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장랑을 내려갑니다.

2012. 6. 2. 08:00중국 여행기/하남성(河南省)

 

조금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선 덕분에 여유롭게 산책하듯 3km를 걸어 아무도 걷지 않는 절벽장랑을 빠져나와

산 아래로 내려왔네요.

아침부터 비가 내렸지만, 절벽장랑을 걸었기에 비는 맞지 않았고 산 아래에 내려오니

잘 가라는 가랑비만 내립니다.

이제 장랑을 모두 빠져나왔습니다.

짙은 안개가 걷는데 방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신비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어쩌죠?

궈량촌의 비밀도 알아버렸고 그들이 만든 절벽장랑이라는 길도 두 발로만 걸어 내려왔네요.

궈량촌은 佳人에 감추고 싶어 홍암 절벽을 운무로 덮어버렸을까요?

워낙 짙은 운무로 말미암아 멋진 절벽의 모습은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피어오르는 운무를 직접 느낄 수 있어 그런 모습 또한 보기 좋았습니다.

 

여러분은 이른 아침 이런 안개 낀 날,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부부 두 사람만의 데이트를 해보신 경험이 있수?

우리 부부 해봤수?

아무도 걷지 않은 중국의 어느 산골짜기 마을의 아침 길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었습니다.

안개마저 자욱한 산길을 부부 두 사람만이 걸었습니다.

 

게다가 폼 나게 가로수마저 가을이 물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어쩌죠?

가을이 우리 부부 가슴에 가득 들어왔습니다.

 

부부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일은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고 선물하는 일만 아닌가 봐요.

그냥 소소한 이야기부터 아이들이 자라며 우리 부부에게 주었던 감동이나 속상했던 이야기도 좋습니다.

처음 우리 부부가 만나 주고받았던 기억이나 이야기도 좋습니다.

살아왔던 이야기가 우리 부부만의 이야기 주제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부부 사이의 사랑은 보석을 선물하는 것도 좋겠지만,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더 좋습니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아침 안개가 자욱한 길을 함께 걸어가며 서로가 의지하는 마음을 느끼는 것은 때로는 

값비싼 보석을 선물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갑니다.

서로 상대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는 일도 부부 사이에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아닐까요?

 

나이가 들어 바라보니 벌써 얼굴에 주름이 지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세어가지만,

우리 부부가 기억하는 모습은 언제나 처음 만났을 때의 풋풋한 그런 순수한 모습이잖아요.

이렇게 한 세상 우리 부부만의 마이 웨이를 외치며 살아왔네요.

 

사랑은 어느 날 문득 우리 두 사람 앞에 손을 내밀었고 우리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사랑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그때 잡은 손을 아직도 놓지 않고 이렇게 길을 걷습니다.

아직 그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조금은 더 걸어갈 수 있어 행복합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콩닥거렸습니다.

 

佳人이 행복한 일은 그게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어서 행복합니다.

그러나 가끔 찬바람도 불고 잡은 손을 놓으라 흔들리기도 했지만, 아직 예전처럼 잡고 있네요.

여행 중에 투덜거리며 걸었던 적도 있지만, 언제 그랬느냐고 처음보다 더 굳게 잡았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멀리 또 오랫동안 손을 잡고 싶습니다.

 

사랑이 두려운 것은 깨지는 것보다

변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부부 사이에 세상을 부지런히 살아가는 힘은 변치 않은 사랑입니다.

나이 든 부부에게는 이제 그런 시간마저도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든 부부들이시여~

이제 남은 시간 원도 한도 없이 사랑만 하고 살아가십시다.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의 기억은 머릿속에 남는 거지만, 부부 두 사람만의 추억은 마음속에 남는 거잖아요.

그러기에 부부만의 추억을 위해 여행도 많이 하시고 사랑도 겁나게 하며 살아야 합니다.

 

당신! 참 고맙다.

그렇게 무섭고 큰 수술을 이겨내고 툭툭 털고 일어나 이렇게 다시 이런 길도 마다치 않고

씩씩하게 앞장서 걸어가니...

난 당신이 걷는 모습을 늘 뒤에서 지켜보며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거든.

이렇게 언제까지 내 앞에서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지?

난 언제나 당신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따라갈 수 있어~

 

그런데 말이야~

당신 佳人 곁에서 멀어지지 마라!

다섯 발자국 이상 떨어지지 마라!

영원히 세상이 우리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멀어지지 마라~

그래! 우리 부부는 우리 두 사람만의 길만 걸어가자!

언제까지나...

 

그런데 당신!

왜 나를 다른 사람에게 남편이라고 소개를 해?

난 말이야 언제나 당신 편이야.

그러면 나를 다른 사람에게 남편이라 소개하지 말고 내 편이라고 해야 하지 않아?

죽음이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을 때까지는 당신이 내 편이듯 나도 언제나 당신 편이지 남의 편이 아니걸랑~

 

길섶에 감나무 가지가 하나 툭~ 하고 떨어집니다.

돌아보니 감이 달린 감나무 가지입니다.

이곳이 바로 만 명이나 되는 신선이 산다는 만선산이 아니겠습니까?

 

그중에는 틀림없이 감나무를 관리하는 신도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 신선이 우리 부부가 떠나는 게 아쉬워 감을 선물 한 겁니다.

물론 佳人처럼 백수 신선도 있을 거예요.

그 신선도 블로그 질이나 하며 살아갈까요?

