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대원(辜家大院)의 유룡즉령(有龍則靈)

2013. 6. 17.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어디부터 먼저 돌아볼까 잠시 망설입니다.

첨봉문으로 들어오면 우선 앞에 보이는 게 이심원이고 계속 직진하면

태수가라는 메인 도로이기에 그래서 우선 외곽 길부터 먼저 걸어보렵니다.

태수가를 바라보고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중심도로는 나중에 나올 때 구경하면 되겠네요.

 

 

골목길로 들어서서 잠시 걷다 보니 오른편에 고가대원(辜家大院)이라는

제법 큰 건물이 보이고 여기는 소화고성의 볼거리 중 유명한 곳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들어가 구경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객잔으로 이용하는 곳이지만, 한때는 어마어마했던 고 서방네 집이었던

모양인데 고가대원(辜家大院)이라는 현판이 대문 위에 걸렸습니다.

 

 

고 서방은 지주계급이라 모두 빼앗기고 몸만 빠져나갔을 겁니다.

그러나 그 조상의 혼은 지금도 이 집안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하며 일군 재산인데 어느 날 붉은 무리들이

밀어닥쳐 나가라 합니다.

 

그러니 죽어서도 억울해 하늘나라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며 자주 대원 안을

돌아다니며 깡통도 걷어차고 젓가락도 날리는 연습을 할지 모르겠네요.

귀신도 억울하면 구천을 떠돈다 하지 않았습니까?

 

 

이 집은 하루 숙박에 200원 정도면 된다 합니다.

물론, 우리가 갔을 때가 비수기였으니 더 싸게 묵을 수도 있겠네요.

비수기에는 100원 정도면 가능하리라 생각되네요.

안 된다고 하면 이 부근의 다른 객잔으로 가면 될 것이고...

소화고성 안에도 객잔이 무척 많고 광위엔이 가까워 여기에 특별히 묵을 필요는

없지만, 이런 고즈넉한 집에 하루 정도 묵어가는 일도 좋지 않을까요?

 

 

집은 중국의 전통 사합원 양식으로 지었는데 우리 눈에는 답답하게 보이지만,

안에는 이렇게 작은 정원도 꾸미고 그런대로 멋을 부렸습니다.

우리네 집은 사방의 산하가 모두 정원이었는데...

여기 대원은 사합원이 여러 개 중첩되어 있습니다.

 

 

고(辜)씨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성씨가 아닐까요?

이곳은 제법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집이네요.

왜?

집이 예전 모습을 그대로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료로 구경할 수 있으니까요.

 

 

유룡즉령(有龍則靈)이라고 썼나요?

이 말은 당나라 때 시인인 유우석(劉禹錫)이라는 사람이 쓴 누실명(陋室銘)이라는

 글 중에 나오는 말이라 하는데 佳人이 한중 음마지에서 본 글입니다.

여러분도 기억나시죠?

 

그곳은 제법 연못이 넓어 그런대로 용을 입에 올려도 봐줄 수 있지만,

여기는 너무한 것 아닌가요?

차라리 세숫대야에 물을 붓고 용을 입에 올리지...

이 정도의 물이라면 이무기도 살지 못하고 토룡 정도는 살겠네요.

그 글을 다시 한번 인용해 보겠습니다.

 

 

山不在高(산부재고) 有仙則名(유선즉명)

水不在深(수부재심) 有龍則靈(유룡즉령)

斯是陋室(사시누실) 惟吾德馨(유오덕형)

苔痕上階綠(태흔상계록) 草色入簾靑(초색입렴청)

談笑有鴻儒(담소유홍유) 往來無白丁(왕래무백정)

可以調素琴(가이조소금) 閱金經(열금경)

無絲竹之亂耳(무사죽지란이) 無案牘之勞形(무안독지노형)

南陽諸葛廬(남양제갈려) 西蜀子雲亭(서촉자운정)

孔子云(공자운) 何陋之有(하루지유)

 

 

산은 높아서만 명산이 아니라네
신선이 살아야 명성을 얻고,
물은 깊어서 신령한 게 아니라네
용이 산다면 저절로 영험해지지.
이 방이 비록 작고 누추해도
그 안에 사는 이의 덕망이 향기롭다오.
이끼의 흔적으로 계단까지 푸르고
풀빛은 발 안으로 비쳐 들어 푸르구나.

 

 

담소를 나눌 선비가 있고 
오가는 속물다운 사람은 없다오. 
소박한 거문고 줄을 고르고
선현의 귀한 서책 읽을 만하다.
요란한 가락에 귀 어지러울 일 없고 
조정의 일에 신경 쓸 일도 없다
남양 땅 공명의 갈대로 지은 집과
서촉 구석 땅 양자운(한나라 양웅) 정자조차도.
공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그곳이 누추할 게 무엇이냐고.

 

 

어때요?

우리도 살아가며 마음에 남겨 둘만 한 멋진 글이 아닌가요?

