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벤투 역(São Bento) 포르투(porto)

2015. 3. 18. 08:00포르투갈 여행기 2014/포르투

리스보아로 갈 버스표를 예매한 후 잠시 걸어서 언덕 아래로 내려갑니다.

좌우지간, 포르투라는 도시는 강을 끼고 생긴 도시고 경사가 급한 곳에 생긴 도시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의 기본 조건에 전혀 맞지 않는 그런 곳에 생긴 도시라고 생각되네요.

그러나 그들이 살아온 것을 보면 이런 곳에 도시가 생긴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관광안내소가 보이길래 무료 지도도 한 장 얻습니다.

이렇게 스페인과는 다르게 영어로 표기해 놓아 우리 같은 여행자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사실 관광안내를 하는 곳이지만, 시내 투어나 보트 투어의 승차권이나 승선권을 파는 곳입니다.

 

관광 안내소라는 게 나라에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시내에 있는 안내소 대부분은

시티투어버스 호객하는 곳이죠.

이곳에서의 주 업무는 투어버스 티켓 판매가 주로 하는 일이지 싶네요.

위의 사진처럼 작은 꼬마 기차표도 팔 겁니다.

포르투 같은 언덕이 많은 도시를 구경하는 편한 방법 중 하나가 저런 것을 이용하는 방법이

좋을 수 있겠고 그래도 시내 관광지도는 있어 무료로 나누어 줍니다.

 

이 지도 한 장이면 포르투 여행의 대부분을 알 수 있습니다.

강 아래 와이너리 투어 하는 곳.

지금 지도를 얻은 곳 주변은 역사적인 유적지가 있는 곳.

그리고 야간에 먹고 마시기 좋은 곳이 한눈에 보입니다.

포르투는 이렇게 단순한 곳이었습니다.

 

포르투라는 도시는 도루 강(Rio Douro)을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라네요.

도루 강은 이베리아 반도 북부지방을 동에서 서로 관통하여 대서양으로 흘러들어 가는 강으로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긴 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강을 끼고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포르투는 아무래도 동쪽으로 진출하는 일이 힘에 겨워

대서양으로 나가기 위해 강을 끼고 도시가 형성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 길이가 무려 895km에 이른다 하니 무척 긴 강이 맞습니다.

그러나 오늘 구경할 곳은 위의 사진처럼 멋진 강변이 아니라 역사지구입니다.

어때요?

강변의 모습이 포도주 통을 실은 배와 아주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나중에 강변도 거닐어 보렵니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게 포르투 카테드랄(Se do Porto)입니다.

카테드랄이란 한 지역에 하나만 있는 것으로 우리말로는 대성당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포르투갈에서는 Se 라고 부르나 봅니다.

 

카테드랄 주변으로 성벽이 보입니다.

이런 유적이 있는 곳이기에 역사지구라고 하나 봅니다.

성벽을 끼고 천천히 덜커덩거리며 달리는 트램을 보면 아련한 향수가 떠오르지요.

빠르지는 않지만, 한 때는 우리나라에서도 시내를 누비고 다녔잖아요.

 

카테드랄에서 큰길을 따라 내려다보면 오른쪽에 제법 큰 건물 하나가 보입니다.

이 건물이 바로 포르투에서는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상 벤투 역(São Bento)입니다.

기차역이 이런 비탈을 끼고 있다니...

포르투는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빗나가게 하네요.

 

상 벤투 역사 앞에 서서 전면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아마도 포르투에서는 가장 붐비는 곳 중의 한 곳이 아닐까요?

건물을 바라다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오른쪽으로 눈길을 주면 성당 건물이 보입니다.

파란색 타일을 붙인 모습이네요.

칙칙한 회색빛 건물에 그나마 타일을 붙여 보기는 좋습니다.

이 푸른 타일이 바로 포르투갈의 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제 기차역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게 기차역이야 아니면 박물관이야!!!

헉!

놀라서 그냥 반말이 나왔습니다.

 

정말 놀라운 모습 아닙니까?

