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먼 길 구채구 가는 길

2013. 8. 15. 08:00중국 여행기/구채구, 쑹판

 

청두에서 구채구까지의 거리는 427km 정도라 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보다도 더 먼 거리를 달립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거리만으로 걸리는 시간을 예측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정말 원도 한도 없이 버스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힘이 든다고 생각하면 비행기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장거리 버스 여행도 즐겁다 생각하니 내릴 때면 아쉽습니다.

이런 여행이 힘이 들어 고생스럽다 생각하시는 분을 위해 佳人이 사진을 통해

구채구의 이모저모를 자세히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구채구로 가는 길은 산이 험한 곳이라 터널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터널 안에 조명장치가 거의 없어요.

정말 위험한 터널을 달려가는데 반대편에서 오는 작은 승용차가

우리 차선으로 달려오기도 하고...

결국, 사고 난 모습도 보이더군요.

아름다운 구채구를 구경하려다 잘못하면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게 될 것 같네요.

 

 

드디어 고도 자체가 높아지니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로 고산증이 걱정되는 곳이었고 佳人도 몇 년 전 샹그릴라에 갔다가

고산증으로 하루 만에 도망치듯 리지앙으로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구채구 여행은 속으로 내심 걱정을 많이 하며 갔습니다.

간식으로 챙긴 빵 봉지가 이렇게 빵빵해졌습니다.

빵 봉지라 빵빵하다고요?

 

 

우리 앞자리에 앉아가는 네덜란드 남녀 5명의 배낭 안에 든 과자 봉지가

터지는 바람에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이 젊은이들과는 나중에 또 같은 버스를 타고

송판으로 오는 바람에 우리 부부를 아는 체하하기에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어디 과자 봉지나 빵 봉지만 빵빵하게 부풀어 오를까요?

우리 뱃속도 저렇게 부풀어 오르다 빵 하고 터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잖아요.

속에 바람이 들어 오히려 몸이 가벼워진다고요?

 

 

오후 1시 20분 정도 되니 버스는 길가 작은 집 앞에 버스를 세우고

승객이 점심을 먹을 수 있게 60분 정도 정차합니다.

이렇게 구채구로 가는 동안 버스는 승객의 편의를 위해 모두 4번을 서는군요.

주로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말입니다.

 

 

청두에서 구채구로 가는 길에서 버스가 서는 곳은 모두 화장실 이용료를 받습니다.

이곳 이용료는 마오가 인민을 향해 언제나 손을 번쩍 들고 손바닥을 쫘악 펴고

늘 5마 오만 받으라고 손가락 다섯 개를 폈지만,

독점이라는 경제논리에 따라 모두 담합하여 1원의 거금을 받습니다.

 

 

그러나 장시간 버스 여행을 하는 승객은 화장실을 피할 수 없잖아요.

한두 명이 따져보지만...

어쩌겠어요.

싫으면 관두라는 표정이더군요.

 

 

화장실이 깨끗하기라도 하면 누가 뭐라고 한답니까?

차마 눈 뜨고 볼 수없을 정도로 관리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돈을 받습니다.

버스 기사야 무료로 이렇게 버스 청소도 해주니 무조건

이 집에 들러 승객을 풀어놓지요.

 

 

이런 멋진 장소에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합니다.

잠시 고도를 높이니 드디어 날씨가 달라집니다.

보세요!

아까 출발할 때와는 다르게 드디어 파란 하늘이 보이시죠?

 

물론,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라도 화장실을 마찬가지지만...

청두를 떠날 때 운무에 시계가 나빴지만, 드디어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이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운 하늘입니까?

 

 

강족이 사는 마을은 이런 망루가 특징입니다.

이런 망루를 보며 문득 미어캣이라는 동물이 생각납니다.

늘 주변을 두리번거리려고 뒷발로만 벌떡 서서 경계하는 미어캣이라는

작은 동물 말입니다.

저리도 발을 들고 사방의 경계했지만, 결국, 지진은 막지 못했습니다.

자연재해는 미리 예고하지도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이 길에 깨끗한 화장실을 여러 개 지어 화장실 체인점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하루에 이곳에 들렀다가 가는 버스가 수백 대로, 한 대당 30명의 승객만 들린다면

체인점 하나당 수천 원의 사용료를 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체인점 10개만 열 수 있다면, 하루 수입이 수만 원으로 금방 재벌이 되겠어요.

화장실 재벌 말입니다.

 

 

길을 달리다 보면 이렇게 소 떼나 양 떼를 가끔 만납니다.

아~ 아니군요?

위의 사진은 소 떼가 아니라 험한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고독한 소 한 마리입니다.

오늘 실연이라도 했나요?

특히 아침 일찍 차를 타고 가다 보니 어디 초지로 데려가는지 무척 많은 소 떼나

양 떼를 몰고 가는 모습을 자주 만나지요.

 

 

성벽이 보입니다.

제법 큰 마을이 아닙니까?

여기가 어디일까요?

 

 

달리는 버스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송주라는 글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성문 앞에 남녀의 모습이 보이고요.

저 남녀가 바로 문성공주와 송찬간포가 아니겠어요?

저 사내가 손을 흔드는 바람에 구채구 구경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여기에 들렀습니다.

