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통(海通)과 능운사(淩雲寺)

2013. 9. 30.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낙하만취(落霞晩翠)

아마도 낙산대불에서 바라보는 낮게 드리운 저녁노을과 겨울에도 변함없는

능운산의 푸름을 말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낙하만취라는 이 말로 낙산대불은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암시하네요.

낙하만취(落霞晩翠)라고 쓰니 무슨 특별한 풍경이라도 되나 생각해보니...

그냥 우리 동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네요.

우리 동네도 저녁노을이 질 때면 환상적입니다.

어려운 한자로 낙하만취라고 쓰니 더 폼 나네요.

그냥 한글로 쓰면 술에 만취해 걷다가 개울 아래로 떨어졌다고 이해하겠어요.

 

그러나 우리가 이 말을 확인하려고 저녁노을 질 때까지 여기에 있을 수는 없잖아요.

혹시 낙산대불을 구경하려고 계획하시는 분이 계시면 청두보다는 뤄산시에서

하루를 주무시는 게 어떨까요? 

저녁에 이곳에 서서 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시면 어떨까요?

그래도 말입니다.

중국의 늘 운무가 심하기에 맑은 날이 드물어 저녁에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쉽게 본다는 일이 어려울지 모릅니다.

 

이제 낙산대불이라고 쓴 산문으로 올라갑니다.

큰 강은 동쪽으로 흘러가고 불법은 서쪽에서 왔다고요?

그렇군요.

지금 낙산대불 앞을 흐르는 민강은 장강으로 흘러가 중국의 동쪽인

우리나라 서해로 흘러갑니다.

 

이곳 낙산대불의 개방시간은 4월 1일부터 10월 7일까지는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개방하고 10월 8일부터 3월 31일까지는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 30분까지 개방한다 하니

이곳에서 하루를 주무시며 멋진 낙산대불의 저녁노을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않을까요?

 

아니라고요?

쓰촨이라는 지역은 늘 운무 때문에 뿌연 하늘만 본다고요?

그렇군요!

정말 쓰촨은 날이 좋으면 개도 짖는다는 동네가 맞습니다.

맑은 날을 본다는 게 무척 어려운 지방입니다.

 

그래서 촉견폐일(蜀犬吠日)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오죽했으면 삼국지에도 등장하는 시기에 촉나라 개까지 해가 보이면

그게 이상하고 신기해 짖겠어요. 그쵸?

동탁이 죽던 날도 하늘이 운무로 보이지 않았다는데 동탁은 그런 자연현상도

자기를 위한 일인지 알고 좋아했다네요.

 

능운사(淩雲寺)는 7세기 후반에 지은 절이라 합니다.

물론 17세기에 다시 중수했다 합니다.

능운사도 낙산대불처럼 서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남쪽을 바라보는데 이곳은 우리나라와는 다르네요.

 

이곳 능운사에서 볼만하게 천왕전, 대웅보전, 장경루와 좌우에 있는 배전이라고 합니다.

특히 사천왕상은 나무로 조각하여 만들었는데 정말 실감 나게 잘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곳의 주인은 능운사고 낙산대불은 능운사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낙산대불은 알아도 능운사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 절은 낙산대불을 만든 해통(海通)이라는 승려가 수도한 곳으로 이곳에 머물며

낙산대불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낙산대불의 부속건축물로 취급한다 하니...

주객전도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요?

낙산대불이 워낙 크기에 그런 불상사가 생겼나 봅니다.

 

여기도 여느 중국의 절과 다르지 않습니다.

야구 방망이보다도 더 큰 향을 피우고 있습니다.

향이 커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땅덩어리가 큰 중국이

세계의 리더국이 된다는 생각과 같습니다.

향이 얼마나 큰지 이신바예바가 보았더라면 저 향을 장대로 생각해 들고 뛰면

낙산대불을 쉽게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면 오죽 좋겠어요.

중국에서 향 하나 덜 피우고 불 하나 덜 켜면 온 세상의 공기가 깨끗해질 겁니다.

중국의 부처는 공해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때는 능운사를 일컬어 서남에서는 제일 아름답고 큰 절이라는 의미로

"거려위서남제일(巨麗爲西南第一)" 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합니다.

 

위의 사진은 해사동이란 동굴입니다.

