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 서명의 방 아테네 학당

2016. 7. 29. 09:00이탈리아 여행기 2015/바티칸

 

위의 사진은 바티칸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프레스코화 중 하나인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으로 바티칸 궁전의 라파엘로의 방은 그의 작업실이자

명품 프레스코화가 있는 곳입니다.

세상에 이런 대단한 작업실도 없을 겁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이런 장소에 이 정도의 배려는 아마도 라파엘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요?

 

 

아니군요?

르네상스 시기에 또 한 사람의 천재라는 미켈란젤로도 있습니다.

당대의 천재 두 사람은 바티칸을 빛낸 인물임에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순서대로라면 당연히 콘스탄티누스의 방부터 사진을 여기에 올려야겠지만,

오늘은 순서를 조금 바꾸어 라파엘로의 대표작인 위의 사진에 보이는 아테네 학당이

있는 서명의 방부터 먼저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대작을 직접 그 앞에 서서 본다는 것은 예술에 대한 이해와는

관계없이 가슴 떨리고 대단한 일이지 싶습니다.


이 프레스코화는 라파엘로를 미켈란젤로와 같은 급으로 격상시킨

그림이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이 작품을 그릴 때 바로 옆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미켈란젤로도 천장화를

그리고 있었을 것인데 러나 사실은 미켈란젤로는 주 종목이 조각이 아닌가요?

 

 

사실, 고백하자면, 그림뿐 아니라 예술 전반에 걸쳐 아는 게 전혀 없는 무지한 사람이라

이런 자리에 제가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그러니 佳人이 보면 그 대단한 아테네 학당도 봉숭아 학당처럼 생각된다는 게

문제가 아니겠어요?

 

 

오늘도 해외에 나가 그 나라 글자도 모르는 사람이 식당 메뉴판 보듯

훑어보며 지나가겠습니다.

사실 외국에 나가보면 식당의 메뉴판은 정말 일기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라파엘로가 이곳에 인류의 역사상 세상을 빛낸 50여 명의 대가를 집합시켰습니다.

오늘 반상회라도 하려고 하나요?

서명의 방은 네 개의 주제로 그려졌는데 아테네 학당은 철학을 주제로 그린 프레스코화라네요.

 

 

먼저 아테네 학당 전체의 모습을 보고 그곳에 그려진 대가를 찾아봅니다.

교황에 소개해 준 동향 출신인 브라만테에 대한 고마움으로 브라만테가 만들던

산 피에트로 성당을 배경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아테네 학당 그림 중 사람들 위쪽 조각상 중 오른쪽은 미네르바의 모습이고 왼쪽은

아폴로의 모습이라 하며 8m가 넘는 대작으로 철학을 주제로 다룬 54명의 인물을 그렸습니다.

오늘은 이 그림 속에 담긴 사람을 찾아다니려고 합니다.

 

 

우선 제일 중앙의 모습부터 봅니다.

고대 철학의 대가였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볼 수 있는데 플라톤은 기원전 360년경

썼다는 그의 저서 티마이오스를 옆구리에 끼고 오른손 검지를 들어 이데아를 상징하는

이상주의자임을 알리는 제스처라고 하네요.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왼손에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 책을 들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오른손 바닥으로 땅을 가리키고 있어 대조를 이룹니다.

그러니 플라톤은 "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게 이상이라 생각하네!"라고 하니까

아리스토텔레스가 "왜 이러십니까? 이상이 밥 먹여 줍니까? 

현실을 직시하세요 선배님!!!"이라고 하는 듯합니다.

 

 

"진리나 실재를 의미하는 이데아란 우리의 오감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정신을

훈련함으로 얻을 수 있어 지성을 통해서만 깨닫지 않겠는가? 나는 그리 생각하네!"

"선배님 생각은 그러신가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고민을 왜 하시는가요?

에이도스란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통해 느낄 수 있고 동시에 우리의

생각 속에 개념이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들어보면 이런 내용이 아닐까요?

 

그래서 플라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기에 골방에서

생각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오감을 통해 고민해야 하기에

정원에서 고민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평범한 사람은 술집에 앉아서 삶을 노래하지요.

佳人은 아무 고민도 하지 않고 그냥 생긴 대로 살아갑니다.

 

 

두 사람 발아래 계단에 앉아있는 사람은 노숙자가 아니라 바로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디오게네스로 그가 남긴 일화가 유명하지요.

알렉산더 대왕이 일광욕을 즐기는 디오게네스를 찾아 소원을 말하라 하자

햇볕을 가리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그래서 라파엘로는 그림에서도 햇볕을 가리지 않으려고 그의 앞에 아무도 그리지 않았나

본데 아마도 세상의 노숙자는 디오게네스로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스무 명의 철학자 중 한 사람이며 그림 속의 철학자 중

유일한 여성이 보이는데 바로 최초의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입니다.

일부에서는 이 여인을 라파엘로의 연인 마르게리타 루티의 모습이라고 하는데 만약,

그 말이 진실이라면 라파엘로는 아테네 학당을 봉숭아 학당으로 만들려고 했나 봅니다.

