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랄리아 성당(Basílica de Santa Eulalia)의 지하세계

2015. 8. 27. 08:00스페인 여행기 2014/메리다

오늘은 지하 세계로 다녀오려고 합니다.

메리다에는 지하 세계가 몇 곳 있더군요.

물론 반지하 세계도 있고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그림은 지하 세상에 있는 성당의 벽에 그린 그림으로

옛날에 그곳이 성당이었음을 알려주는 벽화입니다.

 

천천히 걸어 산타 에우랄리아 성당으로 갑니다.

성당의 위치는 위의 지도 제일 위를 참고하세요.

시내의 북쪽에 있는 메리다 기차역 부근에 있습니다.

로마 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메리다의 구경거리는 위에 표시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에우랄리아 성당은 성녀 에우랄리아를 추모해 만든 성당이라고 합니다.

위의 사진으로 보니 성당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곳 메리다에서 태어나 12세인 서기 304년 디오클레티아누스(디오클레시안) 황제의

기독교 박해 때 순교한 성녀랍니다.

순교한 그녀를 기리기 위해 이곳에 성당을 지어 봉헌했다고 하네요.

이런 이유로 메리다에서는 그녀를 수호성인으로 모신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은 성당 건물 일부의 모습입니다.

마치 어느 신전 건물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맞아요.

이 성당을 지을 때 마르스 신전에서 가져온 석재를 지었다네요.

사라진 마르스 신전이 무척 슬퍼하겠어요.

 

메리다의 집정관은 어린 그녀를 살리기 위해 여러 번 개종하기를 강요했지만,

 에우랄리아는 끝내 이교도 신에게 제사 지낼 수 없다고 개종을 거부하고

심한 고문 끝에 죽음을 택했다네요.

이때 그녀의 나이가 불과 12살...

당시 로마는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였나 봅니다.

 

스페인의 시인 푸르덴티우스는 에우랄리우스가 죽을 때 시신 위로 흰 눈이 내려

순교한 그녀를 아쉬워하는 의미로 많은 눈이 내려 담요처럼 그녀를 덮었고 

그녀의 입에서 하얀 비둘기가 나와 하늘로 날아올랐다고 노래했답니다.

비둘기는 기독교에서 성령을 의미한다고 했나요?

바로 위의 그림이 순교 당시를 기리기 위한 그림이라네요.

정말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졌나 봅니다.

하얀 비둘기를 가지고 노는 사람은 마술사가 아닌가요?

 

우리가 여행 시작 즈음 바르셀로나 카테드랄에 들렸을 때 보았던 성녀 에우랄리아와는

같은 인물로 생각되나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위의 사진은 바르셀로나의 카테드랄에 만든 에우랄리아 성녀의 조각상입니다.

나이도 느낌도 비슷하지 않나요?

물론, 순교 의미도 같습니다.

도시마다 서로 자기네가 모시고 도시의 수호 성녀라고 하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우리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에우랄리아 성당을 찾은 게 아닙니다.

어느 성녀가 에우랄리아인지 진위를 가리려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 성당 지하에는 놀라운 지하 세계가 있다고 해 찾아온 것입니다.

 

성당 지하에는 로마인의 집단 주거터가 발견된 곳이라고 하네요.

바로 우리 같은 민초가 살았던 곳이라는 의미가 아니겠어요?

그런 터 위에 5세기경 처음 에우랄리아 성당을 짓고 13세기경 다시 개축했다고 하네요.

왜 주변에 빈터도 많은데 하필 유적 위에 성당을 지었을까요?

 

그러니 유적 위에 지금의 성당건물을 지었다는 말이네요.

토기도 보이고 부서진 석재도 보입니다.

이곳 지하 주거터에서 발굴된 유물로 보입니다.

당시 성당의 권력은 막강했기에 유적터라도 거침없이 무시하고 지었을 겁니다.

 

여기 지하에는 민초들이 살았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합니다.

현재 발굴된 형태를 기본으로 하여 모습을 일부 지역을 모형으로 만들었습니다.

곳곳에 보이는 거대한 기둥은 아마도 공회당이나 그런 건물이 아닐까요?

 

당시 모습을 상상해 만든 주거터입니다.

지금 유럽의 보통 시골모습과 다른 게 없어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성당의 모습은 그 벽화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곳이죠.

방금 그린 벽화처럼 선명합니다.

 

어때요?

방금 미사를 끝낸 그런 모습이 아닌가요?

 

다행히 주거터 위에 성당을 지어 예전의 모습이 바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히려 유적보호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인가요?

 

그뿐인가요?

위의 사진처럼 무덤도 함께 있답니다.

석관의 모습입니다.

 

도대체 없는 것은 무엇입니까?

아마도 없는 것은 없지 싶습니다.

왜?

이곳은 바로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이 살았던 삶의 현장이니까요.

 

위의 사진을 보면 물을 공급했던 수로가 보이고 그 위를 덮은 덮개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덮개에 나무잎으로 둥그렇게 장식하고 유식하게 로마 글자를 적어놓았습니다.

환장하게도 하수도 덮개도 아름답게 장식을 했네요.

 

성당은 기초공사를 하던 중 집단 주거터가 발견되어 보존하기 위해

그 위에 기둥을 세우고 성당을 완공했나 봅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지금처럼 또 다른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둥머리를 장식한 아칸투스(Acanthus) 풀을 형상화한 모습입니다.

미루어 짐작건데 코린트식 석주지 싶습니다.

로마는 뚱뚱한 도리아식은 별로라고 생각하고 이오니아식보다 더 날씬한

코린트식으로 장식한 석주를 메리다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으니까요.

 

메리다는 이렇게 빗자루질만 세게 해도 유적이 발견되는 유적의 블랙홀인가요?

화수분처럼 유물이 쏟아져 나온 곳이 바로 메리다가 아니겠어요?

 

지하는 관광객이 걸어 다니며 구경하기 쉽도록 바닥에 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함부로 드나들 수 없고 만든 길을 따라서만 구경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는 무척 넓은 곳이네요.

 

그리고 이곳에서 발견된 조각을 전시한 공간도 있습니다.

비록 깨어지고 부스러기만 남았을지라도 당시의 건축 양식이나 기술을 짐작할 수 있으니

귀중하다고 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곳은 통합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통합권이 없으면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합니다.

오늘은 지하 세상을 구경하며 다녔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사람의 행복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렸지 않다고 합니다.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적은 것일지라도

어떻게 잘 이용하고 즐기냐에 달려있다 합니다.

여행도 그렇습니다.

얼마나 많은 곳을 호화롭게 돌아다니느냐가 아니라 내가 방문한 곳을

어떻게 즐기고 다니느냐에 달렸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