해사란 바로 해통을 의미하는 말이며 해사동이란 동굴은 동한 시대인 3세기경

원래 애묘라는 절벽에 만든 묘가 있던 자리라 합니다.

이 지방만의 독특한 장례풍습이 바로 이렇게 동굴을 파서 시신을 모셨던 모양입니다.

우리에게만 신기한가요?

중국인도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이 부근을 기웃거리다 보니 이런 종류의 석굴이 제법 많고 그게 모두 동한 시대에

죽은 자를 모시기 위한 석곽을 넣어두는 곳이라 합니다.

사람도 죽으면 그 지방의 지형에 따라 모두 다른 가 봅니다.

 

동굴의 깊이가 약 10m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동굴은 원래 죽은 자의 묘지로 사용했던 것을 해통이 모두 정리하고

이 안에 들어가 기거하며 낙산대불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곳도 많은데 왜 하필 묘지 속에 들어가 그곳에서 기거했을까요?

어차피 죽으면 영원히 그곳에 들어가 지낼 텐데...

 

살아있는 것과 죽는다는 일을 구분하는 것은 바로 순간의 차이입니다.

순간적으로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게 우리의 삶인가 봅니다.

그게 찰나의 순간임을 깨닫는 순간 득도의 경지에 오르나 봅니다.

결국, 살아있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같은 것이라는 말이 아닌가요?

 

이 이야기는 18세기 이곳 쓰촨지역의 안찰사였던 고광욱이라는 사람이 해사동기라는

글을 쓰면서 이 동굴의 이름을 해사동이라 지었고 동굴 입구 위에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동굴로 올라가는 계단 왼쪽에 능운동 해사동기라는 글을 적어놓았네요.

 

그래도 그렇지...

해통은 왜 죽은 자의 영원한 안식을 방해하며 죽은 자를 쫓아내고

그곳에 들어가 자기 해탈을 시도했을까요?

묻고 따지지 못하는 죽은 자에 대해 산 자의 횡포가 아닌가요.

 

컥!!!

무엇입니까?

낙산 대불의 머리부분이 아닌가요?

 

이제 대불의 머리 일부만 보입니다.

무엇이 그리도 궁금할까요?

무엇을 얻으려 저리도 진중할까요?

스님! 지금 당황하셨어요?

 

지금 티베트 불교 승려로 보이는 사람들이 아이까지 대동하고 이곳에 와서  낙산대불의 모습을

내려다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불은 머리끝부터 겨우 코까지만 보여줍니다.

부디 득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만 궁금한 게 아닌가 봅니다.

Why not?

여기에 온 사람 모두 낙산대불을 보려고 온 게 아닌가요?

그렇다고 머리카락만 봐도 안 되겠고요.

 

머리 높이만도 14.7m.

머리의 폭이 10m....

지금 로보트 태권 브이의 제원을 살펴보는 게 아닙니다.

잠시 위에서 낙산 대불의 머리 쪽의 제원만 살펴보는 중입니다.

 

어깨의 넓이 24m,

귀의 길이 7m.

로봇 태권 브이보다 누가 더 클까요?

여의도 국회의사당 뚜껑이 열리면 그 안에서 로봇 태권 브이가 나온다 했잖아요.

그 뚜껑이 열리는 날...

방사능을 너무 많이 마셔 헛소리나 지껄이는 아베는 혼날 겁니다.

 

이제 아래로 내려가면 그 유명한 낙산대불입니다.

그러나 낙산대불로 내려가는 일은 잠시 뒤로 미루겠습니다.

 

산 위에서는 아무리 왔다갔다해도 머리만 보입니다.

낙산 대불의 눈높이에 佳人의 눈높이를 맞추어 봅니다.

대불은 과연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사바세상의 어떤 일이 궁금할까요?

 

우선 대불을 보기 위해 내려가기 전에 내일은 먼저 소동파부터 만나보겠습니다.

웬 소동파?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낙산대불은 워낙 유명한 곳이라 청두를 찾아온 사람은 거의 다 보았을 것입니다.

우리도 사진을 통하거니 화면을 통해 자주 보았던 곳이라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본다는 일은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지요.

그러나 오늘은 대불의 모습보다 그 주변의 모습부터 자세히 보려고 합니다.

佳人은 오랜시간 깨달음을 얻기위해 노력했지만, 그 오랜시간을 투자해 느낀 것은

깨달음이란 오랜시간 고생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라 힘들게 고생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