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구 일즉구의 전죽해.

2013. 8. 19. 08:00중국 여행기/구채구, 쑹판

오늘은 Y 자 계곡의 오른쪽으로 먼저 버스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여기부터 가까운 곳은 걷고 먼 곳은 버스를 타며 낙일랑까지 내려가려고 합니다.

이른 아침이라 버스가 정차하는 산 위 도로에는 빙판이 졌네요.

 

여기는 아침에 서리도 내리는 지역이고 기온마저 많이 떨어지기에 쉽게 빙판이 생기나 봅니다.

이런 날씨에는 조심해야겠습니다.

구채 천당 보려다 잘못하면 정말 천당에 살 것 같습니다.

 

원래 일즉구는 원시삼림까지 버스가 올라가나 겨울철에는 빙판이 졌기에 전죽해까지 단축 운행하나 봅니다.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그래서 11월 16일부터는 입장료를 할인해주나 봅니다.

동절기에는 전죽해까지만 올라간 후 내려간다 합니다.

 

여기에 청둥오리 서식지가 있네요.

이 깊은 산속에 말입니다.

날씨도 찬데 오리는 그런 것 모르나 봅니다.

오리는 늘 맨발로 겨울을 나더군요.

오리털을 입고 있어 추위에 강한가요?

 

오늘은 전죽해(箭竹海)라는 호수부터 구경합니다.

이곳의 고도는 해발 2.618m라 합니다.

전죽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호수 주변에 전죽이라는 대나무가 많이 자라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 대나무는 주로 화살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되었던 대나무인가요?

 

아무리 호수 이름이 대나무라는 전죽을 사용했지만, 여기서 대나무를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곳을 찾은 모든 사람은 호수와 호수 속에 벌목공들이 나무를 하다가 버려둔 나무 잔해만 바라봅니다.

 

어제 쑹판을 통과할 때 고산증을 약간 느꼈는데 여기는 별로 그런 게 없네요.

하룻밤을 지냈기에 적응이 되어서 그럴까요?

천천히 걷기만 하면 대부분 큰 문제가 없나 봅니다.

 

위의 사진은 처음 찍었던 사진을 뒤집어 보았습니다.

왜?

그냥이요.

 

뒤집어도 자연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여기는 호수가 하늘이고 하늘이 호수인가 봅니다.

 

호수가 하늘까지 품고 싶었나 봅니다.

아니...

하늘이 호수를 품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자연은 이렇게 서로 다투지 않고 서로를 보듬어 안아줍니다.

미워하고 할퀴는 것은 인간만이 하나요?

 

전죽해는 파란 하늘도 물속에 있고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봉우리와 서리 내린 산도 모두 물속에 가두어 두었습니다.

거기에 예전 이곳에서 벌목하다 버린 나무까지...

나무는 쉽게 썩지도 않는다 하네요.

가둔 게 아니라 넓은 가슴으로 안아주나요?

 

그냥 사진으로 전죽해의 모습을 조금 더 보겠습니다.

 

산이 높아 그런가요?

가슴 속까지 시원합니다.

아닙니다.

날씨가 추워 가슴속까지 서늘해서 그랬나 봅니다.

 

이런 곳은 그저 콧노래를 부르며 거닐어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마눌님 손이라도 꼭 잡고 싶습니다.

평생을 함께 손잡고 걸어왔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도 잡은 손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소중하면 그 소중함도 잊어버린다 했습니까?

바로 부부사이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우리 부부가 이런 곳을 거닐었다는 기억 하나는 마음에 담고 살아가니 이 또한 행복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생각도 할 이유도 필요도 없어요.

여기에서는 생각을 한다는 일조차 필요 없고 사치스러운 일이라 여겨집니다.

 

다만, 바라보며 마음에 담아만 두면 되겠네요.

남긴 것은 발자국이요.

가져가는 것은 느낌뿐입니다.

 

속세의 짐만 잔뜩 짊어지고 온 佳人이 부끄럽습니다.

여기 그 일부만이라도 잠시 내려놓고 가고 싶습니다.

그동안 살아가며 팽팽하게 당겼던 삶의 끈을 여기에서는 조금 느슨하게 풀어버려야겠어요.

 

하늘, 구름, 수목, 호수, 바람, 산 그리고 물이 모여 여기 환상적인 자연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네요.

자연은 서로 미워하지도 다투지도 않고 어울려 살아가며 우리에게 그 지혜를 알려주나 봅니다.

다툼은 인간에만 있나 봅니다.

그게 모두 탐욕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까지 미워하며 살았던 모든 것을 버리고 싶습니다.

 

오늘부터 구채구의 각 경구의 포인트마다 사진으로 자세히 올려볼까 합니다.

조금 지루하실 수 있겠네요.

구채구의 어느 사진 하나라도 소홀히 다루고 싶지 않기에 佳人의 외눈박이 눈으로 보았던 모습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경구가 모두 조금씩 다르기에 아직 가보지 않으신 분은 미리 보실 수 있고

다녀오신 분에게는 그때의 모습이 생각나실 것 같습니다.

살아가며 이렇게 가끔 지난 일을 회상하고 또 미래의 일을 미리 느껴보는 일도 나쁘지 않지 싶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과 마눌님을 위한 배려는 바로 이런 곳에 다녀오는 일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행을 경주하듯 빨리 갈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가다가 좋은 풍경을 만나면 잠시 쉬었다 가는 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때요?

이런 곳이라면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서서 우두커니 바라보고 싶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호수의 물결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스치는 모습도 보일 것 같습니다.

먼 산이 佳人을 바라보고 미소 지을 것 같습니다.

숲이 연주하는 음악도 들릴 듯합니다.

구채구가 아름다운 것은 우리에 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고 감추어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아름다운 모습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어설픈 설명이 오히려 그 아름다움을 가릴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은 덧붙인다는 게 오히려 민폐고 탐욕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이런 곳에서는 속세로부터 짊어지고 온 짐을 잠시 내려놓고 걸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목적도 하지 말고 어느 의도도 없이 그냥 눈길 머무는 곳만 바라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맞잡은 손에서 온기가 느껴질 때 그 사랑은 더욱 단단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