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24. 09:00ㆍ이탈리아 여행기 2015/팔레르모
이제 우리는 로마를 떠나려고 합니다.
여행을 꿈꾸는 사람 치고 로마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로마는 인류 역사에 제일 굵은 선을 그은 유적의 도시이기 때문이겠지요.
로마에서의 4박 5일 일정을 모두 마치고 시칠리아 팔레르모로 떠납니다.
숙소로 돌아오기 전 중국 음식점에서 미리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러
배낭을 찾아 테르미니 역으로 갑니다.
오늘 타고 갈 기차표는 이탈리아 여행을 결정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했습니다.
잠시 스쳐 지나온 곳이지만, 여러분께서는 로마의 어떤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가장 거대했던 건물인 콜로세오입니까?
이곳은 피의 역사겠지요.
아니면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운 세상에서 가장 큰 산 피에트로 대성당입니까?
사실 교황청은 중세의 가장 큰 권력이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중세의 모든 일이 성당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 싶습니다.
佳人은 개인적으로 로마 수도교와 아피아 가도를 꼽고 싶습니다.
이런 대역사가 권력의 인프라이기도 하겠지만, 바로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잖아요.
삽질에도 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기차는 보통 2개월 전에 예약하면 무척 저렴한 가격에 표를 살 수 있습니다.
밤 9시 31분 출발하는 쿠셋 침대로 39유로/1인에 예매했습니다.
예약 시 이탈리아 기차 회사인 트랜이탈리아에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되더군요.
혹시 4인실 쿠셋 침대가 어떤지 알고 싶은 분은 사진을 보세요.
우리는 중국 여행을 하며 침대 기차를 여러 번 이용했기에 거부감이 없네요.
혹시 중국 여행에서 침대 기차를 이용해 보신 분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는 4인실로 정했습니다.
출발할 때 승무원이 방마다 방문해 기차표와 여권을 확인합니다.
기차표는 예약 시 지정한 메일로 확인서가 날아오며 그 예약 내용을
인쇄해 가져 가면 따로 기차표 발권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차는 정시에 출 출발 해 밤새 달려 다음 날 아침 10시경에
시칠리아 팔레르모에 도착합니다.
로마에서 출발해 우리 가족만 셋이서 문을 잠그고 잘 가다가 기차가
나폴리에 도착한 자정에 누가 문을 두드리네요.
열어주니 우리와 같은 방에 타고 갈 남자입니다.
그런데 이 사내는 자정이 지나도 잠을 자지 않고 계속 들락거리며
우리마저 잠을 자지 못하게 합니다.
우리처럼 종점까지 갈 승객이 아니라 중간에 내릴 사람으로
하차 역을 지나칠까 봐 잠을 자기도 불안하니 그랬나 봅니다.
그 사람 때문에 우리마저 한잠도 자지 못하고 밤새워 뒤척였습니다.
혹시 세 사람이 야간 침대 기차를 타고 여행하실 분이 있으시면 4인실을 모두 예매하여
다른 사람과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는 편이 낫지 싶네요.
미리 일찍 예약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표를 살 수 있으니까요.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반도 끝 구두 코앞에 있는 섬이죠.
육지인 산 조반니와 시칠리아의 메시나까지 거리가 10km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아직 다리가 없습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교량 공사 능력이 없어 그렇지는 않겠지요?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다리로 연결했을 텐데 이탈리아는 불편하지만,
그냥 페리로 건너 다니죠.
같은 방에 있는 그 사람 덕분에 우리도 잠을 깨 기차를 배에 싣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위의 사진에 보이는 선로가 지금 배 안으로 들어오는 육지의 끝입니다.
우리처럼 기차를 타고 시칠리아로 이동하려면 기차를 배에 싣고 건너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도대체 배가 얼마나 크기에 기차를 배에 싣고 건넌답니까?
이 때문에 이곳에서 10km 정도 바닷길을 이동하기 위해 3시간이나 걸렸습니다.
그러나 기차표만 있으면 페리 표가 없어도 그냥 건넙니다.
기차는 너무 기니까 3~4량씩 끊어 세 줄로 나누어 배에 싣네요.
배는 기차만 전용으로 싣는 트랜이탈리아 소속의 배입니다.
배 안에는 기차선로가 놓여있습니다.
배 안 2층에는 매점도 있고 화장실도 있어 잠시 내려서
다리 운동도 할 겸 쉬어가는 것도 좋겠네요.
물론, 이때는 기차 안에 둔 소지품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해야 하겠지요.
우리는 번갈아 소지품을 지키며 나갔다 왔습니다.
우리가 부주의해 잃어버릴 수 있고 그 때문에 여행 기분을 망칠 수 있잖아요.
살다 보니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기차를 타고 배에 실려 바다를 건너는 경험 말입니다.
세상에 많은 사람이 살아가지만, 이런 경험을 하신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기차 안에는 위의 사진처럼 배 음료를 한 사람에 하나씩 놓여있습니다.
기차를 배에 실었다고 배 음료를 주었을까요?
나중에 다시 돌아올 때는 낮에 탔는데 주지 않는 것을 보면 야간에만 주나 봅니다.
이제 바다를 건너 다시 기차를 육지로 연결합니다.
세상은 넓고 구경거리도 많습니다.
이렇게 이상한 경험을 하며 여행 중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만약, 시칠리아와 육지를 잇는 다리가 있다면 우리는 5분 만에 건널 수 있는
10여 km의 거리를 이렇게 약 3시간 넘게 걸려서 건너갑니다.
다리 공사가 어려워서 그랬을까요?
우리나라라면 이미 다리 공사를 했지 싶습니다.
옛 로마는 그 엄청난 수도교를 건설해 수십 km 떨어진 곳으로부터 물을 끌어왔는데
그들의 후예라는 이탈리아 사람은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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