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쑹판(松潘)...

2013. 9. 10. 08:00중국 여행기/구채구, 쑹판

위의 사진은 우리가 흔히 부르는 쑹판이라는 송주 고성의 북문입니다.

송주 고성의 성벽은 전체 길이가 6.2km이고, 성벽의 서쪽은 산으로 올라가고 성안으로

민강이 흐르는 아주 이상한 성입니다.

외성은 주로 흙과 돌을 쌓아서 만들었으며 성 밖에서 성 안으로 강물이 흘러들어오게 하여

만약 전투 중에도 성 안에서는 물 부족은 없을 겁니다.

 

왜 마속이 가정이라는 곳에서 산 위에 진을 쳤다가 물 때문에 결국,

공명이 북벌을 포기하고 돌아간 적이 있었잖아요.

그것을 알고 그랬을까요?

그때 제대로 물먹은 사람은 물이 없어 패퇴한 마속이었잖아요.

모든 성문은 돌과 벽돌로 쌓아서 만들었는데 정교하면서도 매우 아름다워 마치 예술작품으로

보는 것 같으나 전투를 위한 준비물이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니???

 

북문을 원래 진강문(鎭羌門)이라고 불렀다는데 문의 너비가 6m, 높이가 8.5m이며,

길이는 31.5m라 하며 어느 기록에 따르면 "송주성벽의 두께 특히 성문동(城門洞)의 깊이는

전국 명나라 성문 중 최고다. 유명한 북경 자금성의 성문, 남경, 서안의 명나라 때 성문도

모두 이것만큼 두텁지 않다."라고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중국에서는 성문으로 두께가 가장 두껍다는 말이 되겠네요.

처음 성문 안을 들여다 보고 이게 기차가 지나다니는 터널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성문동이니 그 두께를 가늠해 보세요.

진짜 제일 두껍게 보이죠?

 

왜 이리도 두껍게 만들었을까요?

북문의 방향은 바로 장족의 고장인 티베탄이 사는 곳이 아닙니까?

그만큼 티베탄의 공격이 무서웠다는 말은 아닙니까?

 

오늘도 성 안팎을 구경하며 어제 이어 문성공주와 송찬간포의 사랑이야기를 곁눈질해보려

하는데, 너무 지루한 이야기오니 그냥 사진만 훑어보셔도 좋습니다.

 

당시에는 토번보다는 토혼국이나 돌궐이 더 힘이 강했을 시기인지라 당태종은 선입선출이라고

하며 자신의 두 딸인  형양 공주는 돌궐에, 황화 공주는 토혼국에 보내기로 하니

그만 공주가 동나 버렸습니다.

그래서 토번에서 온 사신에게는 "넌 없다~"라고 돌려보냅니다.

정말 사람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젊은 시절 더 열심히 노력하여 공주 생산에

온 힘을 기울여 수십 명의 공주를 키워 주변국에 섭섭지 않게 모두 보내줄 텐데...

좌고우면하지 않고 묻고 따따불로도 보내 줄텐데요.

 

빈손으로 돌아온 토번의 사신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혼이 날까 봐 송찬간포에게 거짓으로

아룁다는데 "당나라 황제께서는 우리를 무척 환대하셨지만, 토혼국에서는 군주가 직접

찾아와 딸을 달라고 하니 우쒸~ 그만 그쪽으로 준다고 합니다.

아마도 토혼국에서 우리와 당나라 사이에 좋지 않은 말을..." 하며 문제를 토혼국으로

돌리며 이렇게 동시에 세 나라가 한꺼번에 달려들면 사실 힘이 약한 나라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어 있지요.

그때는 토혼국이 토번보다는 더 강하다고 했으니까요.

 

혈기왕성한 송찬간포... 정말 열 받았어요.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버럭 화부터 냅니다.

무시당하면 누구나 화부터 나지요.

"그래? 알았쪄! 우쒸~ 누구는 남자고 누구는 사내야? 내가 그리도 부실해 보여?"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흐른 후인 638년 어느 날,

토혼국과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자(사실은 문제를 만든 게 아닐까요?)

송찬간포는 즉시 군사를 이끌고 토혼국을 요절내 버립니다.

이와 동시에 당나라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뭐라고?

"봤지! 난 한다고 마음만 먹으면 한다!.

왔노라! 쓸어버렸노라~ 우짤껴? 공주 보내줄 껴? 말 껴~

만약, 공주를 보내지 않으면 5만 명의 군사만 이끌고도 당나라도 토혼국처럼 우리의 말발굽에 밟혀

사라지게 되며 공주뿐 아니라 중원의 모든 아녀자는 모두 티베탄의 마누라로 만들어 버릴 게야~"

 

세상에 여자 하나 때문에 전쟁을 해요?

"송찬간포! 당신은 전쟁광입니까"

"사실, 난 전쟁광이 아니라 뼛속까지 평화주의자란 말이야~"

 

사실 인구로 따져도 티베트는 당나라의 상대가 아닙니다.

