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위엔에서 랑중(阆中)으로...

2013. 6. 24.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2012년 11월 9일 여행 22일째

 

지난밤에는 비가 제법 내렸습니다.

그래도 온종일 구경 모두 마치고 돌아온 후라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지요.

오늘은 랑중(阆中)이라는 아주 오래된 마을을 찾아가렵니다.

랑중은 장비와는 아주 깊은 관계가 있는 마을이랍니다.

 

랑중이라는 마을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닙니다.

아마 처음 들어보는 분도 계실 겁니다.

위치상 일부러 찾아서 들어가기 전에는 지나갈 수 없는 곳이죠.

그러나 정말 멋진 곳으로 여러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아침 8시 출발하는 버스입니다.

요금은 58원으로 고속도로를 따라 3시간 걸린 11시에 도착했습니다.

아마도 고속도로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 싶고 이곳은 1986년 중국정부에 의해

국가역사문화명성으로 지정될 정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고성이라 합니다.

 

아마도 풍수 지리적으로 중국에서도 가장 뛰어난 마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모습이 400년도 더 넘도록 옛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침에 랑중으로 출발하려니 마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듯 설렙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늘 새로운 장소로 찾아 나설 때 무척 흥분되지요.

 

어제저녁부터 내리던 비는 아침에도 계속 추적거리며 내립니다.

고속도로를 달려 랑중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려니 무슨 일이 있나요?

창밖을 내다보니 검문검색을 하는데 총을 들고 난리네요.

왜 저러는지 佳人은 알고 있습니다.

 

저건 아마도 지난밤에 장비를 살해하고 오나라로 도망가려는 장강과 범달을 잡으려는 게

분명하지 싶고 트렁크까지 열고 검사한다는 것은 지난 밤 장비의 머리가 사라졌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랑중 톨게이트를 막고 총까지 들고 검문검색할 일이 뭐겠어요. 그쵸?

"너희들 촉한의 군인들이지?"

 

버스는 신도시 터미널에 잠시 들렸다가 고성 근처의 구도시 쪽의 터미널에 섭니다.

그곳에서 내려 내일 갈 미엔양(綿陽 : 면양)행을 알아봅니다.

하루 네 번 출발하고 67원이며 3시간 정도 걸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현지에 도착하면 다음 여행지로의 버스 출발시각과 소요시간 그리고 시간표를 알면 일정 짜는 데

도움이 되며 그리고 숙소만 정하면 마음 편하게 구경할 수 있지요.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우리 부부는 이렇게 글로 묻고 답하며 다닙니다.

말을 못 알아듣기에 이 방법이 가장 정확하더군요.

 

그러나 다음날 이 정보 때문에 고생을 좀 했습니다.

숙소도 내일 아침에 이동하기 편하게 바로 터미널 부근으로 정합니다.

아침 8시 첫차를 타려면 멀리 떨어진 곳보다는 차 타기 편리한 곳이 좋습니다.

 

주숙등기 때문에 숙소 주인은 우리 여권을 들고 공안 사무실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오느라

고생했지 싶은데 그게 우리 잘못인가요?

사회주의 중국 정부 때문이지요.

왜 인민을 끔찍이도 위하는 정부가 인민을 힘들게 합니까?

 

이제 고성의 위치를 물어보고 길을 나섭니다.

숙소에서 먼 곳이 아니라며 걸어가라 합니다.

일차 목표를 장원방으로 하면 된다고 합니다.

우리 숙소는 북쪽의 터미널 부근이고 고성은 남서쪽에 있습니다.

 

위의 지도를 보시면 혹시 우리나라 하회마을의 지도가 아닌가 생각되시죠?

여기 랑중이라는 곳이 가릉강이 한번 감싸 안아주며 돌아나가니 풍수지리의 명당이 아니겠어요?

어제 구경했던 소화고성도 여기와 비슷한 곳이었지요.

 

그러나 여기 랑중 고성은 큰 강인 가릉강이 흐르는 곳이기에 예전부터 물산의 이동이 많았을 것입니다.

여기서 하류로 내려가면 바로 충칭 조천문 광장에서 장강과 합류하는 강입니다.

장강을 통하여 서천으로 들어오는 모든 물산은 틀림없이 이곳을 거쳐 지나다녔을 겁니다.

유비가 서천을 점령하고 촉한을 세운 후 장비에게 바로 여기 랑중이라는 마을을 맡겼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중원과 서천을 물길을 통해 오가기 위한 길목에 자리했기 때문일 겁니다.

 

밤에 고성 안에서 10원짜리 족욕도 하고 고성의 야경까지 구경하고 오느라 늦게 도착했더니

숙소의 주인집 새댁이 사거리에 나와 우리를 목이 빠지라 기다리다

우리를 발견하고 어찌나 반가워하는지...

아니?

서방님을 기다린 것도 아닌데 그리 반가워하는지...

우리가 길을 잃어버렸나 걱정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여행을 하다 보면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역시 여기는 장비가 갑인가 봅니다.

도로 이름도 장비가 빠지면 안 되겠지요?

그럼 랑중이라는 마을은 옛날에 죽은 장비가 지금 산 사람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장비는 죽어서도 아직 이 마을에서는 수퍼 갑으로 행세하나 봅니다.

 

맞아요.

그러나 슈퍼 갑질을 해도 이런 일은 좋은 일이 아니겠어요?

후손이 먹고 살 방법을 마련해주니 말입니다.

 

랑중이라는 고성은 중국 4대 고성 중 하나라 합니다.

어디를 가나 중국 4대 고성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으나 여기도 그런 소리를 듣게 되네요.