그녀의 앞에 서서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파르메니도스로 모든 진리의 바탕은

이성이고 이성에 의해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나요?

그런데 뒤돌아 넘겨다 보는 모습이 마치 여자의 옷 속의 가슴을 들여다보

엉큼한 사내로 그렸습니다.

 

 

 

바닥에 컴퍼스로 무엇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클리드가 네 명의 제자들에게 기하학을 가르치는 모습입니다.

맞은편에 앉은 학생은 유클리드 강의에 흠뻑 빠져든 모습이지만,

그 옆의 학생은 주의가 산만해 보입니다.

여기에 유클리드의 얼굴은 라파엘로를 교황에 소개했던 브라만테의 얼굴로 그렸다네요.

점점 봉숭아 학당이 되어갑니다.

 

 

오른쪽 두 번째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는 인물이 원래는 그리스 화가 아펠레스인데 모습은

바로 라파엘로 자신이라고 하는데 프레스코화에 대한 개인 사인을 이런 식으로 확실히 했고

그의 오른쪽에 모자 쓴 사람이 친구인 소도마 또는 피에트로 페루지노라고 합니다.

 

천구라고 하는 둥근 물체를 든 수염 난 사람이 당시 인문학자인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의

얼굴을 조로아스터이고 그 앞에 등을 보이고 지구본을 든 사람은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라고 하는데 그는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천동설을

주장한 인물이라 하네요.

천구 뒤로 보이는 붉은색 망토를 걸친 사람은 플라톤의 가르침에 빠져

플라톤 사상의 전도사가 된 플로티누스입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녹색 옷을 입고 성질깨나 있어 보이는 사내는 플라톤의 스승이라는

소크라테스고 제자는 아테네 학당의 한가운데 서서 이상을 중요시한다고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듯 그렸는데...

왼쪽에 서 있는 갑옷을 입은 사람은 알렉산더 대왕이라고도 하고 알키비아데스라고도

하며 그 옆에 키 작고 빨간색 옷에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은 소크라테스의 제자며 역사가인

크세노폰이고 파란색 옷을 걸치고 손을 머리에 걸친 사람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대화편을 만든 아이스케네스랍니다.

 

 

기둥에 기대어 뭔가 열심히 기록하는 사람이 보입니다.

머리에 월계관도 썼습니다.

이 사람은 쾌락주의 철학을 주창한 에피쿠로스라고 하며 그의 얼굴은 당시 바티칸

도서관장으로 재직 중이던 토마소 잉기라미를 그렸다고도 합니다.

 

 

머리가 벗어진 사내가 쪼그리고 앉아 책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습니다.

우리도 아는 피타고라스 정리로 유명한 수학자 겸 철학자로 후에 플라톤에도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라고 하며 그는 세상의 모든 물질의 본질은 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으며

현악기에서도 현의 길이에 따라 음정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고 이를 근거로 서양 음악

이론이 발전했다고 하고 피타고라스 뒤에 앉아 커닝하듯 넘겨다 보는 사람은 철학자

보에티우스 또는 아나크시만도로스라고 하네요.

 

 

혼자 외롭게 턱에 손을 괴고 고독을 즐기는 사내가 보입니다.

그래도 손으로는 뭔가 적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로 그의 얼굴은 바로 옆방에서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을

그렸던 미켈란젤로의 얼굴 모습이라 합니다.

 

가장 유명한 그림인 아테네 학당은 그 속의 비치는 배경의 건축물은

브라만테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을 그렸다지요?

아마도 자신을 이곳 교황청에 소개해주고 추천한 고향 선배에 대한 인사치레일까요?

이처럼 산 피에트로 대성당과 비슷한 아테네 학당에는 모두 54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아테네 학당은 당시 유명한 예술가를 고전적인 모습으로 묘사했다는데 계단 앞에 앉아

시무룩하게 생각하는 플라톤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며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미켈란젤로, 유클리드는 브라만테로 표현했다고 하며 라파엘로는 자신의 모습도 오른쪽

끝부분에 하얀 옷을 입은 남자 뒤에 그려 넣었다네요.

그뿐만 아니라 애인의 모습도 그림 속에 그려 넣었다 하니 재미로 했다지만,

새로운 시도라 해야 할까요?

아니면 아테네 학당을 봉숭아 학당으로 만들고 싶어서였을까요?

아테네 학당은 라파엘로의 치밀한 계산으로 그려진 상상화입니다.

웅장한 규모에 놀라고 아름다운 조화감에 또 한 번 감탄합니다.

인물들의 배치 또한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많아 자칫 산만하지는 않을까도 생각되지만,

오히려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그림이라고 합니다.

 

바티칸 박물관의 꽃이라고 하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미국을 포함한 유럽의 모든 나라가 로마를 닮고 싶어 독수리 문장을 사용하지만,

정작 로마는 그리스 문명을 닮고 싶었나 봅니다.

그 증거가 이곳에 그린 아테네 학당이 아닐까요?

그들 정신적인 지주는 바로 그리스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싶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