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삼책

2013. 7. 22. 09:35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천하의 모든 기운이 어느 한 쪽으로 몰리며 하나로 합쳐지면, 하나로 합쳐진 힘은

다시 시간이 지나며 흩어진답니다.

그리고 흩어진 후에는 다시 하나로 뭉쳐진다고 합니다.

세상일이란 게 바로 이런가 봅니다.

 

처음으로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는 너무 쉽게 무너지고 다시 한나라가 들어서며

그 힘은 영원하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강대한 한나라도 세월이 흐르며 기운이 흩어지나 봅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힘의 끝자락을 잡고 유비는 공명의 힘을 빌려 다시 일으켜 세워보려 하지만...

한번 흩어지기 시작한 기운은 공명의 재간으로도 어찌하지 못하나 봅니다.

마지막으로 조조, 손권, 유비가 서로 힘을 겨루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나요?

 

늘 하나의 힘으로만 영원히 존재하기는 어려운 가 봅니다.

여기가 바로 하나의 기운을 셋으로 나누려고 결심을 한 곳이라지요?

하나의 한나라가 그 힘을 다해가자 그 힘을 셋으로 나눈 후 다시 하나로 모으려고 한

그 첫걸음을 뗀 곳이 바로 여기 부락산이 아닐까요?

부락산은 바로 천하를 다시 하나로 모이게 하려고 천하를 셋으로 나누려는 천하삼분의

기운이 결실을 보는 그런 장소였나 봅니다.

 

천하를 두고 벌어진 대하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삼국지에 영웅은 이렇게 같은 목표를 두고

늘 서로를 견제하며 뭉쳤다가 서로 싸우며 다시 견제하며 지냈나 봅니다.

이렇게 많은 영웅 중 그래도 조조 ,손권, 유비를 최고로 쳐야 하겠지요.

유비는 빼고 공명을 넣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천하 제패는 가장 강력한 기반 위에 제일 막강한 세력을 지닌 조조 너냐?

조상 잘 둔 덕분에 처음부터 쉽게 시작한 손권 너는 어땠지?

찌질이 울보인 유비는?

 

천하 통일을 하겠다고 저마다 별렀지만, 영웅이라고 자부했던 세 사람 중 대업을 이룬 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젠장... 천하 통일의 대업은 엉뚱한 사마 염이었습니다.

중달의 손자 말입니다.

천하란 하늘이 점지해야만 되는 일이었습니다.

 

잠시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길을 걸어 내려오는데 위의 사진처럼 대나무 숲 속 컴컴한 곳에

두 사람이 앉아 귓속말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봅니다.

"댁들은 뉘슈?"

"쉿~~"

그렇군요?

유비와 방통이 숲 속에 앉아 무슨 비밀 말을 하는 듯합니다.

무슨 연인 사이도 아니고 너무 밀착해 있네요.

 

오른쪽의 방통이 손가락을 꼽아가며 한 가지씩 설명하는 듯하고 왼쪽의 유비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무릎에 양손을 올린 체 무척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습니다.  

유비가 군사를 이끌고 형주를 떠나 이곳으로 올 때 공명은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바로 핀치히터인 사원 방통이 대타로 따라왔지요.

그때로 잠시 돌아갑니다.

오늘 바쁩니다.

 

유비가 이곳에 군사를 끌고 주둔하고 있을 때 형주에 있던 공명이 유비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그 내용이 "하나는 손권의 여동생 손부인이 동오로 돌아갔는데 친정어머니 병환이라 했지만,

핑계일 뿐 다른 뜻이 있고 아두까지 데려가려는 것을 장비와 조운이 나서 간신히 막았다. 

둘째로는 조조가 지난번 적벽에서의 앙갚음을 갚기 위해 강남으로 내려왔으나

조조의 승리는 어려워 보인다. 이만..."

 

그러나 사실은 다른 말도 있었지요.

