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은 절벽장랑입니다.

2012. 5. 31. 08:00중국 여행기/하남성(河南省)

말로만 우공이산이라 떠들었던 우공 할배!

부끄러운 줄 아셔~

여기 궈량촌 사람을 보고 무릎 꿇고 절벽만 바라보고 손들고 계셔~

할배는 흙산이나 파려고 했지만, 여기 궈량촌 사람은 절벽에 바위를 뚫어 길을 낸 사람이에요.

 

그 창문의 모양도 만든 사람 마음대로입니다.

중국에는 조금 규모가 큰 정원에는 대부분의 회랑을 만들어 놓았고 그 회랑에서

밖을 내다보는 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창문의 모양이 모두 달라 그 회랑을 걸으며 같은 모습의 정원을 바라보아도

창문이 생긴 모양에 따라 다른 느낌이 듭니다.

 

풍경이란 이렇게 같은 풍경이라도 창문의 모양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같은 세상을 자기만의 창을 통해 바라보기에 다툼이 생기나 봅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서로 자기만의 주장을 하듯 말입니다.

 

여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지금은 바깥은 짙은 안개로 절벽 아래가 보이지 않지만...

여기는 모양을 생각하지 않은 생활의 창문입니다.

빛은 받아들이고 이 굴을 파며 생긴 돌조각을 절벽 아래로 내다 던지기 위한 고육책으로 만든 石窓입니다.

석창의 모습만 바라보고 걸어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같은 모습을 모두 다른 모양의 창을 통하여 바라보니까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아닙니까?

어때요?

이 정도라면 우공의 후손으로 중국 땅에서 살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들의 피 속으로 흐르는 유전인자는 아마도 쌓고, 파고, 뚫고, 뒤집는 유전자가 흐를 겁니다.

 

석창 너머 운무 속에 나무 한 그루가 보입니다.

바위 틈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나무가 보입니다.

정말 억척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한낱 지나쳐버릴 수 있는 저 나무도 절벽 사이 작은 틈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에

궈량촌 사람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저기가 어디라고 저렇게 뿌리를 내릴 수 있답니까?

삶...

참 힘든 여정인가 봅니다.

나무도...

그리고 중국이라는 땅에 살아가는 민초의 삶도 말입니다.

 

당신은 무얼 그리도 열심히 내다보십니까?

당신이 평생 사랑하며 바라보고 사는 사람은 여기 있습니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이제 미움은 버렸고 사랑은 찾으셨습니까?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지금까지 당신 속만 썩이며 웬수라 여기고 살아온 佳人이 원망스럽지요?

그러고 보니 이제 미워할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네요.

마찬가지로 사랑할 시간 또한 많이 남지는 않았잖아요.

부부란 웬수라 생각하며 사랑하며 살아가나 봅니다.

만난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 데 벌써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렸네요.

 

타이항산 대협곡(太行山大峽谷)의 기슭에 있는 신선(神仙)의 산이라 불리는 만선산은

궈량(郭亮 : 곽량)村과 난핑((南坪 : 남평)촌으로 나뉩니다.

그러니 절벽 위에 있는 마을이 궈량촌이고 절벽 아래 평지가 난핑촌이라는 말입니다.

이곳에 사는 신선은 특히 번지점프니 아찔한 풍광을 즐기는 신선이라 아무렇지 않겠지만,

우리 같은 평지에 살던 관광객에게는 아주 짜릿한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지요.

 

절벽 장랑의 천장을 한 번 쳐다봅시다.

다듬지 않았고, 깨다가 만 듯한 그런 거친 모습이 아니겠어요?

저런 모습에서 궈량촌 사람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땀 냄새도 납니다.

세상과 교통 하고 싶어 소리 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만선산의 많은 신선이 오늘 왜 이리도 재를 뿌립니까?

날씨가 이게 뭡니까?

여기에 사는 신선을 모두 집합시켜 단체로 빠떼루라도 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佳人이 개인에게 빠떼루를 주었지만, 만 명이나 되는 대규모의 신선에게 빠떼루를 주는 일도

佳人에는 처음입니다.

아닌가요?

佳人이 떠나는 게 아쉽고 서러워 눈물을 흘리다 보니 시야가 뿌예졌나요?

 

이곳에 오기 전에는 우공이산이라는 말에 상당히 거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중국인의 대표적인 뻥이라 생각했습니다.

글자 그대로 우매한 노인이 할 일 없어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교훈적으로 사용되는 말이고 마오쩌둥이 "우공이산 중국 개조"를 외치는 구호에나 쓰이는 그런 말 말입니다.

