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5. 08:00ㆍ중국 여행기/구채구, 쑹판
그동안 佳人과 더불어 구채구경하시느라 얼마나 지루하셨습니까?
오늘 구채구의 나머지 풍경구 구경을 모두 한꺼번에 끝낼까 생각합니다.
함께 마지막 발걸음을 옮기시렵니까?
佳人이 아무리 사진을 잘 찍고 글로 이곳을 자세히 묘사했다 하더라도
백문이 불여일견이 아니겠어요?
직접 한번 다녀오셔야 구채구의 진면목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구채구는 청두에서 약 434㎞ 떨어져 있는 쓰촨 성 강족(羌族)과 장족(藏族) 자치구인
구채구 현 안에 있는 곳으로 이 구채구 안에 모두 아홉 개의 마을이 있어
그 이름을 구채구라 했다고 합니다.
여기서는 버스를 타고 내려가려고 합니다.
다음 풍경구인 불꽃 바다라는 화화해(火花海)까지는 약 1.1km 떨어져 있고
조금 피곤하기도 하니까요.
오늘은 정말 오래 걸었나 봅니다.
게다가 고산지대라 쉽게 피로를 느끼네요.
여기 화화해(火花海)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해가 비스듬히 비칠 때 바람에
일렁이는 잔물결이 햇볕을 받아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불꽃놀이 때
보는 그런 풍경을 연출한다고 하여서 화화해(火花海)라고 붙인 이름이랍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아니면, 그냥 평범한 호수에 불과하다는 말이겠네요.
건기에는 수위가 낮아지기에 황금색이 더 강하게 비추는데 그 모습이 마치 바다에
듬성듬성 보이는 천 개의 섬처럼 보인다고 해 천도호(千島湖)라고도 부른다 하네요.
정말 이름도 잘도 짓지요?
오늘은 그냥 걷습니다.
제대로 된 모습을 보려면 불이라도 질러여 하지만, 어찌 그럴 수 있겠어요?
그냥 걸어가며 보아도 수풀 사이로 보이는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오묘한 빛을 통해 비치는 수면은 또 다른 색을 연출하네요.
이름도 모르는 폭포도 보이는군요.
이 정도는 이름조차 붙이지 않았나 봅니다.
이런 길에는 모두 놓아버리고 그리고 내려놓고 그냥 눈으로 그 모습을 담고 싶습니다.
놓아버리면 자유요, 움켜쥐면 탐욕이라 했습니까?
천천히 천천히 한 걸음씩 걷다 보면 그게 신선의 삶이고 세상이 아니겠어요?
울 마눌님께서는 배낭마저 내려놓으시고 홀가분하게 가벼운 걸음을 옮기고 계십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려 물을 바라보면 우리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또 다른 모습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물은 이렇게 움켜쥐지도 않고 자유스럽게 흘러갑니다.
물은 이렇게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며 흘러내려갑니다.
이제 여기가 해발 2천여 m 정도 될 겁니다.
잠시 사이에 천여 m나 내려왔습니다.
한 줄기 빛으로 수면은 여러 가지 색을 보여줍니다.
매일 이른 아침, 안개가 걷히면서 그 사이로 햇살이 비치면 마치 물 위에
불이 붙은 듯한 붉은 꽃 모양의 빛들이 여기저기서 미세하게 흔들릴 것이고
이 모습이 짙고 푸른 물빛과 어울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보석들로 호수가 가득 차는 듯할 겁니다.
걷다 보니 어느새 호위해(芦韋海)라는 곳입니다.
글자 그대로 갈대의 바다입니다.
수심 3m 정도의 얕은 호수이기에 갈대가 잘 자라나 봅니다.
갈대가 많기에 여기는 구채구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철새가 많이 찾아와
번식하고 서식함으로 철새의 낙원이며 갈대 가운데 수로가 있어 그 모습이
마치 꿈틀거리는 용이라고도 하고 옥으로 만든 허리띠라고도 한다는군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 이르기까지 꽃 피고 꽃 지는 계절에 따라 갈대도
푸르렀다가 누렇게 변해가며 늘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라 합니다.
오늘은 수정구 중 장족의 마을인 수정채부터 경구 대문까지 내려가며 구경하는 중입니다.
호위해(芦韋海), 화화해(火花海) 등을 구경하고 이제 구채구의 마지막 볼거리인
분경탄(盆景灘)을 구경합니다.
오랜 시간 석회화 작용으로 만들어진 세월의 상징,
바로 분경지(盆景池)입니다.
버드나무, 소나무 등 여러 가지 나무가 흐르는 물 위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갑니다.
마치 사람이 공들여 가꾼 분재의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습니까?
수상 삼림...
바로 그 모습입니다.
분재란 사람의 손을 거치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탄생하지만,
이곳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자연은 이렇게 분경의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이 또한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 아닐까요?
화초도 자라고 이런 식물은 서로 연결하며 의지하나 봅니다.
흐르는 물에서 자리 잡고 뿌리를 내린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구채구는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그 모습을 뽐내려나 봅니다.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분경탄을 마지막으로 구채구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아침 7시 30분부터 시작해 경구 대문을 나온 시각이 오후 4시 30분입니다.
아홉 시간 동안 구채구 안을 구경했습니다.
여러분은 무척 지루하셨겠지만,
佳人은 구채구 안에 머무는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금세 지나버렸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비록, 이렇게 긴 시간일지라도
전혀 지루하거나 힘든지 모르나 봅니다.
이제 버스 터미널로 걸어가 내일 황룡으로 가는 차편을 알아봅니다.
그런데 눈이 너무 많이 내렸기 때문에 갈 수 없답니다.
황룡으로 가는 버스는 아침 두 편이 있나 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은 구채구 터미널의 버스노선과 시각표입니다.
황룡을 가지 못한다고 하니 어제 이리로 오며 잠시 지나친
송주 고성이 갑자기 보고 싶습니다.
7시 30분 아침에 한 대만 가고 요금은 35원입니다.
여기에 보험료 3원이 추가되는데 "뿌야오!"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사야 한답니다.
내일은 꿩 대신 닭이라고 황룡 대신 쑹판 고성이나 들려야겠습니다.
어쩌겠어요?
구채구 시내 길거리 보행로에는 이렇게 한국어로
"어서 오세요."라고 새겨놓았지만....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늘은 구채구에서 하루를 더 머물고 갑니다.
원래 계획은 내일 아침 황룡으로 가려고 했지만, 폭설 때문에
도로가 폐쇄되어 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합니다.
우리 여행이 계획했다고 그대로 이루어지겠어요?
갈 수 없다면 다음 기회를 또 만들어 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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