티베탄 사내 1명이 당나라 처자 수만 명을 관리해도 다 할 수 없는 그런 숫자가 아니겠어요?

3천 궁녀도 모두 관리하기 어려운데...

 

그러나 당나라에서는 송찬간포의 말을 처음에는 우습게 생각합니다.

조그만 녀석이 까불고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맞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사신이 전한 말을 무시해버립니다.

 

송찬간포는 한 번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누구처럼 전투준비를 농담이라고 얼버무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어느 나라 정치인처럼 식언이나 일삼는 그런 친구가 아니지요.

그는 즉시 25만이나 되는 군사를 일으켜 토혼국을 아주 없애버리고 그다음

군사를 직접 끌고 송주(지금의 쓰촨성 쑹판)까지 밀고 내려와 군사를 주둔시킵니다.

바로 오늘 우리가 구경하고 있는 여기 쑹판 말입니다.

이 의미를 보통 무력시위라 하던가요?

 

그런데 토혼국은 또 뭡니까?

이웃 나라 왕이 여자 하나 보내달라고 조르는데 왜 토혼국이 사라집니까?

공주 하나 달라고 너무 많은 사람을 동원한 게 아닐까요?

세상에 마누라 하나 얻겠다고 전쟁을 해요? 나 원 참!!!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어요?"

 

당태종도 자존심이 있지요.

지금까지는 관심도 없었던 토번에서 공주 하나 보내달라고 징징거리더니 없다고 하자

군사를 이끌고 내려와 싸움을 겁니다.

살다 보니 당태종도 어처구니가 없었을 겁니다.

 

"허~ 얼!!!"

이런 말만 하고 있기에는 너무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관 12년 병부상서인 후군집에게 5만의 정예병을 주어 혼내주라 하니 격렬한 전투 끝에

간신히 토번을 물리칩니다.

그러나 전투가 있기 전, 후군집이 송찬간포를 송주에서 만나 먼저 담판을 벌렸지요.

 

후군집 : "너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짓인지 아니?"

송찬간포 : "그래 안다, 왜~"

후군집 : "그래 여자 하나 달라고 25만이나 되는 군사를 동원하니?

도대체 세계 역사에 이런 일이 있겠어?"

송찬간포 : "난 세계사를 배우지 못해 모른다. 오직 뽀얀 살 냄새가 나는 여자만 안다."

후군집 : "이런 방법이 도대체 어느 나라 스타일이니?" 

송찬간포 : "오빤~ 토번 스타일!"

후군집 : "그럼 오빤 당나라 스타일~"

이렇게 스타일 타령을 하고는 전투가 시작되었다고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당나라는 비록 전투에서는 목적을 거두었지만, 토번의 힘을 느낄 수 있었고

토번의 송찬간포 또한 당나라의 힘을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네요.

당나라가 승리했다는 이야기는 순전히 중원의 입장에서 기술한 역사지요.

사실은 당나라 병사는 혼이 났다 합니다.

이렇게 서로의 힘을 알게 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됩니다.

그래서 송찬간포는 당태종에게 사신을 보내 "미안했쪄~ 그래도 공주 하나 보내주오~"라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당태종은 고민합니다.

전쟁이란 백해무익하여 민초를 도탄에 빠뜨리는 일이라는 것을...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시 당태종은 고구려와 세상의 패권을 놓고 큰 싸움을 벌였을 때라

서쪽에서의 분쟁을 바라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천하의 조조가 삼국통일을 하지 못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서쪽의 촉한과

남쪽의 동오의 가운데에 있어 양쪽으로 전쟁하기 힘들어서였을 겁니다.

 

그럼 문성공주가 토번으로 시집간 이유 중 하나가 사실은 고구려의 힘인지도 모릅니다.

고구려만 없었다면 당태종이 티베탄 정도는 그냥 쓸어버렸겠지만, 고구려의 힘에 눌려

군사를 서쪽으로 돌릴 수 없는 처지라 할 수 없이 문성공주를 보내주었을 것이 아니겠어요?

 

세상에....

서로 연하장이나 크리스마스 카드 한번 주고받지 않던 우리와 토번이

이런 역사의 연관을 지니고 있었네요.

토번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문성공주가 송찬간포에 시집갈 수 있었던 일은

그러니 바로 고구려의 힘입니다.

佳人이 마치 당태종 속에 들어갔나 나온 것처럼 이야기하죠?

사실이냐고요?

佳人을 잘 아시면서 왜 그러세요?

아니면 말고입니다.

 

드디어 당나라와 이야기가 잘 되어 송찬간포는 이듬해인 정관 14년인 640년

어느 좋은 날을 잡아 처음 중원의 공주 하나 분양받자고 이 계획을 이야기한 녹동찬에게

5천 냥의 황금과 진귀한 보물을 마차에 실어 장안으로 보냅니다.

 

녹동찬은 문무를 겸비한 신하로 당시에 토번에서는 말재간 또한 뛰어났기에

당태종은 화친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합니다.

