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냐 궁은 안갯속에 묻혀

2015. 4. 24. 08:00포르투갈 여행기 2014/리스본

입구에서 페냐 궁까지 순환버스는 별도로 요금을 내야 하지만, 멀지 않아 그냥 걸어가면 됩니다.

그 이유는 오르내리며 보는 정원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편해지고자 걸어서 오르내린다면 그 좋은 풍광을 안타깝게도 놓치고 마는 우를 범합니다.

때로는 미련하게 움직이는 것도 좋을 때가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편한 것만 추구하며 사는 것보다 때로는 우직하게 살아가는 것도 좋지 싶네요.

 

위의 사진은 접견실입니다.

접견실은 소박하게 꾸몄습니다.

 

이번의 사진은 볼룸입니다.

무도회를 위한 방으로 보입니다.

천장에 걸린 샹들리에부터 바닥의 양탄자와 집기들이 범상치 않습니다.

이런 방은 방의 용도에 걸맞게 왈츠라도 들려줘야 하지 않겠어요?

선남선녀가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도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그런 곳입니다.

 

이곳을 찾아온 손님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기 위한 방이겠지요.

그러니 손님의 기를 팍!!! 죽이기 위한 주인의 배려일까요?

중국의 도자기로 보이지 않나요?

유럽에서 중국 도자기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나 봅니다.

 

아랍인의 모습을 한 조각상입니다.

왜 저런 아랍인의 모습으로 등을 들고 있게 했을까요?

그동안 오랜 세월 무어족의 지배를 받은 복수의 마음일까요?

아랍인이 보면 분노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언제까지 저렇게 들고 있어야 할까요?

공연히 끼어들어 묻고 따지다 대신 들고 있으라 할까 봐 다른 방으로 갑니다.

 

스테인드글라스도 예쁘네요.

페르난두 왕 시절에는 대사의 방으로도 사용되었고 카를로스가 통치하던 시기에는

당구장으로 이용한 적도 있었나 봅니다.

그럼 그때도 여기서 카를로스 왕은 당구를 치며 자장면 배달을 시켰을까요?

원래 당구장에서는 자장면을 시켜먹어야 제맛이 아닌가요?

 

나오다가 다시 뒤돌아 한 번 더 쳐다보고 갑니다.

이런 방에는 왈츠 곡이라도 은은하게 흘러나오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방의 가치와 분위기가 한층 더 살아나지 않겠어요?

 

우리는 영화를 통해 중세 유럽 귀족들의 생활을 보았습니다.

그들 생활 중 가장 화려했던 곳이 바로 이런 곳에서 춤을 추며 돌리고 또 돌린 그런 모습이 아닌가요?

더 이상의 사치와 화려함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그런 모습 말입니다.

 

이 방은 남자의 방으로 보입니다.

사냥을 통해 잡은 사슴의 머리를 뿔이 달린 채 천장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이런 모습은 마초 기질이 있는 사내에게는 아주 잘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방마다 다니며 구경하다 창밖을 힐긋 내다봅니다.

궁전의 뒤편은 이런 멋진 바위가 있네요.

여기는 돌산이라는 말이네요.

 

돌산 정상에 수도원을 처음 지었나 봅니다.

그 후 버려진 수도원을 리모델링을 통해 여름 궁전으로 사용했다 합니다.

창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나 봅니다.

사실은 비가 아니라 짙은 안개가 창문에 부딪혀 마치 비가 내리는 모습으로 착각하게 하네요.

 

이제 마지막으로 주방의 모습으로 보며 다시 밖으로 나가렵니다.

모든 주방기구가 동으로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이곳 페냐 궁의 숟가락 숫자까지 다 알고 말았습니다.

우리말에 남의 집을 속속들이 안다고 할 때 그 집 숟가락 숫자까지 안다고 하잖아요.

 

주방의 크기나 주방의 기구로 보아 무척 많은 사람이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주방까지 보았다면, 더는 이곳 페냐 궁에서는 먹을 게 없다는 말이겠지요?

이제 페냐 궁전의 내부는 모두 보았습니다.

 

더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너무 지루해 여기까지만 올리겠습니다.

밖으로 나와보니 여전히 안개비가 내립니다.

위의 사진으로 보니 모스크의 첨탑을 보는 듯 신비로운 풍경입니다.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아까 우리가 들어온 아래층 출입구입니다.

아까보다 안개가 더 심해진 듯합니다.

 

역시 안개에 싸여 신비한 풍경이 아닌가요?

바로 코앞의 풍경도 희미하게 보이네요.

날씨가 맑아 먼 곳까지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런 안개 자욱한 날도 나름대로 멋진 풍경입니다.

 

누구는 백조의 성이라는 애칭으로 불린 독일의 노이슈반스타인 성보다 여기가 더 아름답다고도 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이 느낌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루하지만, 오늘 하루 더 궁전 내부 모습을 구경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해가 달을 뚫고 지나가면 달은 그 아픔을 참으며 붉은 기운을 내뱉는다.

그래서 밤은 낮보다 애잔하고 더 아름답다.

낮은 맑은 기운이 안개에 묻히면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서서히 힘을 잃는다.

그러나 페냐 궁의 낮은 이렇게 안갯속에 묻혀버려 아쉬움만 남긴 채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