'서방에 있는 항성이 빛을 발하고 객성의 빛이 쇠약해진다.

올해는 정벌군에 이롭지 않고 대장의 몸에 좋지 않은 기운이 서린다.'

이게 바로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지만, 좌우지간 누군가 죽는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공명은 이렇게 천지간의 지혜를 통달했기에 이상한 말이지만, 예언까지 합니다.

 

유비는 이 편지를 읽고 함께 온 방통을 불러 묻습니다.

 “이번 동오와 조조의 싸움이 끝나면 반드시 형주를 그대로 두지 않을 텐데

우리는 어찌하면 좋겠소?”

유비는 늘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합니다.

이 점은 유비의 훌륭한 점입니다.

 

“주군께서는 염려치 마십시오. 형주에는 공명이 있는 한 손권이 감히 형주를 빼앗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주군께서는 유장에게 글을 하나 적어 보내시면 됩니다.”
방통은 아주 태연하게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합니다.

 

그런데 유비는 그 의미를 몰라 “군사, 유장에게는 어떤 글을 써서 보냅니까?”라고 묻지요.

누가 이런 말을 했던 일이 있지요.

"다른 사람의 머리는 빌려도 건강은 빌리지 못한다."라고요.

유비는 이렇게 모든 것을 남에게 의지했나 봅니다.

 

방통이 답을 합니다.

“편지 내용은 간단하게 쓰십시오.

(조조가 손권을 치러 강남으로 내려왔다. 손권은 나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손권과 우리는 입술과 이의 관계라 도움 요청을 외면할 수 없다.

이제 장로는 이쪽에서 침범하지만 않는다면, 더는 서천을 넘보지 못할 것이다.

나는 동오를 돕기 위해 형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니 정예병으로 군사 4만 명과 군량 10만 석을 꾸어 달라.)

 그래서 유장이 주군의 말씀을 다 들어 준다면 그 후에 따로 다시 의논드리겠습니다.”

군사와 군량을 빌려달랍니다.

 

유비는 우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기에 방통이 일러준 대로 편지를 써 익주의 유장에게 보냈고

유비의 사자가 익주를 향하여 부수관에 이르니 서촉의 장수 양회와 고패가 길을 막습니다.

유비의 사자는 유장한테 군사와 군량을 청하는 편지를 가지고 간다고 하자 양회는 고패에게

관문을 지키게 하고 사자와 함께 익주의 유장에게 글을 바쳤습니다.


유장은 유비의 글을 읽고 양회에게 묻기를 “양 장군은 어찌하여 여기에 함께 왔는가?”

“유비의 편지에 대한 의미를 확실히 알고자 왔습니다.

유비는 이곳에 와서 민심을 얻어 많은 사람이 좋아합니다.

그 의도가 심히 불순합니다.

지금 군마와 전곡을 꾸어 달라 하지만 절대로 빌려주시면 아니 됩니다.

이것은 마치 섶에 불을 지르는 일과 같습니다.”

 

물론 작가가 유비 띄우기에 앞장선 이야기이지요.

민심이 유비에게 기운다고요?

언제 양회가 여론조사까지 했겠어요?

그때는 우리나라 엉터리 여론조사 기관같은 것도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양 장군의 생각이 틀렸소. 나는 유비와 형제의 정이 있는 사람이오.

어찌 도와주지 않고 외면하겠소.”
그러자 유파라는 사람이 곁에 있다기 거듭니다.

“유비는 대단히 음흉한 사람입니다. 이 땅에 오래 머무르게 하면 호랑이를 집안에 두는 것과

같으며 만일, 이런 사람에게 군사와 군량을 준다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호랑이가 날개를 단다한들 날아갈 수 있겠어요?

다이어트를 해도 날기는 어렵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유비는 원래 진드기보다 더 끈끈하기에 한번 자리 잡으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눌러

붙어버리는데 아주 강력한 접착제로 붙여놓은 듯 뗄래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척박한 곳에서도 잘자라는 자생력이 무척 강한 사람이 유비가 맞습니다.

