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을 시작하며

2014. 11. 11. 08:00스페인 여행기 2014/바르셀로나(Barcelona)

내 가슴에 아직 떠나고 싶은 열정이 남아있다면 난 행복한 사람입니다.

내 마음에 아직 바라는 소망이 남았다면 난 아직 살아갈 이유가 분명히 남았습니다.

내 가슴에 사랑이 남았다면 아직은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다.

 

풍차는 태양보다 바람이 더 그립습니다.

佳人 나이가 되면 가끔 바람이 그립습니다.

그냥 바람처럼 그렇게 훌쩍 떠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에겐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함께 걸어갈 동반자가 아직 있습니다.

그 동반자와 배낭 하나 짊어지고 여행할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행복하고 아직 살아갈 이유가 분명히 남았습니다.

佳人의 이번 여행도 이렇게 부부 둘이서 시작합니다.

 

이제...

연식이 제법 오래된 이 나이에 배낭여행이라니?

누구는 바보 같은 짓이라 합니다.

또 다른 누구는 부럽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 나이에 배낭여행이 체력이나 정보면에서 젊은이들과 비교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나이가 바로 뜻대로 행하여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바로 그 나이가 가까우므로

생각해낸 일이 둘만의 해외여행인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냥 둘이서 배낭 하나씩 달랑 메고 말입니다.

지금 하지 못하면 영원히 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우리 나이가 되면 배낭여행이 쉽지만은 않은 나이입니다.

왜?

그 이유는 국외로 자유롭게 떠나는 배낭여행이 우리 나이에는 가슴만 떨리는 게 하는 게 아니라

다리마저 떨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어디 다리만 떨리나요?

어떻게 여행해야 하는지 방법조차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사람은 점차 도전정신은 사라지고 두려움이 앞서고 편안한 것만 추구하기 때문이죠.

그러기에 젊은이들처럼 빠르게 다니지는 못하겠지만,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다녀오려 합니다.

그냥 아래 사진처럼 배낭 하나 달랑 둘러메고 까미노 길을 나서는 겁니다.

 

요즈음 TV를 통해 나이 든 사람의 해외여행이 무척 인기를 끌고 있더군요.

꽃보다 할배라고...

그러나 그 할배들은 이서진이라는 슈퍼 짐꾼을 대동하고 떠나기에 크게 어려움이 없었을 겁니다.

그 젊은이는 손바닥에 내비게이션을 들고 길도 잘 찾지만, 우리는 순전히 腦비게이션에 의지해야 합니다.

 

우리 부부는 슈퍼 짐꾼 서지니도 없고...

언어도 안 통하고...

일정도 46일로 길고...

그래도 마눌님과 둘이서 서로 의지하며 이번 여행을 결행하기로 했습니다.

 

무모하다고 볼 수 있지만, 둘이서 하는 여행이기에 서로 의지하고 다녀오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은 그동안 오랫동안 다녀왔던 중국과 동남아를 벗어나 처음으로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갑니다.

46일 일정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함께 돌아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을 쪼개어 순례자들이 걸었던 산티아고 가는 길 중 일부만이라고 일주일 정도 걸어보며

그 느낌을 의미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여행을 준비하며 혼자 해결해야 할 문제를 생각해보니..

언어불통은 물론이고

시간이 부족하고...

정보가 없어 자신이 없고...

 

비용은?

나이가 때문에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까?

그 나라 실정도 모르고...

모든 게 안갯속을 헤매듯 희미하기만 합니다.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하지?

그 나라 사람들은 우리말도 몰라 말도 통하지 않을 텐데...

숙소는 어떻게 구하고?

 

음식은 입에 맞지도 않을 텐데...

매일 라면만 먹을 수 없고 글자도 모르는데 식당을 찾아가도 음식 주문은 어떻게 하지?

그래!!! 그 나라는 소매치기가 아주 유명하다며?

등 등...

이런 생각을 하며 고민하다 보니 정말 환장하겠습니다.

 

요렇게 하나씩 따지다 보니 "나는 절대로 떠나지 않을 거야!" 하며 다짐하는 중이라 했습니다.

사실 제법 긴 시간이기에 다녀온다는 일이 쉬운 일만 아닙니다.

사실, 여행을 준비하며 몇 번이나 포기하고 여행사를 따라 단체여행이나 다녀올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소만 키우지 않는다면 배낭 하나씩만 달랑 메고 길을 나서면 돌아오게 되어있더군요. 