그러나 당태종의 머리에는 고구려와의 복잡한 문제가 가득했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결국, "줘 버려라!"라고 했지만,

얼라리요? 공주가 있어야지요.

 

이미 모두 주변국에 하나씩 보내고 공주가 동난 상태이기에...

급히 생산에 들어가 당나라의 힘으로 조기 숙성시키더라도 출하시기를 맞춘다는 일은 불가능하잖아요.

그게 무슨 물만 주면 저절로 자라는 콩나물도 아니고...

발묘조장(拔苗助長)도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공주도 아니면서 급조된 공주표 트레이드 마크가 붙은 문성공주가 선택되었다네요.

앞산과 뜰이 내 것이 아니더라도 "앞산이 내 산이다. 그리고 앞뜰도 내 뜰이다."라고 생각하며

평생을 산 사람은 부자라 합니다.

공주표 여인도 공주라 생각하고 평생을 살 수만 있다면 공주가 맞습니다.

 

이때의 청혼 장면을 화가 염립본이라는 사람이 '보연도'라는 그림으로 남겼다 합니다.

이때 문성공주의 나이가 스물 하고도 셋이라...

오호라~ 여자 나이 스물셋이라면 한참 피기 시작한 꽃처럼 뽀드득거리며 향기 또한

천 리를 뻗어 가기에 심장이 약한 사내는 마주 바라보기조차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워

잘못하면 심장마비가 온다 합니다.

 

"손 대면 톡~ 하고 터질것만 같은~ 그대~~"

맞아요...

콧노래가 절로 나올 그럴 나이가 아니겠어요?

 

문제는 아름다운 것만 아니라는 겁니다.

그녀는 원래 타고나 재기가 있어 번뜩이는 총기로 무장하여(여기서 총기란 무장투쟁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총기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어느 유명한 사람과 비교하여도 부족함이 없는

여인으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있었으며 마음씨 또한 아름다워

모든 사내가 원하고 바라는 그런 여인이었다네요.

 

아름다움은 기본이요, 가무도 능하지요.

게다가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재능을 지닌 여인을 만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이런 여자를 만난 사내는 로또보다 더 큰 행복이지요.

 

지금도 티베트에 가본 사람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은 피부가 약간 검다고 합니다.

그게 아마도 자외선 차단이 제대로 되지 않은 햇볕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워낙 고도가 높은 지역에 살다 보니 태양과 친화적으로 가까워...

얼핏 보면 마치 목욕조차 하지 않아 땟국이 쪼르르 흐르는 그런 모습 말입니다.

그것은 그곳 기후가 그래서 그런 것이랍니다.

 

그런데 백옥보다 흰 피부를 지닌 중원의 여인인 문성공주와 비교하면 바로 선녀의 모습이 아니겠어요?

보는 사내마다 뻑~소리 나게 가버렸을 겁니다.

고객님들이 많이 당황하셨을 겁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佳人마저도 숨이 멎는지 알았거든요.

 

결국, 당태종은 토번과 화친을 결정하고 공주를 보내주기로 합니다.

아! 문성공주는 정말 토번에는 맞춤표이며 준비된 공주였던 겁니다.

 

그동안 궁에 머물며 많은 독서를 통하여 천문과 지리에 통달하였고

불경은 물론 점을 치는 복서에도 능통했습니다.

게다가 심성이 워낙 착하고 총명하여, 하나를 들으면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은 통하였으며

풍만한 몸매에 희고 고운 피부는 바로 하늘의 선녀 바로 그 모습이 아니겠어요?

옆에서 그녀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목소리가 마치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 청명한 소리였어요.

 

문성공주는 처음에는 척박하고 높은 산으로만 이루어진 티베트로 시집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무척 실망했지만, 이내 운명이라 생각하고 티베트에서 사신으로 온 녹동찬에게 그곳의 풍토와

환경과 민초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토번으로 들어가기 전에 철저한 준비에 들어갑니다.

이래서 문성공주는 준비된 여인이라는 말입니다.

세상에 어디 이런 여자 만나기 쉬운 일이겠어요?

있으면 나와보라 하세요.

토번에서는 호박이 넝클 째... 주루루루루~~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어렵고 힘들게 사는 토번 사람은 죄를 지어서도 아니고 심성이 나빠서도 아닙니다.

어쩌다 그런 곡식도 잘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땅에 자리 잡고 살아온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라는 말이지요.

그런 어려운 환경에 도움이 될만한 것은 모두 미리 조사하여 준비하여 떠나겠다는 말입니다.

물론 서적이야 당연하지만, 새마을 운동도 지도자가 있어야 성공확률도 높고 시간도 단축되잖아요.

그래서 각 방면의 장인도 선발하여 대동하고 갑니다.

숙달된 조교의 시범은 피교육자에게는 아무리 백 마디의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안 겁니다.

어쩌면 이렇게 준비성도 철저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