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을 떠나며...

2015. 9. 3. 08:30스페인 여행기 2014/메리다

이제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을 떠나며 잠시 이 지방에서는 위대한 정복자로 추앙받는

에르난 코르테스에 대해 생각을 합니다.

특이 이 지방 출신이 남미 정복에 많이 참여했기에 정복자라는 콩키스타도르의 고향이라고 한다지요?

위의 아줄레주로 만든 타일 벽화가 바로 멕시코라는 메히코로 들어가는 코르테스를 그린 것으로

그에 의해 남미 문명 중 아스테카 문명과 마야 문명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임전무퇴의 정신을 구현하려고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타고 온 배를 침몰시키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생각되네요.

독한 사람이네요.

 

지금 우리가 달리는 길은 광활한 평원이 펼쳐진 메세타 고원은 스페인 서부지역은 남북으로 관통하는

"은의 길(Ruta de la plata)"이라고 부르는 길을 따라 기원전부터 도시가 발달했다 합니다.

정말 끝도 보이지 않는 그런 곳이죠?

비도 많이 오지 않는 지역이라 정말 먹고 살 일이 캄캄했지 싶네요.

 

지도로 살펴보면 대서양 연안도시인 북쪽의 히혼(Gijon)에서 남으로 세비야((Sevilla)까지

장장 1.043km에 이르는 길 길입니다.

세비야라고 하지만, 사실 세비야는 로마가 이곳을 지배할 때는 없었던 도시라네요.

위의 지도를 보시면 세비야 부근에 이탈리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왜 이탈리카라는 도시가 이곳에 있을까요?

 

로마는 지금 세비야 북서쪽으로 약 7km 떨어진 곳에 카르타고의 한니발과의 전투에서 부상당한 로마 군인을

퇴역시켜 로마의 도시 기본 시설을 모두 갖춘 이탈리카(Italica)라는 도시를 건설하게 했다네요.

조국을 사랑하라고 도시 이름을 이탈리카라고 했을까요?

이 말은 이탈리카라는 도시가 메리다처럼 아주 중요한 곳이라는 의미지 싶습니다.

 

로마는 철광석과 농산물을 로마로 실어나르기 위해 이 길을 닦으며

주요 길목에 도시를 새롭게 건설하게 되었답니다.

히온으로부터 레온, 사모라, 살라망카, 카세레스, 메리다, 사프라 그리고 세비야 부근의 이탈리카까지의

은의 길에 있는 도시는 모두 로마가 히스파냐를 수탈하기 위해 건설한 도시들입니다.

지금은 서쪽으로 대부분 포르투갈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역의 도시들입니다.

 

이런 중요한 길이기에 로마는 메리다에다 도시를 건설할 때 로마 5군단과 10군단의

퇴역병들에게 퇴직금 대신 이곳에 이주해 살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퇴역병이 도시의 주인이 되니 자동으로 이 지역의 안전은 확실해지지 않겠어요?

로마는 이렇게 도시도 건설하고 퇴역병도 이주시키고 그 길로 이어지는 수송로도 안전해지는

양수겸장을 노렸던 겁니다.

 

도착한 물건은 배를 이용해 과달키비르 강을 따라 지중해로 싣고 나가

로마로 이송하기 위해 만든 도시라는 의미겠지요.

사실 로마가 이곳을 지배하기 이전에는 지중해를 쥐었다 놨다 했던 카르타고가 이베리아 반도의 지배자였다네요.

그러나 두 나라 사이에 벌어진 세 차례에 걸친 포에니 전쟁으로 패자인 카르타고는 개털이 되고 승자인 로마는

세상의 지배자로 우뚝 서게 되었다지요?

 

맞아요.

세상에는 달도 하나 해도 하나잖아요.

하나씩 있어야 하는데 해가 둘이거나 달이 두 개라면 정신 사납잖아요.

이렇게 패권 다툼에 패하게 되면 나라는 물론 역사조차도 모두 사라지게 되지요.

 

그러나 로마가 지배했을 당시는 세비야는 없었고 바로 그 옆에 이탈리카라는 도시가 있었는데 과달키비르 강의

물줄기가 바뀌는 바람에 이탈리카라는 로마가 만든 도시는 과거 모습으로 남아있고

지금의 세비야라는 도시가 새로 생겨났다고 하네요.

지금의 지명은 산티폰세라고 하는데 그곳이 바로 예전의 이탈리카라네요.

