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픈 기억, 쓰촨 지진의 현장 그리고 구채구.

2013. 8. 14. 08:00중국 여행기/구채구, 쑹판

2012년 11월 15일 여행 28일째

 

원래 구채구(주자이거우) 여행은 청두에서 몇 곳을 구경한 후 나중에 다녀온 곳이지만,

요즈음 더운 날씨 때문에 먼저 시원한 구채구 구경부터 먼저 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유명한 구채구로 가는 날입니다.

계획은 구채구를 보고 난 후 황룡까지 들렀다 오려고 합니다.

순전히 계획으로 말입니다.

그러려면 오고 가고 꼬박 하루씩 걸리니 3박 4일은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이곳 청두로 돌아와 다음 여행지인 충칭으로 가려고 합니다.

사실, 이번 여행에 가장 중요한 목적지가 구채구였습니다.

구채구에는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오묘한 색깔이 있고 자연이 있다고 해 찾아가려고 합니다.

 

아마도 신선이 자기들끼리 숨겨놓고 즐기려 했던 곳일 겁니다.

상상하기 어렵고 형용하기 어려운 빛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이제 인간이 무지하게 몰려가니 신선도 머쓱해져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네! 그곳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름다웠고 호수마저 하늘과 세상을 모두 품고 싶었나 봅니다.

세상에 제일 아름다운 물이 있어 찾아간다는 곳...

죽기 전에 한 번은 보고 죽어야 한다는 곳...

네.. 바로 주자이거우였습니다.

 

어디 구채구만 아름다운 곳입니까?

대한민국의 독도도 아름다운 한국 땅입니다.

친구도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해 들라했습니다.

그래요. 구채구는 중국의 아름다운 계곡이고 독도는 한국의 아름다운 섬입니다.

요즈음 일본이 점점 이상해 가는 일은 아마도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구채구로 가려니 가장 구채구로 접근하기 좋은 곳이 청두라는 도시고 청두에서도

신남문 터미널이라고 해 이곳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벌써 여기서 4박이나 하며 주변을 구경 다니는 중입니다.

청두는 그 정도의 시간만으로도 부족한 곳이지만, 충분히 우리를 만족하게 할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테마가 삼국지 기행이라는 것은 구채구로 가려고 하다 보니 청두에 왔고 청두가 바로 삼국지의

무대 중 유비의 꿈이 익어가는 그런 지역이 아니겠어요?

유비는 이곳 멀리 숨어 천하삼분지계는 이루었지만, 어리석은 일에 나섰다가 황망하게 죽었다지요?

 

그래서 두리번거리니 주변에 삼국지에 제법 자주 등장했던 지명이 보이고 그때의 함성이 들리길래 어디를 갈까

찾아보던 중 공명의 북벌과 관련하여 장안이라는 시안부터 청두까지 북벌 루트를 역으로 내려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이번 여행의 루트를 최종적으로 결정했습니다.

佳人의 여행 루트는 이렇게 우발적으로 결정했네요.

 

숙소 일 층에 대형 뷔페가 있는데 글쎄 입구에 이상한 한복을 입혀놓고 손님을 맞이하더군요,

한식이라고 합니다.

요금은 78원인데 18원 할인을 해 60원이라고 하는데 육해공 모든 고기가 다 준비되어있고 신선한 채소에 과일까지...

울 마눌님이야 원래 채식을 하고 佳人도 어느 정도 적응을 해 상관없지만, 친구는 우리와 함께한다는 게

정말 힘든 일정이었지요.

 

친구는 지금까지 우리 일정에 아무 말도 없이 따라오면 먹고 자는 문제를 모두 맡겼지만, 한식뷔페를 보자

드디어 폭발해 우리에게 반기를 들고 반항하기 시작합니다.

먹어야 살겠답니다.

그래서 이곳에 허리띠 풀고 먹어보기로 하고 들어갔습니다,

채식하는 울 마눌님도 값은 같습니다.

위치는 신남문 버스터미널 버스 출입구 앞입니다.

 

그리고 저녁에 숙소로 돌아올 때 보온병을 하나 샀습니다.

며칠 전 늘 여행 때마다 가지고 다녔던 알루미늄 병의 뚜껑을 어디서 잊어버렸는지 모르게 사라져 버렸어요.

그래서 구채구는 무척 춥다 하길래 이참에 보온병을 하나 사기로 했지요.

박력 있게 생긴 사내가 사인까지 하고 폼을 잡고 있는 것이라 슈퍼에서 거금(?) 35원을 주고 샀습니다.

 

이제 우리도 추운 곳에서도 따뜻한 물을 먹을 수 있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숙소에 들어와 병뚜껑을 여는 순간 그만 뚜껑이 자동으로 위의 사진처럼 두 개로 분해되어 버렸어요.

울 마눌님의 연약한 손으로 비틀었는데...

 

아마도 우리 부부 두 사람이 물을 먹기에 각각 따로 물을 부어 먹으라는 세심한 배려가 아니겠어요?