 

스스로 알을 깨면

새 생명이 태어나고

남이 대신 알을 깨면

푸라이 팬 위에 냉큼 올라가 퍼져버린다 했습니다.

이제 남은 인생만이라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그러나 아직 누구의 부축도 받지 않고 걸을 수 있어 마눌님과 둘이서 배낭을 챙겨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배낭여행이 어디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인가요?

우리처럼 할배들도 배낭 메고 떠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주야장천 우리 세대에 제일 어울리는 중국만 6년 동안 매년 한해도 거르지 않고 10월에 떠나

한 달에서 45일 동안 마눌님과 둘이서 배낭만 메고 다니다 보니 그도 너무 실증이 나 재미가 반감하기에

이번에 방향을 유럽으로 변경하며 그 첫 코스가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한꺼번에 대강 한번 휙 돌아보려고 했습니다.

 

중국은 중국어도 모르고 무작정 떠났으나 6년 동안 제법 중원은 대부분 돌아보았고

그 주변으로 조금 먼 곳은 다음 기회에 마저 돌아보기로 합니다.

지난번 중국의 마지막 여행도 삼국지 기행이랍시고 43일간 마눌님과 배낭만 챙겨 촌구석만 쏘다니다 보니

중국에 대한 흥미가 반감해 잠시 쉬었다 다시 가보려 합니다.

 

중국 여행의 최대 장점은 가깝고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배를 타고 다녀올 수 있고 숙소 예약도 하지 않고 가도 어느 마을이나 모두 숙소가 있기에

쉽게 방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한자를 조금이라도 해독할 수 있기에 필담이라도 나눌 수 있어 중국 여행이 어렵지 않지만...

 

여기 이베리아 반도의 두 나라는 무슨 배짱으로 다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사실 우리 나이에는 일을 벌이며 도전하는 나이가 아니라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나이가 아닐까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궁금증이 생겨 일단 저질러 보았습니다.

 

 스페인은 유네스코에서 인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 중 한 곳이라 합니다.

(얼마 전까지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였지만, 최근에 중국에 밀려 3위의 나라지만...)

그 이야기는 역사의 굴곡이 많은 나라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스페인 땅을 거쳐 간 문화가 다양했다는 말인가요?

 

우리나라처럼 반도 국가란 원래 그런 문화의 이동통로라 봐야 할까요?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고 중세 유럽의 가장 찬란한 문화가 꽃핀 이탈리아가 반도 나라이지요.

그런데 같은 반도 국가인데 우리나라는 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적을까요?

통로 역할을 한 반도 국가와 반도를 발판으로 침략전쟁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진출한 나라와의 차이점일까요?

아마도 우리나라는 일방적인 전달 역할만 했지 반대편으로부터는 야만적인 침략 외에는

별로 문화적으로 영향이 없어서일까요?

 

이런 궁금증을 지니고 여행을 떠나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이제 돌아와 그동안 여행하며 개인적으로

보고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이번 여행에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두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다음 여행도 또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며...

아들아!

내가 사는 곳은 중앙난방이라 보일러가 필요 없다.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줄 돈으로 여행비나 지원해 주렴~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번 여행은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바르셀로나로 들어가 시내와 히로나 그리고 몬세라트를 돌아보고

마드리드로 야간 침대 열차 렌페를 타고 아침에 도착해 세고비아로 바로 들어갔습니다.

세고비아, 아빌라, 살라망카를 하루씩 구경하고 야간 버스로 북부지방 루고로 올라가 바로 사리아에 도착했습니다.

 

사리아에 새벽에 도착해 바로 까미노 데 산티아고 길을 걷기 시작해 페레이로스, 곤사르, 팔라스 데 레이, 메리데,

아르수아, 페드로우소 숙박하며 까미노 길을 걸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들어갔습니다.

그다음 포르투갈 포르투와 리스보아에 약 1주일간 머무르다 에보라를 구경하고 당일 엘바스로 이동해

스페인 국경을

엑스트레마두라 지방의 바다호스와 카세레스, 트루히요, 메리다를 구경하고 세비야로 내려갔습니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세비아와 론다, 미하스, 그라나다, 코르도바를 돌아보고 마드리드로 올라가 바로

톨레도와 콘수에그라를 구경하고 다시 마드리드로 올라와 마드리드 시내와 쿠엔카를 다녀와

뮌헨을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46일간의 여정이었습니다.

이제 시간이 나는 대로 여행하며 찍어온 사진을 정리하며 어설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