그러나 이미 기원전 로마제국이 광물 수탈을 위해 길을 만듦으로 그 길을 따라 만든 도시가

아직도 원형 경기장이나, 로마 극장 등 옛 모습을 간직하고 남아있습니다.

 

그중 이탈리카나 메리다라는 도시는 작은 로마라고 할 정도로 로마 시대의 유산인 검투사의 피비린내가 났던

원형경기장, 물을 도심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도교, 로마 다리, 신전, 오데온(Odeon)이라고 부르는

반원형의 공연장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잖아요.

물론, 그들의 주거터와 마차 경기장도 말입니다.

 

오늘은 메리다에서 로마가 만든 그 길을 따라 세비야까지 내려가며 이 지방에 대해 혼자만의 생각을 합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로마도 서고트 족도 이슬람의 무어족도 모두 이 땅에서 물러난 후

스페인은 새로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그때까지는 변변한 지도자도 없이 늘 주변 강대국의 지배 아래 숨죽이며 살다가 바로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새로운 젊은 세대들 말입니다.

바야흐로 혼동의 세월은 끝나고 스페인만의 세상을 가꾸려는 싹이 트기 시작합니다.

그때까지 다른 민족의 지배만 받고 살아왔는데 이제부터는 다른 민족을 지배하며 거들먹거려보고 싶은 겁니다.

 

바로 그 싹을 틔운 사람이 바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지 싶네요.

콜럼버스는 비록 스페인 출신이 아니지만, 스페인에서 그의 공로는 지대하다고 아니할 수 없네요.

좌우지간 당시는 국가라는 개념이 희박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유럽은 유럽 연합으로 통합을 이루고 있듯이 많은 부분에서 서로 경계가 희박하지요.

동양에서도 진시황을 도와 중원을 통일한 이인자 이사도 사실은 진나라 사람이 아니고 초나라 사람이듯이...

유럽도 중국처럼 군주국과 제후국으로 그렇게 살았나 봅니다.

 

지금은 이 길을 따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올라가는 순례자의 길이 있어 위의 사진처럼

제3의 순례자의 길이라고 하며 마을마다 성당이 있고 순례자가 머물 수 있는 알베르게가 있어

크레덴시알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며 이번 여행에서 제일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의 유명인사였던

에르난 코르테스의 고향을 방문하지 못한 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의 이야기나 하려고 합니다.

여행과는 상관없는 지루한 이야기이기에 그냥 패스하셔도 됩니다.

살라망카, 카세라스, 메리다 그리고 사프라. 이렇게 남쪽으로 내려오면 바로 세비야로 연결되더군요.

 

이 지역은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평야 지대지만, 강수량이 적고 일교차가 심해 기후가 무척 나쁜 지역이라

농사에는 적합한 곳이 아니었기에 소규모 목축업으로 근근이 살아왔기에

예전부터 먹고사는 것이 무척 힘든 지역이었을 겁니다. 

 

이 지역을 정복자라는 의미인 콘키스타도르의 고향이라 합니다.

썩 좋은 말은 아니지 싶습니다만, 이 지역에서는 자부심을 느끼는 말이기도 하더군요.

이 이야기는 멕시코를 정복한 에르난 코르테스와 페루를 정복한 프란시스코 피사로 등이

바로 에스트레마두라 지방 출신이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이 말은 이 지역에서는 먹고 살기 어려워 일찍이 군대에 들어가 외부로 진출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습니까?

아니면 성격이 포악해 침략을 일삼는 사람이 사는 지역은 아닐 겁니다.

좌우지간 이곳 출신은 이슬람과의 전쟁을 업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이고

레콩키스타 운동이 끝나자 갑자기 일이 없어진 겁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일거리를 찾는 일이 아니겠어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프란시스코 오레야나는 동네 엉아였던 피사로를 따라 얼떨결에 남미 정복에 나섰다가

최초로 아마존 지역을 탐험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오레야나는 왼쪽 눈을 잃을 정도로 35살의 불같은 삶을 살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아마존 지역을 탐험한 후 스페인으로 돌아와 아마존 지역에서 만났던 부족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마존족을 닮은 여인이 지배한다고 이야기하는 바람에 이 강을 지금의 아마존 강이라고 칭했다고 하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어리석은 자는 평생 현명한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도

진리는 깨닫지 못한다지요?

마치 국자가 국 맛을 모르듯이...

佳人은 여행이 좋아 이렇게 다니지만, 내용을 알지 못해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