중국의 보온병 공장은 따뜻한 보온병을 만들기에 이런 것까지 따뜻한 마음으로 신경 쓰며 만드나 봅니다.

감동입니다.

 

구채구 가는 버스표는 2일 전에 미리 예매해 두었습니다.

임박해서는 표를 사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요.

신남문 터미널에서는 구채구 가는 버스를 며칠 전부터 표를 팔기 시작합니다.

구채구까지는 147원이고 7시 45분 출발하는 버스입니다.

버스는 아침시간에는 승객수에 따라 수시로 출발하는 듯합니다.

 

청두의 아침은 역시 안개로부터 시작하나 봅니다,

유비가 이곳에 황제에 올라 폼 잡을 때도...

공명이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썼다는 출사표를 쓸 때도 이곳 청두는 이렇게 아침을 안개로부터 시작했을 겁니다.

 

버스를 이용해 구채구로 이동하는 일은 무척 힘든 여정입니다.

누구는 왜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버스를 타느냐고 합니다.

물론 비행기로 가면 더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청두를 출발한 버스는 한동안 도로 사정도 좋은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물론 이곳에 많이 있는 여행사 투어를 함께 따라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버스로 직접 찾아가는 것은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여행의 맛을 즐기기 위함입니다.

목적지는 구채구지만, 그곳을 찾아가는 과정조차 여행이기에 그런 여행도 우리에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여행기를 남김으로 나중에 구채구를 직접 찾아가실 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입니다.

 

직접 스스로 찾아가는 즐거움도 있고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주변의 모습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있기 때문이죠.

그것도 많은 여행 중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사람마다 여행을 즐기는 방법 또한 다르지 않겠어요?

 

더 머물고 싶으면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지나치고 싶으면 그냥 지나치고...

가격도 묻고 따져보며...

 

그런데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국도라고 해도 워낙 산세가 험한 지역이라 무척 꼬불거리는 험한 곳입니다.

그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이어지는 모습...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하늘이 무너져 내린 바로 그 모습입니다.

 

그냥 눈으로 보며 그때의 모습을 상상할 뿐입니다.

흘러내린 토사는 부모를 잃고 자식을 잃은 가족의 흘러 내린 눈물이 아니겠습니다.

아파할 수도 없고 안타까워하기에도 너무 큰 상처를 여기에 남겼습니다.

얼마나 더 울어야 합니까?

얼마나 가슴을 더 쓸어내려야 합니까?

 

사라져 버린 도로...

이렇게 세상을 이어주는 도로마저도 토사에 깔려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때 저 길을 달리던 차도 함께 토사에 매몰돼 아직까지도 꺼내지 않고 있나 봅니다.

손을 댈 수 없는 이유는 토사를 치우려면 더 큰 토사가 밀려 내려오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달리는 이 도로 위를 덮칠 듯 쓸려 내려온 돌더미...

지금도 안전하게 모두 정리하지 못하고 임시방편으로 막아놓았네요.

치울 수 없는 구간은 도로를 강 건너편에 새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버스가 달리는 길도 먼저 다녔던 길이 묻혀버리자 강 반대편으로 새로운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또 올해에 지진이 다시 일어나 또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녀온 후 올해 또다시 지진이 이곳 쓰촨을 덮쳤다는 뉴스를 들었고, 큰 비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죽거나

집을 잃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이곳 쓰촨은 무슨 사연이 많아 이렇게 울어야 합니까?

 

저 다리가 예전에 많은 사람이 다녔던 그 다리가 아니겠어요?

이곳에 사는 주민뿐 아니라 우리 같은 관광객이 말입니다.

너무 아름다운 구채구를 하늘이 시기하나요?

 

그러나 이렇게 다리 가운데가 부러져버린 곳도 보입니다.

큰 바위가 굴러내려오며 다리를 부숴버렸나 봅니다.

얼마나 강한 힘이었을까요?

 

2008년 5월 12일 오후 2시 28분...

이것은 그날의 상처였습니다.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그 모습이 국도 주변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올해 또 비슷한 재난이 이어졌다는 소식에 마음만 아픕니다.

 

상대적으로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우리나라가 얼마나 복 받은 나라인가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겠어요.

일본도 지진 후유증으로 아직 몸살을 앓고 있으며 그 때문에 내부적으로 생긴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고

우익을 앞세워 약에 취한 사람처럼 역사 변조나 하며 횡설수설 이상한 말을 하고 있잖아요.

머리는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아직 철들려면 어림없지 싶습니다.

 

오늘부터 며칠 동안 시원한 구채구의 모습을 구경하려 합니다.

단언컨대... 구채구는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물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얼마나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렸을까요?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을까요.

자연은 인간이 살아갈 터전을 마련해 주지만, 이렇게 가끔 인간에게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하나 봅니다.

이곳에 살았던 사람은 평생 동안 자연에 거역하거나 대들지 않고 순응하며 살았던 사람이 아니겠어요?

전생의 업보였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눈물을 흘려야 될까요?

이제는 눈물마저 말라버렸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