali이며 동시에 움푹 파인 묘라는 의미의

Tomba ad arcosolio라는 곳이죠.

그러니 우리말로 무덤의 장벽이라고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게 바로 이곳의 모습으로 남쪽 면을 따라 절벽이 있고

그 위에 성벽을 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지금은 예전처럼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 흔적이 제법 많이 남아있습니다.

원래 이곳에서는 길이가 12km에 이르는 장벽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콩코르디아 신전부터 헤라 신전에 이르는 지금 보는 구간은 장벽 겸 아르코솔륨(arcosolium)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아르코솔륨이란 우리가 로마 지하무덤인 카타콤베에서 보았던 형태의

무덤으로 이곳은 지상에 만들었다는 것이 다르네요.

위의 사진처럼 사암으로 된 곳이기에 간단한 연장만으로도 쉽게 내부를 팔 수 있는 암석입니다.

 

군데군데 파놓은 곳에 시신을 넣어두었던 곳이라네요.

그러니 그냥 시신을 넣어두는 게 아니라 석관을 만들어 저 안에 넣었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물론 주변에 땅을 파고 매장했던 흔적도 볼 수 있습니다.

 

파다가 너무 파 구멍이 생긴 곳도 많습니다.

물론, 세월이 지나며 풍화작용으로 뚫어졌겠지만...

 

가족이 함께 안치된 가족묘도 있고 부자들의 묘는 더 크고 넓다고 합니다.

 

이곳에 무덤을 만든 시기는 중세인 4~9세기경 기독교도들에 의해 세워진 곳이라

하고  콩코르디아 신전이 기독교 예배당으로 사용되며 이 부근에 베드로 성당과

바오로 성당이 함께 지어졌다고 합니다.

다른 신을 믿었지만, 그들 덕분에 콩코르디아 신전만이 가장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남아있네요.

 

역시 건물이란 사용해야지만,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나 봅니다.

 

마치 중국의 마호애묘를 보는 듯합니다.

중국의 낙산에 가면 바위를 파고 그 안에 죽은 자의 시신을 모시는 장묘 형태가 있습니다.

여기의 방법과 같습니다.

 

그중 어느 무덤은 방금 무덤 내부를 칠한 듯 장식한 곳도 있습니다.

아마도 생전 죽은 자의 모습을 그린 것은 아닌지...

무덤의 크기에 따라 지위와 부를 알 수 있다고 하니 죽어서도 차별화를 했나 봅니다.

장벽이란 외부로부터 침략하는 적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곳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쌓은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는 자연적인 장벽입니다.

정말 천혜의 지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벽 너머는 바로 지중해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지중해로 배를 타고 들어오는 해적을 지키기 위한 방어시설이겠지요?

그러니 이곳에 죽은 시신을 넣어두어 죽어서도 적의 침입을 막으라는 의미일까요?

야심한 밤에도 불침번을 서며 말입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낸 일도 있으니...

그래도 평생을 힘들게 살아온 조상을 죽어서나마 편히 쉬게 해야지

이렇게 죽어서도 후손이 살겠다고 성벽에 모셔 지키게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