 

감 세 마리가 감나무에 있어 아빠 감, 엄마 감, 아기 감~

3개만 달렸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지금 여기 있는데 아기는 없어요.

그럼 어쩌죠?

 

만선산의 감나무 신은 우리 부부가 어쩌나 두고 볼 겁니다.

하나씩 나누어 먹었습니다.

남은 하나는 당연히 반으로 공평하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게 감나무 신이 원한 게 아니었나요? 그쵸?

 

그러면 만선산에 그 많은 신 중에 제일 막내 신은 어떤 신일까요?

네..

바로 최근에 만든 절벽장랑을 관리하는 신일 겁니다.

비록, 제일 마지막으로 발령을 받았겠지만, 제일 잘 나가는 신입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 모두는 절벽장랑을 보려고 오기 때문이죠. 

신의 세계도 이제는 변했습니다.

짬밥 수가 아니라 인기순으로 말입니다.

 

이 주변에는 무척 많은 감나무가 있었고

그 나무에는 엄청난 감이 달려 있습니다.

이 마을은 감이 잘 자라는 지역인가 봅니다.

그러나 감이 우리나라처럼 상품성이 있는 감이 아니라 그냥 작고 볼품없이 야산에서 막 자란 그런 모습입니다.

맛이요?

네.. 역시 감 맛입니다.

 

워낙 많은 감이 달렸기에 감을 따지도 않나 봅니다.

산이 대부분 감나무인데 딸 사람도 별로 없을 겁니다.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를 바라보니 마치 우리의 시골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가을에 이 마을을 오신다면 길을 따라 걸어보세요.

그리고 길을 걷다가 길섶에 툭~ 하는 소리가 난다면 그것은 만선산의 신이 감을 선물하는 소리가 분명합니다.

그러면 그 감을 주워 맛나게 먹기만 하면 됩니다.

 

이제 궈량촌과 난핑촌으로 갈라지는 입구까지 내려왔습니다.

여기까지 궈량에서 4km인가 봅니다.

그러나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아직 1km를 더 걸어가야 합니다.

이 외진 곳에도 한국인이 많이 오나요?

이 지역 모든 표지판에는 일본어는 없어도 한글이 빠지지 않습니다.

우리 부부처럼 중국어를 몰라도 다 읽을 수 있습니다.

 

어제 후이시엔에서 뤄양으로 가는 버스가 오후에는 2시에 한 대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버스를 타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12시에 출발하는 차를 타야 합니다.

여기서 후이시엔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네 대밖에 없네요.

 

너무 짙은 안개 때문에 절벽장랑의 제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안개가 만든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그 또한 좋은 일이라 생각되네요.

사실 어제 건너편 애상인가에 마련된 관경대에서 이곳 절벽장랑의 모습을 모두 보았기에 불만도 없습니다.

 

9시 30분에 숙소를 나서 사진을 찍고 석창인 천창을 통해 안개 낀 밖의 풍경도 내다보며...

내려오다 보니 4km라는 거리를 1시간 20분이나 걸려 10시 50분에서야 난핑과 궈량의 갈림길에 도착했네요.

12시 출발하는 버스라 아직 한 시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어제 버스에서 내려 궈량촌으로 올라가는 만선산 셔틀버스를 탄 곳까지

약간의 오르막을 또 두리번거리며 올라갑니다.

 

이 산동네는 돌이 많은 곳이라 돌로 집을 짓습니다.

애상인가도 이런 형태의 집이었죠.

기둥은 나무로 세우고 벽은 돌로 채운 집, 이게 이 동네 사람이 집을 짓는 전통적인 방법인가 보네요.

 

이윽고 버스 타는 곳에 도착했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우리 부부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어제 우리에게 셔틀버스표를 판 아가씨가 있어서 그냥 말도 되지 않는 대화를 합니다.

물론, 의미가 정확히 통하지 않지만, 이곳이 수많은 신선이 사는 만선산이라

서로 눈만 쳐다보아도 통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아가씨가 잠시 후 들어오는 버스가 오면 우리 부부에게 그 버스를 타고 난핑촌으로 타고 들어가라 합니다.

그 버스가 난핑촌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지만,

이곳에서 추운데 기다리는 것보다 버스 안에서 기다리는 게 낫겠다는 말이지요.

그렇다고 요금을 더 받지도 않을 거라 합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이야기입니까?

난핑촌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하던 차에 정말 잘 된 일이 아니겠어요?

아침이라 제법 날씨가 차네요.

 

잠시 후 버스가 들어오고 우리 부부는 건너편으로 건너가 버스 안내양에게 "후이시엔?"하고

물어보니 타라고 하네요.

그곳에 근무하는 아가씨 덕분에 무료하고 덜덜 떨며 길에서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타고 난핑촌으로 들어갑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길거리에서도 좋은 사람을 만나 친절을 맞볼 수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게 다 만선산의 신이 아가씨에게 시켜서 우리 부부에게 베푸는 고마움이 아니겠어요?

신도 佳人을 알아보고 모신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죄송~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부부간의 사랑이 무엇입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상대가 좋아하는 일을 해주는 게 사랑이 아닐까요?

부부간의 정은 또 무엇입니까?

그냥 손은 내밀어 손에 잡히지 않으면 걱정스러운 게 정이 아닐까요?

부부란 무엇으로 살아갑니까?

사랑과 정으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