 

잠시 유장은 고민에 빠집니다.

유장이 유파의 말을 듣고 결정을 못 하는데 황권이 나서며 간하기를
“양회와 유파의 말이 옳습니다. 유비가 달라는 것을 모두 주면 틀림없이 후환이 생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유비에게 군사와 군량을 빌려준다는 일은 집안에 들어온 도둑에게

내 손에 들었던 무기를 빌려주는 꼴이 되잖아요.

 

유장은 한동안 생각하다 주자니 찝찝하고 안 주자니 더 찝찝하고 하여 유비에게

늙은 병사 4천 명과 쌀 1만 석만 주기로 합니다.

그리고 유장은 사신을 보내 이 사실을 유비에게 알립니다.

일단, 청을 수용하는 척하지만 사실 생색만 내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혹시나 일어날 뒷일을 생각해 촉장 양회와 고패에게 부수관을

튼튼하게 지키라 명합니다.

 

유비는 잔뜩 기대를 걸고 유장의 후의를 기다렸는데 사신이 전하는 말은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좀체 화내지 않던 유비가 버럭 성질을 부리며 “나는 유장을 위해 적을 몸으로 막아 싸우고 있다.

그런데 유장은 인색하게 군사를 겨우 4천 명만 보내고 군량미도 요청한 양의 부가세인

1만 석만 보내 우리 군사를 굶어 죽게 한단 말이냐! 이해할 수 없다.

요청한 병사와 군량미가 정확히 부가세인 요청액의 10%라면 그것은 국가에 납부하는 것이지

내게 이렇게 섭섭하게 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니? 유비가 무슨 조폭입니까?

나와바리 관리해 준 관리비를 받아내겠다는 것도 아니고요.

 

유비는 편지를 들고온 유장의 사신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편지를 찢어버리니 사신은 혼비백산 익주로

도망을 가고 이런 현장을 목격한 방통이 유비에게 아룁니다.
“주군께서 인의로 대하시다가 오늘 공문을 찢고 역정을 내시니 전에 쌓은 덕이 모두 수포가 되었습니다.”

이 말은 "지금까지 주군은 군자인 척 혼자 잘난 체 했지만, 결국, 보기 좋게 됐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하하. 방 군사! 내가 좀 과했나요? 어찌하면 좋겠소? 무슨 계책이 없나요?”

사실 요청한 모든 게 왔더라도 그들을 앞세워 유장에게로 달려가 요절냈을 것이며

오지 않아도 핑계삼아 유장을 겁박하며 사고쳤을 것이니 결론은 같지 않을까요?

 

“저에게 세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드디어 위의 조각상처럼 그 유명한 방통삼책이라는 계책이 나오는 순간입니다.

왜?

바로 이 순간을 예상하고 방통이 오래도록 생각해내며 꾸민 일이니까요.

 

바로 위의 사진이 그 세 가지 방책을 방통이 유비에게 설명하느라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가며 이야기합니다.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저렇게 손가락을 꼽아가며 설명해야 합니다.

어때요?

유비가 무척 심각한 표정이 아닌가요?

 

"자 이제 주군께서는 그 중 하나를 골라 쓰십시오.

상책은 지금 당장 군사를 선발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익주로 보내 유장을 치는 것이

첫 번째 계책인데  그이유는 그들이 우리를 배신했으니까요."

방통은 이렇게 여러가지 안을 준비해 유비에 마음대로 골라 쓰라 합니다.

남대문 시장에 가면 "골라~ 골라~ 골라~"하며 손님이 마음대로 고르라 합니다.

 

이 말은 정예병을 선발해 유장이 머무는 익주를 불시에 들이닥쳐 요절내자는 말입니다.

유장은 본래 무용이 없으며 또 평소 미리 방비하지 않으니 준비된 용맹한 유비의 대군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면, 한 번의 행동으로 평정할 수 있습니다.