 

 

우리가 쑹판(松潘)이라고 부르는 송주 고성이 여기에 있었습니다.

나중에 여기에 하루 머물며 고성 구경을 하려고 합니다.

원래 계획에는 여기는 없었고 황룡을 가려고 했는데...

 

 

황룡으로 가는 길이 눈 때문에 폐쇄되어 꿩 대신 닭이라고

여기에 하루 머물게 되었지요.

그렇다고 황룡이 꿩이고 쑹판이 닭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닭이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기분 나빠하겠어요.

 

 

아까 높은 산 위로 차가 한참을 힘들어하며 올라왔습니다.

그 산 아랫마을은 주로 강족이 사는 마을인가 봅니다.

그러나 쑹판이 있는 산 위 마을은 티베탄인 장족이 많이 사나 봅니다.

이미 집 모양이 다르고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길가로 롱다도 보이고 타르쵸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적어 바람을 타고 세상 속으로 멀리 퍼져 나가길 바라는

이들의 바람, 바람이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퍼져 나갔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자연으로부터 눈물이 없기를...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아픔이 없기를...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들이 바라는 또 다른 희망이 있지요.

다람살라의 꿈 말입니다.

나라 없는 삶은 영혼도 없이 살아가는 일이잖아요.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도 없다고 했던가요?

 

 

쑹판을 지나며 숨이 가빠옵니다.

예전에 샹그릴라에 갔을 때 느꼈던 그런 기분이 듭니다.

가슴이 답답해 오는 것은 고산증만이 아닌가요?

이곳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심호흡을 하며 혼자 고민합니다.

뭘?

고산증 말입니다.

 

 

올 들어 처음 보는 눈입니다.

지난번 바오지에서 한중으로 넘어올 때 진령산맥의 정상에서 잠시 눈발이

날렸고 얼음을 보았지만, 여기는 그곳보다 더 많은 눈이 내렸나 봅니다.

 

 

드디어 청두를 출발한 지 9시간 반이나 지난 후에 구채구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먼 거리의 여행이었습니다.

버스가 터미널에 들어사자 역시 중국의 여느 여행지처럼 삐끼가 달라붙습니다.

 

그들에게도 룰이 있나 봅니다.

먼저 찍은 사람이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옆에 다른 사람이 다가오니 야단까지 칩니다.

네덜란드에서 온 젊은이들은 유스호스텔을 예약하고 왔다고 먼저 가버립니다.

 

 

가격을 묻자 비수기인데도 조금 비싸게 1박에 200원을 부릅니다.

물론, 그 가격은 삐끼가 책정한 희망소비자 가격이 아닌 삐끼 희망 가격이잖아요.

우리는 가난한 배낭여행자잖아요.

 

우리는 여기에 2박 할 예정이고 방을 두 개나 잡아야 합니다.

그러면 숙소만 모두 800원이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협상 결과 1박에 85원씩 방 두 개에 2박 하는 조건으로

모두 340원에 하기로 했습니다.

이게 비수기니까 가능한 가격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경로 우대 가격...

 

 

그런데 삐끼가 승용차로 가자고 하는데 조금 먼 느낌이?

터미널에서 구채구 입구를 지나 버스가 왔던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니 역시 멀군요?

그래서 너무 멀다고 하며 안 간다고 하니 나중에 터미널로 가는 차편을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여기가 고도가 높고 벌써 佳人은 어지럽고 숨이 찬데 배낭 메고 걷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결국, 삐끼가 나중에 버스 터미널로 가는 택시비를 우리에게 주기로 했습니다.

세상에 삐끼에게 돈을 뜯다니...

그것도 중국에서 말입니다.

이게 천지개벽할 일이 아니겠어요?

중국말도 못 하는 어리 삐리 한 한국 여행자가 중국의 전문 삐끼의 돈을 뜯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여러분! 중국에서 여행하시며 삐끼에게 돈을 뜯어보셨소?

우리 해 봤수~

혹시 구채구를 가서 우리처럼 삐끼를 따라가실 분은 참고하세요.

숙소가 조금 멀면 택시비는 10원은 받아야 합니다.

이게 국제적인 상거래 룰입니다.

 

위의 만강홍이라는 숙소가 바로 우리가 묶었던 곳입니다.

골목 안쪽에 있어 찾기도 쉽지 않겠어요.

만강홍(滿江紅)...

우리나라에서는 국물 맛이 죽여주는 짬뽕집으로 유명한 중국집 이름이지만,

중국에서는 그 유명한 악비의 시 제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방을 보니 대만족입니다.

전기장판도 깔렸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모두 깨끗합니다.

우리 젊은 시절 보았던 밍크담요라고 부르는 따뜻한 모란꽃이 화려한 담요도 보입니다.

이런 시설을 했다는 말은 밤엔 무척 격하게 춥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국에서 배낭여행을 하며 깎을 수 있는 게 숙박비입니다.

크든 작든 숙소는 대부분 깎을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숙박료란 음식값이나 다른 것에 비해 수요공급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같이 비수기에 여행하다 보면 우리가 갑이 되기 때문이죠.

물론, 중국인을 상대하는 숙소에 국한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성수기에는 어림없는 이야기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