기차역이라 봐야 우리나라 지하철역보다 작은 곳이지만, 이렇게 역사 안에는 환장하게 아름다운

푸른색 타일 아줄레주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아도 마찬가지...

그들 역사 속의 이야기를 이렇게 타일을 이용해 만들어 놓았으니 기차역이라기보다

역사박물관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요?

이런 그림 대부분은 묻지 않아도 포르투갈 역사 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장면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1896년에 문을 연 기차역이라 하니 벌써 100년도 훨씬 더 넘은 유서 깊은 기차역입니다.

오래된 역이라고 해도 지금도 기차가 운행하는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기차는 최신식 기차로 보입니다.

 

이 역이 유명한 것은 오래된 역사뿐 아니라 역사 안에 붙인 2만여 개의 타일입니다.

이런 타일을 이 나라에서는 아줄레주라고 부른다는데 포르투갈만의 색깔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싶네요.

그럼 포르투갈 사람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은 파란색의 피일까요?

역사 안의 아줄레주를 포함해 그 모습을 사진으로 조금 더 보겠습니다.

 

상 벤투 역의 가치는 기차역보다는 역사 안에 만든 타일 벽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역사 안에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기차는 이용하지 않고 대부분 벽화 사진 찍는데 골몰합니다.

주객전도라는 말을 이때 사용해도 될까요?

 

게다가 구경하고 사진 찍는 것은 무료인걸요.

무료로 구경하는 것치고는 훌륭합니다.

포르투갈을 여행하며 무척 많은 아줄레주 작품을 구경했지만, 여기처럼 대작은 없었습니다.

 

네..

탁월한 선택이에요.

기차역도 이렇게 꾸며놓으니 멋진 박물관처럼 보입니다.

 

혹시 포르투에 가신다면 상 벤투 역은 꼭 들려보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위의 사진은 바로 해상왕이라고 알려진 엔히크 왕자가 북아프리카의 세우타를 정복하는

장면으로 이 사건이 포르투갈이 해양대국으로 나아가는 시발점이었으니

정말 대단한 역사의 장면이 아니겠어요?

 

포르투갈은 여기뿐 아니라 리스보아도 유난히 타일 장식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타일의 천국이라고 해도 되겠어요.

스페인도 그렇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타일 장식을 일컫는 아줄레주라는 말은 아랍어인 Al Zuleig에서 나온 말로

그 의미는 "광택 나는 돌"이라는 말이라 하네요.

포르투갈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아랍의 타일이 이 나라에 들어오며 포르투갈만의

독특한 방법과 색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해야겠네요.

 

스페인에서도 사용했던 타일의 푸른색은 포르투갈에서 주로 생산했던 유약을 사용했다 합니다.

그래서 포르투갈의 타일을 명품이라고 하나 봅니다.

사실, 타일이라는 건축 자재는 더운 지방에서는 대단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림 내용에 대해 대강 눈치채셨죠?

역사 안으로 들어가며 기차 승차대로 들어가는 쪽에 붙인 그림은 주로 그들의 일상생활을 그린

타일이고 왼쪽과 오른쪽 벽에 그린 대형 타일은 역사 속의 이야기를 나타냈습니다.

그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역사란 바로 대서양으로의 진출과 이슬람과의 투쟁이지 싶네요.

 

그 역사 중 하나가 바로 이슬람과의 역사입니다.

그만큼 이베리아 반도의 역사는 이슬람과 투쟁의 역사였나 봅니다.

대서양으로의 진출은 포르투갈이 유럽의 변두리 출신으로 처음으로

중앙무대로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잖아요.

 

여행하다 보니 참 이상한 곳에 들려 구경합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기차역에 들려 사진도 찍으면 구경하신 적이 있습니까?

그러나 상 벤투역의 벽화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 인생 자체가 여행이지 싶습니다.

하루하루가 같은 날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같은 날이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결국, 우리는 매일 매일 새로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행처럼 말입니다.

한번 스치면 그만인 여행길에서도 작은 하나라도 열심히 두리번거리듯이

살아가는 인생길도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