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3. 09:00ㆍ이탈리아 여행기 2015/로마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세상 모든 포장도로의 효시라고 하는 아피아 가도입니다.
아피아 가도는 그래서 가도의 여왕이라는 명예로운 별명이 생겼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인 사실에 딴지를 거는 경험을 했기에 오늘 그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예전에 중국 여행을 하며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금우고역도라는 곳을 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금우고역도란 쓰촨 지방 청두에서 당시 장안이었던 서안으로 이어지는 약 1.000km의
도로로 돌로 포장한 도로라 합니다.
물론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지만, 아직도 그 일부가 남아있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
금우도의 흔적은 삼국지에 나오는 봉추 방통이 죽었던 낙봉파에서 백마관으로 이어지는
길에 있는데 삼국지 투어를 하시려면 꼭 가봐야 할 곳 중 한 곳이지요.
그때 그 길이 오늘 걷는 아피아 가도보다 먼저 만든 포장도로라고 써놓아 포장도로의
효시라는 아피아 가도를 머쓱하게 만든 중국의 배포에 놀라워하며 걸었을 때
언젠가 아피아 가도를 반드시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제갈공명의 출사표는 죽고 난 후에 멈추겠다는 북벌의 염원을
담은 결의로 한 사람이 막아서면 만 명의 적군도 열 수 없다고 하는 일부당관, 만부막개
(一夫當關, 萬夫莫開)의 검문관에도 금우고역도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검문관 앞에 학우선을 든 공명의 모습이 보이네요.
검문관은 공명이 후계자로 지명했던 강유가 종회가 이끄는 20만 명의 위나라
군을 맞아 2만의 군대로 맞서 싸우며 끝내 버텨냈던 아주 험한 곳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듯 종회는 촉으로 진군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V자
계곡에 검문관이 있어 강유가 막아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지금 이 길이 아피아 가도보다 4년이나 빠른 시기인
기원전 316년에 건설되었다는 점입니다.
젠장! 모든 길은 로마가 아니고 장안으로 통했나 봅니다.
중국이라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요?
금우도에 관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오늘 걸어가며 그 이야기나 해볼까요?
금우고역도(金牛古驿道)는 글자 그대로 횔금소와 연관된 오래된 이야기로
고촉의 개명왕이 욕심 때문에 나라까지 거덜 냈던 이야기죠.
당시 중원에 있는 진나라 혜문왕은 촉을 정복하려 했지만, 촉으로 들어가는 길이 워낙 험해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혜문왕은 금소를 만들어 그 금소가 똥을 누면 금 똥을 눈다고
소문내고 이 소를 개명왕에게 선물하려 하나 길이 험해 금소를 가져갈 수 없다고 했다네요.
이에 개명왕은 휘하에 다섯 명의 장수에게 명하여 산을 깎고 관문을 열어 길을 내라고 했다네요.
그 관문이 바로 검문관으로 그 앞에 서서 바라보면 정말 암벽 가운데를 헐어낸 듯하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다섯 명의 전사가 바로 오정이고 검문관에는 오정평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지요.
이들이 산을 지키는 큰 뱀과 요괴와 치열하게 싸우며 산을 허물어 길을 내는 장면이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고생하며 길을 열었더니 진나라 혜문왕은 완공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 길로 군사를 몰아 촉을 멸망시키고 말았답니다.
작은 탐욕이 나라까지 거덜 내고 말았습니다.
우리말에 죽 쒀서 개 줬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금우도가 죽이고 진나라 혜문왕이 개라는 말인가요?
금우고역도는 로마가 만든 길처럼 최하층에 자갈을 30cm 깔고 그 위에 자갈과 점토를
섞어 깔고 다시 그 위에 돌멩이를 완만한 아치형으로 깐 후 그 위에 사방 70cm 정도로 된
돌을 네 모서리가 딱 들어맞도록 깔지는 않고 그렇게까지 과학적이지도 않고 표준화되지
못했지만, 좌우지간 돌로 된 포장도로를 시간상으로는 먼저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그 말이 크게 믿음이 가지 않고 세계적으로 공인되지도 않지만...
중국의 주장이 세계적으로 공인받지 못하는 게 어디 한두 개겠어요?
원래 길이라 힘이 있을 때는 그 문명을 세상 밖으로 내 보내고 다른 지역의 물산을 공물로 받아
부유하게 살 수 있지만, 힘이 없으면 다른 세상에서 순식간에 밀고 들어오는 패망의 길이 되고
마니 이 길은 로마의 영욕을 함께 한 길이지 싶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서로 만나고 찾아가는 일은 모두 길에서 시작합니다.
길이란 서로 교통하고 문명과 문명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길에도 무척 많은 길이 있나 봅니다.
비단길인 실크로드, 마방이 다녔던 차마고도, 눈으로 볼 수 없는 바닷길도 있었지요.
그리고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정이 듬뿍 담긴 오솔길이 있지요.
우리에게는 무척 친숙한 오솔길은 그냥 아무렇게나 생긴 길입니다.
아무 때나 쉽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고요.
그러나 그 길도 자주 왕래하지 않으면 금세 풀들이 자라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찾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길도 서로 교통하지 않으면
금세 잊혀 나중에 서먹서먹할지 모릅니다.
길에는 역사가 무척 오래된 길도 있습니다.
중국의 상나라 시기에는 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진흙으로 다져 만든 길이 있고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던 소설 삼국지에는 잔도라는 판자 길도 있습니다.
이런 길에는 역사가 묻혀있고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늘은 길에서 아주 멀리 벗어난 이야기를 했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원래 계획했던 길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겠어요?
내일은 다시 원래 걸었던 아피아 가도로 다시 걸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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