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0. 09:00ㆍ이탈리아 여행기 2015/로마
로마 수도교 중 오늘 구경하고 있는 지역의 수도교는
클라우디아 수도교(Aqua Claudia)라고 한다지요?
세상에는 많은 역사적 유적이 많습니다.
아름다운 것도 많고 감동을 주는 것도 많지요.
그러나 이곳처럼 크게 볼 것은 없지만, 우리 마음에 깊이 남는 유적은 많지 않습니다.
예전에 세계문화유산의 하나인 중국의 도강언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이빙 부자가 기원전 만든 수리시설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 수도교도 그에 못지않은 인간승리입니다.
도강언은 강물을 나누고 그 강물을 다시 나누는 방법으로 과학적으로 물관리를 한 곳이죠.
넘치는 곳과 모자라는 곳이 없도록 우기나 건기에 구애받지 않도록 만든 곳이 도강언입니다.
당시 홍수만 나던 강을 척박하고 메마른 쓰촨 평야로 물길을 내어 물이 공급되니
홍수도 예방하고 쓰촨 평야는 옥토로 바뀌어 살기 좋은 곳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후에 유비가 이런 옥토가 있는 쓰촨으로 군사를 이끌고 종친을 돕는다고 들어가
슬그머니 자리 잡고 종친을 쫓아버리고 촉한을 세워 삼국지의 한 축을 담당했으니
유비는 엉큼하고 참 나쁜 사람이네요.
대 제국 로마에 수로가 이것 하나만 있다면 물 부족 현상이 있지 않겠어요?
대규모 수도교만 모두 11개나 되는 수로가 거미줄처럼 로마로 연결되었다 하니
정말 대단한 나라였다는 생각입니다.
더군다나 그들은 목욕문화가 발달한 나라였기에 물처럼 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로가 필요했지 싶네요.
이런 수로를 보면 정말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야말로 시민을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깨끗한 물이 아닐까요?
여기 로마 수도교는 크게 볼거리는 없습니다.
역사를 만나고 인류의 위대한 업적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게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 하겠지만,
그래도 보는 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너무 넓은 곳이라 돌아다니다 보면 갑자기 일이 급할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하고 가야 하는 곳입니다.
주변에 화장실이 없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개를 끌고 나와 산책하며 조깅도 합니다.
그런데 이곳 로마의 개도 우리나라 개처럼 야외에만 나오면 꼭 일을 보려고 하지요.
정말 개판입니다.
우리도 개처럼 그럴 수 있으니까 개가 되지 않으려면 미리 모두 내보내고 와야 합니다. 꼭~
All or Nothing이라고요?
화장실이 전혀 없는 이곳은 전부 화장실이 된다고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구조물은 로마가 메리다에 건설했던 수도교로 수로를 따라 흐른 물이
일단 중간마다 만든 작은 저장시설에 가두었다가 다시 흐르게 했던 시설입니다.
이는 물과 함께 흘러온 이물질을 이곳에 가라앉혀 청소하기 위함이니 수로도 과학입니다.
이런 시설을 연속적으로 만들어 이물질도 제거하고 수시로 청소도 쉽게 하니
역시 과학입니다.
이 수도교를 통해 하루에 얼마나 많은 물이 흘렀을까요?
깨끗한 물이 하루에만 191.196 m³ 나 된다고 하니 놀랍지 않습니까?
11개의 수도교의 물길을 따라 로마로 들어오는 물의 양이 매일 1,127,220 m³ 나
되었다고 하니 로마는 물의 천국이지 싶네요.
이런 기록은 당시 쿠라토르 아쿠아룸(curator aquarum)이라는 관정에 관리자로 일했던
섹스투스 율리우스 프로토누스가기록한 자료가 아직 남아있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기록도 과학입니다.
그의 기록에 따르면 큰 수도교만 11개였고 지하로 연결했거나 작은 것까지
모두 합하면 97개나 되었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건설된 것은 아피아 수도교로 기원전 312년에 만든 것이고 여기
클라우디아 수도교는 훨씬 늦은 시기인 기원전 38년에 건설된 것으로 나온다네요.
이런 수도교 덕분에 로마 시민들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었고
로마의 자랑인 목욕문화도 발달할 수 있었습니다.
로마의 목욕탕은 수천 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가 아닌가요?
그런 곳에 물을 공급한다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로마는 어디 상수도만 이렇게 건설했을까요?
하수도 시설도 완벽하게 계획에 따라 만들었잖아요.
로마는 도시를 건설할 때 도시의 기본 설계에 여러 가지 시설이 포함돼 있기에
매뉴얼에 따라 만들었나 봅니다.
이런 모든 게 오늘날 시멘트인 시멘텀을 로마는 개발했기에 가능했지 싶습니다.
시멘텀으로 만든 두 개의 유명한 것은 바로 이런 수도교와 또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인
콜로세오라 할 수 있지요.
콜로세오는 인간의 피를 부르는 피의 역사였다면 수도교는 정말 아름다운 인간을 위한
역사로 물을 공급하는데 꼭 지상을 다리로 연결하는 수도교만 있는 게 아니지요.
로마 시내에 수많은 분수의 물은 지하 수도관을 통해 흘러들었고
트레비처럼 지상을 솟구치기도 하고요.
이런 시설로 말미암아 로마가 가장 번성했을 때는 로마에만 천 개가 넘는 목욕탕이
있었다고 하니 역시 목욕은 로마의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을 것이고 목욕문화가
로마의 운명을 재촉했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 싶네요.
그런데 이탈리아에는 이태리 타올이 없고 이태리 타월을 만든 나라는 우리나라라는 점...
로마가 도시 인프라 건설에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도로, 하수구 그리고
상수도인 수도교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오늘 하나를 보았으니 또 다른 곳인 도로를 보고 싶습니다.
아까 공원에서 일하던 분에게 얻은 지도를 놓고 고민하고 있네요.
바로 그분에게서 얻은 이 지도 한 장 때문에 우리는 엉뚱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 도로가 바로 아피아 가도(APPIA ANTICA)라고 하는데 바로 부근에 있어
멀지 않은 듯하여 걸어가려고 합니다.
마침 우리 옆을 지나는 사람이 있어 아까 얻은 지도를 놓고
여기부터 아피아 가도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았네요.
그 아저씨 난색을 보이며 중간 부분에 연결되는 길이 없을 것이라고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럴 때는 어쩌면 좋겠습니까?
당연히 일단 가보기로 합니다.
가다가 길이 없으면 다시 돌아오면 되니까요?
이렇게 시작했던 우리의 무모한 두 발로 여행은 그 결과가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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