 

그러나 궈량촌에 와 보니 그들의 피 속에 그런 정신이 살아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엄청난 바보짓 같은 만리장성을 만드는 민족이니까 이런 것은 그냥 취미생활 일부분이겠지요.

그런데 우공이산에 나오는 산이 왕옥산과 타이항산이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그 太行山이 여기에 있는 그 산은 아닌지요?

만약 그 산이 이 산이라면 우공은 아직 살아있다는 말이 아닌가요?

 

조금 안개가 걷히나요?

어제 걸었던 산책길과 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만들어 놓은 관경대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네요.

날씨만 좋았다면 여러분에게 좀 더 좋은 그림을 보여 드릴 수 있는데 안타깝군요.

 

궈량촌에서 건너편에 보이는 길을 따라 자동차로 한 20분 이동하면 난핑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는 해와 달과 별이 있는 천연석 일월성석(日月星石), 흑룡담폭포(黑龍潭瀑布),

아름다운 계곡 단분구(丹分溝), 마검봉과 마검봉폭포(磨劍峰瀑布)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궈량촌에서는 반드시 걸어가며 보아야 절벽장랑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를 타고 가며 중간중간 내려서 절벽에 마련된 전망대에 서서 지금 우리 부부가 걷는

이쪽의 절벽장량을 볼 수도 있지만...

오늘 같은 날씨에는 그마저도 기대를 접어야 하겠지요.

 

돌을 깨어 만든 길은 마치 한 마리의 거대한 용이 벼랑에서 용틀임을 하며 모습을

보였다 감추었다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이 동굴 길을 곽량동(郭亮洞)이라 부르기도 하고 절벽장랑이라고도 합니다.

그 시대에 그런 장비로 이렇게 힘든 공사를 계획하고 완공시켰다는 것은 실로 궈량 마을 사람들의

위대한 업적이었으며 궈량 사람의 궈량 사람에 의한 궈량 사람을 위한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여기의 절벽장랑을 세계 팔대 기적이니 뭐니 합니다.

물론 중국에서만 하는 이야기라 전혀 귀 기울이고 싶지도 않지만, 박수는 받을만한 일입니다.

 

아찔한 절벽을 밧줄 하나에 의지하여 내려와 직접 손으로 돌을 쪼아 구멍을 뚫고 점차 파고 들어가

만든 길이니 위대한 역사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을 직접 한 궈량 사람들의 인간승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합니다.

만리장성이니 경항대운하니 하는 거대한 공사는 황제라는 사람의 명령에 따란 만든 구조물이지만,

절벽장랑은 마을 사람 스스로 힘을 모아 만들었기에 그런 세계적인 대역사보다

더 위대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궈량촌에 사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조상이 살던 그 방법대로 아직 그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직접 산에 뒹구는 돌을 주워 하나하나 쌓아 올려 돌로 집을 지었고 그 돌집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이를 낳으며 지금도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살아왔던 방법대로 알콩달콩 그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변화가 있다면 외지에서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온다는 것뿐일 겁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대단한 자연의 모습에 먹먹해질 때 가 가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곳처럼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 만든 모습을 바라보면 가슴 깊은 곳에 울컥함은 느낍니다.

차마고도가 그랬고 이곳이 그런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도 많은 드라마나 영화가 촬영된 유명한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지금은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고 사진작가들이 몰려와 그들의 모습을 세상에 알립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딱입니다.

 

하늘의 창이라는 천창을 통해 내다본 곳에 나무 한 그루가 있고 나무 잎사귀 몇 개가 달려 파르르 떨고 있습니다.

저기가 어디라고 나무가 자랄까요?

어떻게 뿌리를 내렸을까요?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저 잎사귀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모두 절벽 아래로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아

하얀 눈을 맞을 겁니다.

그리고 다시 새봄을 기다리며 깊은 겨울잠에 빠져들겠지요.

다시 찬란한 봄을 기다리며 말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고 길을 걷는 것은

음식을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여행길에서 앞만 보고 간다면 제대로 된 여행이 아닐 겁니다.

주변도 돌아보고 가끔 우두커니 서서 뒤도 잠시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는 매일 반복되지만, 한번 지나간 날은 사실 다시 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길을 걷지만, 이런 길은 걷고 나면 다시 걸어볼 수 없는 길입니다.

우리 부부가 이렇게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걷는 이유가 바로 오늘이 우리 부부에게는

다시 오기 어려운 곳을 걷기 때문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보고 오랫동안 마음 안에 남기고 싶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