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족의 밤

2014. 1. 11.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중국어 대족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어렵습니다.

다쭈? 따주? 다주? 따쭈?

왜 이렇게 어렵습니까?

그래서 그냥 우리말로 대족석각(大足石刻)이라고 쓰겠습니다.

 

 

대족(大足)이라는 말은 발이 크다는 말입니까?

대발...

예전에 우리나라 드라마 대발이 가족 이야기가 처음으로 중국에 건너가

한류의 시작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남녀평등이 강조되던 시기라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한 대발이 아버지가

나왔기에 오히려 인기를 끌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족은 충칭에서는 83km로 무척 가까운 곳입니다.

그러나 청두로부터는 257km나 떨어져 있고 버스 편도 자주 있지 않기에 당일치기는

어려울 것인데 그 이유가 편도 4-5시간은 잡아야 하니까요.

그러나 충칭에서는 당일로 구경하고 돌아갈 수 있기에 충칭에 가시는 분은

 꼭 들려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숙소를 겨우 정하고 식사를 하러 다시 나옵니다.

아침에 청두에서 죽 한 그릇에 만두를 먹고 이동하는 내내 빵과 과일로만 배를 채워

배는 고프지 않지만, 저녁은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음식 이름도 모르고 옆에서 먹는 사람 보고 같은 것으로 시켜 먹습니다.

국은 조미료를 넣지 말라고 했더니 그냥 끓는 물에 배추 몇 조각만 넣어줍니다.

친구가 준비해온 라면 스프를 넣어 먹었더니 제법 먹을만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벌써 캄캄한 밤이 되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광장에 미니 버스를 세운 공안 임시 파출소가 보입니다.

내일 찾아갈 보정산 석각을 어찌 가야 하는지 물어보렵니다.

 

 

밖에서 물어보면 말도 통하지 않는데 되나요?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라 했습니다.

佳人은?

감독은 원래 운동장에서 직접 뛰지 않습니다.

다만, 고뇌에 찬 작전 지시만 할 뿐이지요.

佳人은 여행하며 늘 감독처럼 지시만 할 뿐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이곳 대족에는 많은 석각이 있어 이를 합쳐 부르는 말이 대족석각이고

그 중 많은 사람이 찾아가는 곳은 바오딩산(寶頂山 : 보정산) 석각이라고 부르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위의 메모는 그날 공안이 우리에게 적어준 글입니다.

공안은 정성껏 손으로 쓴 글입니다.

혹시 발로 개발새발 그렸다고 오해하실 분이 계실까 봐서 확실히 알려드립니다.

 

여기서 바로 101번 시내버스를 타고 소광장이라는 곳에 내려

보정산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중국 공안은 시험칠 때 필체는 보지 않나 봅니다.

뭐... 알아보기만 하면 되지 그것까지 우리가 신경 쓸 이유는 없지요?

 

 

중국 여행을 하며 우리의 목적지를 찾아가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공안에

물어보는 일이고 그리고 젊은 여학생이 좋습니다.

중국어를 모르는 우리에게 그나마 대부분 영어가 가능하고 친절하기 때문이지요.

 

 

이제 대족의 밤거리를 구경하렵니다.

부근에 번화한 보행가가 있고 걷는 사람도 무척 많습니다.

내일 일정의 어찌 될지 몰라 슈퍼에 들려 과일과 빵을 사려고 합니다.

우리가 가는 곳에 대한 정보가 어둡기에 걸리는 시간이나 찾아가는 방법을

알지 못하여 비상식량은 늘 준비합니다.

 

 

원래 대족이라는 마을은 당나라 원년인 758년에 생기기 시작한 마을이라 합니다.

여기에 조성된 불상 석각군이 모두 100여 곳에 이르고 있어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이 마을을

 일컬어 "북쪽에는 둔황, 남쪽에는 대족(北敦煌, 南大足)"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라고 하네요.

이 말은 돈황석굴이 북쪽 지방의 석각 예술의 대표선수라고 한다면,

남쪽 지방의 대표선수는 여기 대족이라는 말이겠지요.

 

 

이 모습을 하나씩 살펴보노라면 사람의 손이 아닌 신의 손으로 만든 듯 정교하고

사실적인 표현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 주변의 산에는 모두 5만여 점의 석각이 있다고 하니 대족이라는 동네는 그야말로

부처의 세상 속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고 해도 되겠어요.

이 얼마나 행복한 마을인가요? 그쵸?

 

 

싸이는 이곳 작은 마을인 대족이라는 곳에서 오늘도 말춤을 춥니다.

이곳 중국어로 장난 스타일이라고...

이 작은 마을도 한류가 있나 봅니다.

아까 길거리에 김밥을 파는 한식 포장마차도 있고...

 

 

여기는 사랑 때문에라는 가게도 보입니다.

한국식으로 촬영한다는 사진관입니다.

들어가 물어보았습니다.

한식으로 촬영하는 게 어떤 거냐고요.

한국에 가보았느냐고요.

그랬더니 한국말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냥 마케팅이 아닐까요?

이렇게 한글을 간판에 적어놓으면 가게도 업그레이드되고

그러면 조금 비싸게 받아도 되고...

장사도 더 잘된다는 그런 생각에서일까요?

 

 

재석이 보고 있냐?

너도 싸이와 덩달아 이곳 대족 촌구석에서도 뜨고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컴퓨터 가게에는 모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도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족의 밤거리를 거닐며 시비도 걸어보고 길도 물어가며 돌아다녔습니다.

여행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로 오늘 佳人도 공 먹는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뭐 여행이 유명 관광지의 사진이나 올리고 여행 이야기만 해야 하는 겁니까?

이렇게 어슬렁거리며 구경하는 것도 여행이잖아요.

 

중국어를 알면 더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얻을 수 있겠지만,

몰라도 구경하며 다니는 것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행이란 의지가 아닐까요?

왜?

여행을 사랑하기 때문에...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대족이라는 마을은 중국에서는 무척 작은 도시입니다.

그러나 그런 작은 마을에도 유튜브에 접근할 수 없는 중국에서

싸이의 음악이 울려 퍼지고 한글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가 더는 아닌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