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2013. 12. 26. 08:00동유럽 여행기/폴란드

수용소 건물 안에서 열린 창문을 통해 잠시 밖을 내다봅니다.

지금 佳人이 바라보는 풍경은 이곳에 수용된 그때 그 사람이 바라본 모습과 변함없을 겁니다.

열린 창문 너머 철조망이 보이고 그 철조망 밖의 세상을 그리워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았을까요?

여기는 지옥의 모습이고 철조망 밖은 천국입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천국과 지옥이 담장 하나로 나뉘었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구속한다는 일은 세상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나쁜 일입니다.

얼마나 자유를 더 그리워하고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천국입니다.

그러나 어느 사람은 지옥이라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내 마음이 정한 일이 아니겠어요?

지금 그런 생각을 하신다면 당장 담장을 허물어버리세요.

 

이곳으로 끌려오는 기차 안에서 열린 쪽문을 통해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공포 속에 밖을 내다보는 아이의 모습.

이미 그들은 인간이 아니고 화물칸에 실린 짐이었습니다.

나치에게는 사람이 아니라 화물로 간주되었나 봅니다.

이렇게 유럽 전역에서 이곳 오시비엥비침으로 잡혀 왔습니다.

 

이제 플랫폼에 내리면 분류작업을 했다 합니다.

이용가치가 있어 당분간 살려 일을 부려 먹을 사람이 있고..

이용가치가 떨어져 바로 처리해야 할 사람..

전자는 전체 도착 인원의 25%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75%는 도착하는 즉시 가스실로 바로 보냈다는 말이 아닌가요?

오시비엥침의 기차역은 당시 유럽에서 가장 혼잡한 곳이었을 겁니다.

위의 사진을 보니 지금 헝가리로부터 많은 유대인이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가슴에 인식표를 단 모습이 보입니다.

인식표는 민족이나 출신에 따라 모두 다릅니다.

유대인은 삼각형과 역삼각형의 모양으로 두 개의 삼각형을 서로 엇갈려 놓아 마치 별을 표시한 듯 보입니다.

 

이렇게 도착하면 게슈타포 장교에 의해 분류작업에 들어갑니다.

작업을 위해 우선 두 부류로 나누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오른쪽 줄은 남자로 보이고 왼쪽 줄은 여자와 어린이로 보입니다.

 

이제 남자는 한 사람씩 작업에 들어갑니다.

위의 사진에 가운데 독일장교의 손이 보이세요?

오른손을 들어 오른쪽으로 보냅니다.

아마도 일을 부려 먹기 위해 당분간은 목숨을 부지할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무슨 염라대왕도 아니고 지가 왜 사람을 분류해 죽이고 살리고를 결정합니까?

 

이번 줄은 주로 여자와 어린아이들입니다.

이 부류는 어디로 갈까요?

이때 도착한 사람을 분류했던 사람은 주로 나치의 군의관이 담당해 건강상태를 주로 보았고 일의 적합 여부를 판단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열차에 내리면 우선 두 부류로 분리한다 합니다.

건장한 남자를 따로 분리하고 그다음 어린아이와 여자 대부분을 가스실로...

 

처형한다고 하면 패닉상태에 빠지기에 가스실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청결을 위해 목욕실로 간다고 했고

일 할 사람이 넘칠 경우는 열차가 도착하면 분리작업도 하지 않은 체 열차를 가스실 앞으로 직접 몰고 가

모두 목욕시킨다고 안심시킨 뒤 가스실에 모두 넣기도 했답니다.

여기서 탈락한 사람은 대부분 어린아이와 여자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가장 우대받는 사람이 여자와 어린아이인데...

 

On the way to death...

위의 사진을 보면 아이와 여자는 이 길이 마지막 길인지 알지 못하고 마지막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제일 앞장 서서 걷고 있는 아이는 두 동생의 손을 꼭 잡고 죽음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당시 유대 여인이 가스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모두 옷을 벗긴 다음 단체로 가스실에 몰아넣었던 모양입니다.

이 사진은 철조망 밖에서 도찰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스실 안이 넓지 않기 때문에 밖에서 모두 옷을 벗긴 후 건물 안으로 들여보냈지 싶습니다.

 

이렇게 집단학살을 한 후 그 시신은 위의 사진처럼 야외에서 무더기로 불태워 그 흔적을 없애려 했나 봅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sonderkommando 멤버의 도찰로 지금까지 남았다고 하네요.

sonderkommando란 홀로코스트 동안 나치가 운영한 죽음의 가스실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의

단위를 의미하는 말이라 합니다.

대부분 유대인으로 이루어진 작업반이었던 모양입니다.

몰래 문 뒤에 숨어 문틈으로 찍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열차가 도착한 후 한동안 분류 작업한다고 복잡했지만, 이렇게 모든 작업이 끝나고 나면

마치 시끌벅적했던 장이 끝난 그런 파장 분위기입니다.

이곳에 올 때 가지고 왔던 짐보따리만 군데군데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건장한 신체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은

위에 보이는 문을 드나들며 수용소 밖에 있는 노역장에서 강제 중노동에 처했답니다.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하여?

 

"ARBEIT MACHT FREI"

"노동만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말 때문에...

그 문 앞에는 언제나 이렇게 수용소 오케스트라가 출입 때마다 행진곡을 연주하며 줄을 맞추어 드나들게 해

인원 파악을 했다 합니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환자는 동료의 손에 들려 인원 파악을 위해 들어왔고 바로 가스실로 보내졌을 겁니다.

 

이곳에 온 사람 중 사진만 살펴보면 죽음을 각오하고 온 사람과 죽음을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었고 죽음을 알고 온 사람은 주로 정치범으로 전혀 소지품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위의 사진처럼 많은 소지품을 들고 온 사람은 전혀 죽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당분간 여기 머물다

어느 지방으로 수용되어 옮겨간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건물 입구에 한 미국의 유대인이 이곳을 방문해 썼던 글이 남아있답니다.

""당신들이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또 이런 일을 당할 것이다."라는 말이라 합니다.

이 말은 단지 유대인에만 해당하는 말을 아니지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에게도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용서는 하되 잊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지금 그들은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과거는 모두 끝났다고 이야기합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경제부흥의 기초를 닦아주었다고 합니다.

방사능에 취해 인간의 본성을 잃었나 봅니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한다면 그게 짐승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걷다가 잠시 모퉁이에 서서 바라봅니다.

저 멀리 독일군이 지르는 고함소리가 들리는 듯...

오늘도 핏기없는 얼굴을 하고 저 창문으로 수감자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佳人에 지금 밖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느냐고 묻는 듯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흘리는 눈물을 어찌 닦아주어야 합니까?

 

나치가 일으킨 전쟁은 어찌 되어 가느냐고요.

이 지옥 같은 세상이 언제쯤 끝날 것 같으냐고 말입니다.

고향을 그리는 그들 눈에는 눈물이 한가득 그렁거립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佳人의 마음에는 분노만 치밀어 오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늘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그때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수용동마다 절망의 한숨 소리가 들렸고 희망 없는 나날이 계속되었을 겁니다.

산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사치스러운 말이었을까요?

지옥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이런 세상이 우리에게도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