이렇게 멋진 글이기에 용이 자라지도 못할 돌 항아리라도 이런 글을 새겨 놓았나 봅니다.

佳人도 오늘이라도 작은 어항이나 하나 사다 놓고 그 안에 잘 생긴 용 한 마리 키워보렵니다.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제법 명성도 있고 이름깨나 널리 알려진 사람도

그 이면을 보니 추하고 더러운 모습을 자주 봅니다.

우리 같은 민초는 누가 알아주지 않고 찾아주지도 않지만, 내 한마음 정갈하게 하고

살면 되지 굳이 이름 알리려 글을 쓸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쉿~ 그런데 저기 지붕 아래 대들보 위에 냉큼 올라앉아

우리를 유심히 내려다보는 동물이 무엇일까요?

허리가 짧은 것으로 보아 용은 분명 아니지요?

용이 아무리 못생겨도 숏허리 용은 없으니까요.

그럼 기린일까요?

아니면 허우라는 짐승일까요?

설마 고 서방 조상귀신은 아니겠죠?

그런데 자세가 빠떼루 받는 자세입니다.

 

 

그러나 여기 천장을 바라보니 정말 용이 살고 있습니다.

그것도 두 마리씩이나 가운데 이글거리는 태양을 향해 꼬물꼬물 기어갑니다.

물 항아리가 작아 저기 천장에 올라가 사나요?

차라리 대들보 전체를 용 문양으로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이 집에서 유명한 영화도 찍은 집이라 합니다.

여기저기 그때의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붙여놓았네요.

전혀 현대적으로 고치지 않아 집안의 모습이 아주 고전적이네요.

 

 

바로 위의 사진은 그 위의 사진처럼 영화에 나온 그 문입니다.

위의 사진 두 장을 서로 비교해 보시면 확실하다고 아실 겁니다.

물론, 영화촬영을 위해 현판도 바꾸어 달고 대련도 바꾸었지만, 촬영 감독이 찍은

그 자리에 서서 佳人도 찍었습니다.

헉~ 그럼 佳人이 영화 촬영감독이란 말입니까?

 

입장료도 받지 않는 객잔에 들려 생각지도 못하는 멋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전통 사합원 건물이 여러 겹 중첩된 대원을 이렇게 무료로 본다는 일은 횡재한 기분입니다.

돈을 내야만 좋은 모습을 보는 게 아닌 가 봅니다.

많은 돈을 들여 럭셔리 한 여행도 좋지만 이렇게 내 마음이 흡족하면

그게 행복한 여행이 아닌가요?

 

 

고가대원을 나와 좀 더 남쪽으로 걸어갑니다.

그곳에 검도파군신원(劍刀壩君臣園)이라는 정원이 있네요.

입장표에 들어갈 수 있는 표가 붙어있는 곳입니다.

제일 먼저 표를 사용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입구에 조벽처럼 만든 가리개가 있는데 삼국지에 나온 이야기를

조각으로 새긴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도원결의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보아온 도원결의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네요.

마치 유비 앞에 관우와 장비가 빠떼루 자세를 막 들어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유비를 포함한 촉나라 장군의 모습을 돌에다 조각했네요.

유비만 말을 끌고 선 모습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두 11명을 조각으로 남겨놓았습니다.

여기 소화고성...

아니지요.

그때는 가맹관이었을 겁니다.

여기 가맹관이 유비와 그 일당이 모여 쓰촨을 먹자고 작당했다는 곳이었을 겁니다.

 

 

장비도 보입니다.

장비는 누구나 금방 알아볼 수 있지요.

물론 장팔사모라는 무기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지요.

게다가 털목도리를 두른 듯한 저 턱수염에 소눈깔보다도 더 부리부리한 눈을 보면 누구나

장비를 알아볼 수 있는데 가만히 바라보면, 佳人에 "뭘 봐!"라고 소리칠 듯합니다.

 

 

여기는 정말 볼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럼 왜 들어갔느냐고요?

우리가 산 통표에 여기 들어가는 입장권이 붙어있어 들어갔지요.

차라리 조금 전 무료로 구경한 고가대원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좋습니다.

그냥 돌로 조각한 삼국지 출연 인물 중 주로 촉한의 사람들만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만, 이들이 서 있는 곳이 위의 사진처럼 대나무로 만든 태극 문양의 주역의 팔괘를

중심으로 만들었다는 것뿐입니다.

이런 모양을 공명이 창안한 태극팔괘진이라 해야 하나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소화고성에서 구경한 여러 곳 중에 고가대원이 아주 좋았던 기억으로 남습니다.

만약, 소화고성을 가시려는 분이 계시면, 여기 고 서방네 집인 고가대원을 꼭 구경하세요.

객잔이라서 구경하겠다고 하면 둘러보라고 할 겁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만약, 안 된다고 하면 얼마 전 佳人은 왜 들여보내 주었냐고 따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