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동산이라는 페냐 궁전 정원을 거닙니다.

2015. 4. 27. 08:00포르투갈 여행기 2014/리스본

안개가 너무 짙게 끼니 한낮인데도 가로등에 불이 들어옵니다.

가로등 불이 들어온다고 해도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조금 썰렁합니다.

날씨 탓인가요?

구경하러 온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궁전 정문에서 입구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관광객을 실어 나르네요.

거리상으로는 먼 거리는 아니지만, 언덕길을 따라 걸어 올라와야 하기에 관광객 대부분은 버스를 이용합니다.

 

그게 싫다면 돈을 내고 구내를 운행하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절대로 버스는 타지 마시라는 말씀을 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오르내리며 보았던 정원의 풍경은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올라올 때와 내려갈 때 길을 반대로 하면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거든요.

작은 수고로 여행의 즐거움을 두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방법을 선택하시렵니까?

 

어때요?

느낌이 있는 길이 아닙니까?

알지도 못하는 외국에 나와 잠시 이런 길을 걸어보는 일도 나쁘지 않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도 좋지만, 오늘처럼 안개가 자욱한 날도 나름 운치가 있어 나쁘지 않습니다.

 

여기는 습도가 무척 높은 지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이유로는 길을 따라 걷다 보니 길가에 석책을 따라 이끼가 많이 자라네요.

대서양으로부터 불어온 습도가 높은 바람은 처음으로 이곳 산과 부딪히며 안개를 만드나 봅니다.

그래서 자주 안개에 싸여 신비로운 느낌을 주지 않을까요?

 

이 정원이 유명한 이유로는 영국 시인 바이런은 신트라를 "에덴동산"이라고 했다네요.

에덴동산이라고요?

바이런도 정말 싱거운 사람입니다.

 

에덴동산이 생긴 지 언제인데 에덴동산까지 다녀왔답니까?

자기가 마치 에덴동산을 구경한 듯 이야기하잖아요.

그렇지만, 그만큼 아름답다는 의미가 아니겠어요?

 

영국 시인 바이런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인가 봅니다.

그는 오스만 튀르크로부터 독립하려는 그리스의 독립전쟁에 참여해 전투에도 참여한 행동하는 양심이었나 봅니다.

36세의 젊은 나이로 열병에 걸려 사망했다고 하니 그리스에서는 영웅이라고 하겠네요.

당시 유럽의 많은 지식인이 그리스의 독립에 심정적으로 응원했나 봅니다.

그 이유로는 종교적으로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그가 말한 에덴동산이라는 이야기의 의미는 신트라의 중심이 바로 이 정원이 되기 때문이겠죠.

오르내리는 길은 여러 곳이 있으나 결국, 모두 만나게 되어 있으니 아무 길이나 오르내리면 됩니다.

 

차를 이용해 오르기보다는 걸어서 올라가기를 권합니다.

내려올 때는 반대편으로 내려오면 더 좋겠습니다.

같은 곳일지라도 오르내릴 때 반대로 하면 두 번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그림 속의 여행이라는 화중유(畵中遊)인가요?

아니면 거울 속의 여행이라는 경중유(鏡中遊)인가요.

안개가 자욱하니 운중유(雲中遊)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꿈속에 거니는 몽중유(夢中遊)라고 해야 할까요?

그림 속이든 거울 속이든 안갯속이든 꿈속이든 우리 부부가 사는 세상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곳이 아닐까요?

지금은 안개가 자욱하니 안갯속을 거닌다고 해야 하네요.

아름다운 곳을 걷는 일은 아름다운 여행을 한다는 의미라 생각합니다.

 

이곳에서는 걷는 일도 정원을 볼 수 있는 것도 모두 축복입니다.

그래요 살아가는 일 자체는 축복입니다.

우리는 축복 속에 살아가니 이 또한 행복한 일이 아니겠어요?

궁전 구경이 끝났다고 그냥 빨리 가지 마세요.

 

슬며시 마눌님의 손을 잡아 함께 정원을 걸어봅니다.

이런 멋진 곳을 당신 손을 잡고 함께 거닐 수 있다는 일은 정말 유쾌한 일입니다.

당신과 함께 살아온 시간을 되돌려 봅니다.

여보! 우리 참 힘든 세월이었죠?

 

내 어깨가 필요할 때 난 항상 당신에게서 떨어져 저 멀리 있었고 혼자 흐느낄 때 난 늘 외면하며 살았습니다.

외면한 게 아니라 일부러 모른 체했습니다.

그래도 그런 나를 향해 늘 잔잔한 미소로만 대해주었던 당신...

오늘 여기 에덴의 동산을 통째로 전세 내 당신에게 보여드립니다.

 

아니...

아주 여기를 당신 이름으로 등기하고 싶지만, 포르투갈의 외국인 토지 소유관계를 몰라 등기는 할 수 없군요.

아니면 아까 구경했던 페냐 궁을 매입할까요?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저 숲 속이 안개에 파묻혀 금세 잔잔해지듯 늘 당신은 마음 상해 슬퍼도

다시 잔잔한 호수 같은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걷고 있는 게 아닙니다.

나무와 꽃 그리고 정원의 안개가 우리 곁을 스치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세월이 우리 곁을 지나치듯 말입니다.

 

그림 속으로의 산책은 정말 행복합니다.

바쁜 가운데 이렇게 둘만이 손을 잡고 이런 고즈넉한 곳을 데이트한다는 일은 생각만 해도 가슴 셀렙니다.

당신은 언제나 날 가슴 설레게 했고 佳人이 살아가는 일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마음이 들도록 했지요.

이제부터는 나도 당신에게 진 빚을 하나씩 갚아나가고 싶습니다.

 

조금은 섭섭했고 마음 상해 돌아서 눈물 흘린 날도 많았겠지만,

지금부터는 그런 눈물은 흘리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세상에 섭섭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당신은 늘 괜찮다고 했지만, 그 말은 나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목석이 아닌데 난들 왜 그 의미를 모르겠어요.

 

이제부터라도 남은 시간 난 당신을 위한 삶을 조금이나마 생각하며 살아가렵니다.

난 당신의 든든한 어깨가 되어 힘들고 외로울 때 언제나 내어줄 준비가 되었습니다.

남은 시간이 당신과 나를 위한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 장미꽃 가지에서도 아픈 가시가 돋아나고

가시덤불 속에서도 향기로운 장미꽃이 피어납니다.

살아온 삶 속에 어떤 때는 가시에 찔리기도 했고 아픈 가운데에서도 향기에 취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앞에 남아 있기에 우리 부부는 다시 길을 나섭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어주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이미 나이가 들어간다는 뜻이겠지요?

돌아보니 벌써 우리도 이만큼 지나쳐 왔습니다.

 

얼마나 함께 살아갈는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만큼은 즐겁게 지냈으면 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만 있어도 삶이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상대의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해 줄 수만 있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의 아름다운 모습을 당신 마음에 모두 담아드리고 싶습니다.

그저 그리움 하나로 찾아가는 그 길이지만,
언제나 웃을 수 있는 향기 그윽한 꽃길 밟아 가는 당신과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많이 남지 않은 세월이지만, 마지막까지 웃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 때문에...

때문이 아니고 덕분이라고 고쳐 말하고 싶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하나의 등불이 켜지면 천 개의 등불이 켜지고

하나의 등불이 켜지면 천 년을 환하게 밝히리라.

페냐의 낮이 밤보다 더 아름다운 이유는 안개가 천 년 동안 궁전을 안아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역사를 밝혀주는 등불이 아름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