누구는 4대 고성을 윈난의 리지앙(丽江), 산시의 핑야오(平遥), 안후이의 서시엔(歙县)

그리고 여기 쓰촨성 촌구석에 있는 오늘 우리가 구경할 랑중(阆中) 고성이라네요.

 

맞으면 어떻고 틀리면 또 어떻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다녀 보았던 고성 중 여기가 가장 아름답고 좋았습니다.

이야기가 있고 번잡하지 않아 고즈넉하고 테마가 뚜렷한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고성의 입구는 장원방이라는 패방이 있는 곳입니다.

물론 다른 길로 들어가는 방법도 많지만, 그래도 정문으로 가야지요.

장원방이란 이 마을에 장비 귀신이 도와서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한 사람이 제일 많았기에

자랑하려고 패방을 만들었나 봅니다. 

정말 여기처럼 장원급제한 사람이 많은 곳도 없을 겁니다.

이는 장비 귀신이 아니면 설명할 게 없거든요.

 

고성의 모습이 가릉강 때문에 피자 반의반 쪽 모습입니다.

정말 랑중이라는 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그런 마을이었습니다.

물론 고성 주변으로 큰 도시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옛날의 고성은 별로 손대지 않고 그대로

간직했지 싶고 여기도 소화고성처럼 고성 안으로 들어갈 때는 무료입니다.

 

그러나 몇 곳에 들어가 구경하려면 70원을 주고 연표를 사야 합니다.

80원짜리도 있지만, 그게 큰 차이가 없더군요.

그러니 여기도 연표의 용도가 어제 소화고성과 같은 방법이네요.

우선 점심식사를 위해 국숫집에 들어갔더니 아주머니가 신기한 기술로

빼딱구두를 신고 직접 국수를 뽑더군요.

 

그리고 돈을 주고받을 때는 젓가락으로 받습니다.

손에 국수반죽을 늘 해야 하기에 돈을 만지지 않으려고 그러나 봅니다.

잔돈을 젓가락으로 꺼내 전해주는데 앞치마의 주머니에서 정확히 한 번에 끄집어냅니다.

 

우리는 음식점에 들려 그런대로 먹을만 하기만 하면 맛있게 먹었다고

'하오츠'라고 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줍니다.

그렇게 하면 주인은 모두 미소로 우리에 보답하는데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상대의 미소를 볼 수 있다는 게 우리에게도 무척 행복한 일이거든요.

 

미소가 그리우신가요?

그러면 먼저 상대를 칭찬하세요.

먼저 웃으세요.

내가 웃는 얼굴은 내가 볼 수 없기에 순전히 상대를 위한 배려가 분명합니다.

그러면서 미소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이 마을을 걷다 보면 참 멋진 곳이라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마을 밖으로 가릉강이 한번 휘감아 돌아가기에 주역에서 말하는 팔괘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명당터라고 생각되며 그리고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에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날아간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죠.

 

장비 마케팅의 극치...

장비우육.

고성이 온통 장비우육으로 도배했네요.

이렇게 장비는 죽어서도 후손을 위해 이름을 빌려주고 먹고 살게 했습니다.

 

우리도 가게에 들러 장비우육을 삽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맛은 보아야 하지 않겠어요?

큰 포장도 있지만, 하나씩 먹을 수 있게 일회용 포장으로 이제는 공장에서 만들더군요.

물론 큰 덩어리로 팔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소포장이 좋습니다.

둥굴다고 특허소송하는 세상인데 장비는 로얄티도 달라 하지 않고 특허소송도 하지 않고

무상으로 헌신하고 있습니다.

 

산초를 많이 넣어 혀가 아릴 정도입니다.

그리고 너무 짜요.

장비가 독하긴 독한 사람인가 봅니다.

우리 입맛에는 별로 맞지 않더군요.

 

여기는 길을 걷다가 장비도 직접 만날 수 있는 그런 옛 마을입니다.

삼국지를 좋아하시는 배낭여행자라면 이런 마을을 한번 정도는 찾아가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아니... 필수입니다.

삼국지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오래된 고성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딱입니다.

여러분에게 감히 추천합니다.

 

정말 길을 걷다 보면 위의 사진처럼 키가 남산보다도 더 큰 시커먼스 장비가 골목길에서

장팔사모를 비껴들고 뛰어나오며 "내가 장익덕이다! 나와 겨룰 장수는 먼저 이름부터 대고 나와라!"

라고 소리칠 것 같습니다.

랑중에 가시면 이런 일이 실제상황입니다.

그럼 "내가 佳人이다. 나와 한번 겨뤄보자!"라고 우리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멍~ 합니다.

 

이제 내일부터 랑중 고성을 골목 길까지 누비며 구경하렵니다.

쉽게 올 수 없는 곳이기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묻고 따지고 시비도 걸어가며

아주 자세히 구경하렵니다.

佳人과 함께 시비걸며 다니실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 마을이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교통이 조금 불편하기 때문일 겁니다.

원래, 랑중이라는 도시는 삼국지가 한참 잘나가던 시기에는 무척 큰 도시였다 합니다.

그러나 근대화 과정에 도로가 직선화되고 기차선로가 만들어질 때 랑중은 왕따를 당했다 합니다.

지도를 보시면 왜 왕따를 당한 마을인지 확실히 알 수 있죠.

'삼국지 기행 > 삼국지 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랑중의 한장환후사(漢張桓侯祠)  (0) 2013.06.26
중천루는 랑중고성의 중심입니다.  (0) 2013.06.25
소화현서와 문묘  (0) 2013.06.22
소화고성의 고붕(考棚)  (0) 2013.06.21
비위와 경후사  (0) 2013.06.20