아니...

고함만으로도 가능할 일일 겁니다.

이것이 최상의 계책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다음은 중책으로 촉나라 맹장 양회(楊懷)와 고패(高沛)를 잡는 일입니다.

그들은 지금 제법 강한 군사를 거느리고 부수관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여러 차례 유장에 건의해 주군을 형주로 돌려보내라고 건의했다 합니다.

주군께서 형주로 돌아가신다고 거짓말을 퍼뜨리면 두 장수는 전송하러 나올 것입니다.

그들은 얼싸 좋다고 아주 가벼운 차림으로만 말입니다.

이때 그들을 잡아 죽이고 부수관을 점령하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물론 그다음은 여세를 몰아 익주로 들이닥치는 일이지요.

 

“군사, 그럼 하책은 또 어떤 것이오?”

유비도 몸이 달았습니다.

진작 위연이 부성의 연회에서 유장을 친다고 할 때는 신의니 뭐니 하며 우물쭈물하더니만...


“주군께서 백제성으로 군사를 물려 형주로 돌아가 훗날 이 일을 다시 도모하는 것이 하책입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계책을 쓰지 않고 어물어물하다 가는 크나큰 곤경에 빠질 것입니다.

만일 깊이 생각만 하다가 가지 못한다면, 장차 큰 곤경에 처하게 되어 오래 지탱할 수 없을

것인데 주군! 영국의 버나드 쇼의 무덤에 있는 묘비명에는 이런 글이 있답니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쪄~'라고요.”

 

이곳 정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귀를 기울입니다.

타임머신을 불러 타고 1.800여 년 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방통과 유비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시죠?

안 들리신다고요?

그렇게 방통이 주군을 위해 삼책을 유비에 제시했던 곳이 바로 여기랍니다.

 

위의 사진은 이렇게 후일 방통의 죽음으로 유비는 서천 정벌의 명분을 얻었고 조금 뻔뻔스럽지만,

보무당당하게 입성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들어오고 싶었으나 남의 눈치도 있고... 

그러나 동오의 손권은 이미 유비의 이런 모습을 읽고 있었기에 처음 형주에서 군사를 이끌고

서천으로 들어간 유비를 보고 활로(猾虜-교활한 노예)라고 욕하였답니다.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던데...

활로 유비는 왜 오래 살지 못했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여기에 둥지를 튼 유비는 나중에 공명과 법정의 의견대로 북벌을 위한 첫걸음으로

한중을 치는 일이었지요.

이런 사연으로 한중이 북벌을 위한 베이스캠프인 셈이지요.

이제 한중을 수중에 넣으면 예전 선조였던 한나라 고조인 유방이 천하 통일의 첫걸음으로

한중왕에 올랐듯이 유비도 한중왕에 올라 마치 자신만이 한나라의 정통 적자처럼

세상에 알리고 천하를 움켜쥘 계획에 들어갑니다.

따라쟁이 유비가 말입니다.

 

그리고 항우가 유방을 죽이려고 꾸민 홍문연을 거꾸로 역이용하여 유장이 베푼

부성회를 이용해 유장을 제거하려 했다는 것이지요.

주최자는 다르지만, 연회를 이용해 사람을 죽이려고 계획한 것은 같습니다.

그런데 모두 미수에 그쳤다는 것도 같네요.

역사란 이렇게 자꾸 반복되기에 역사를 모르는 지도자는 살아남기 어려운 가 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곳이 바로 여기 부락산이었다니...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물질에 집착하지 마라.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다.
명예와 권세에 집착하지 마라.
그것은 마약과 같아서 한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사랑이 찾아오면 온힘을 다하라.
그러나,
집착하지는 마라.
생명에 집착하지 마라.
때가 되면 한 가닥 끈마저 놓을 때가 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가 언젠지 알 수 없지만, 인생은 죽는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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